꽃은
피어날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지고 나면
부서지는 꽃잎들이
이리저리 흩날립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이런 공상이 밀려올 때면
뒤뜰 언덕을 따라 걸으며
분분한 낙화를 떠올립니다.
이른 가을을 스미게 하는 서풍은
내와 숲을 지나
외딴 마을 어귀에
조용히 데려다 놓습니다.
그때 나는
걸음을 멈추고
넌지시 뒤를 돌아봅니다.
쓸쓸히 사라져 가는 발걸음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지나간 얼굴들과
흘러간 음성들이
허름한 파편처럼
기억 속을 헤집습니다.
또,
소스라친 시선 하나가
시간의 가장자리에 남아
나를 오래 바라봅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서글픈 침묵 속에서
내 사상은
말 없는 재단 위에 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