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1937년부터 장사해 온 패스트리숍을 곁들인
서울에 살 땐,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오로지 젊은 연인들을 위한 날이었으니까. 싱글이던 해에는 괜히 낙오자가 된 느낌에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던 적도 있었다. 뉴욕에 오고 나서는 크리스마스를, 정확히는 12월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특정 데모그래픽을 위한 날이 아닌, 가족 혹은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로 여겨져 모두가 공평하게 행복하다. 그리고 이제 나에겐 그가 있으니까 :) 무엇보다 추수감사절이 끝나자마자 별사탕을 뿌려놓은 듯 로맨틱하게 변하는 도시의 풍경은 매년 봐도 설렌다.
동네를 걷다가 우연히 한 패스트리숍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플라스틱으로 치장한 개성 없는 상점들 사이에,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한 상점. 무려 1937년에 오픈한 'La guli'란 숍으로 같은 장소에서 약 90여 년 동안 이탈리아 팔레르모 스타일의 페스츄리를 굽고 있는 곳이라고. 누가 봐도 '핸드메이드'인 것 같은 정감 넘치는 케이크 디자인, 예스러운 컬러와 데코레이션 등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시절' 할머니가 운영하던 작은 가게에 들른 것 같았다.
홀린듯 둘러보다 카놀리 몇 개를 포장해서 나왔다. 그러다 남편의 손에 들려있는 박스를 봤는데, 로고가 무심히 인쇄된 종이박스와 그것을 묶은 끈은 또 왜 이리 예쁜지.. 현재를 오롯이 살아내고 있는 과거는, 그 자체로 이토록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