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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Dec 26. 2021

메이드 인 브루클린, 하나 막걸리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뉴욕의 막걸리 브루어리   


요즘 입맛 좀 까다롭다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화제인 술집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한국의 막걸리를 파는 브루클린의 '하나 막걸리'.

푸드미디어들 사이에서는 미국 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한국 막걸리를 직접 만들고 파는 곳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마침 내가 사는 동네, 그린포인트에 위치해서 친구들과 날을 잡고 들러보았다. 




Hana Makgeolli Brewery & Tasting Room 

201 Dupont St, Brooklyn, NY 11222

목~금: 5~11pm

토~일: 2~11pm 



뉴요커들도 좋아하는 동네 그린포인트이지만, 하나막걸리가 위치한 곳은 그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이다. 자동차 정비 수리소, 아트 스튜디오 등이 즐비한 구역이라 밤에는 그래피티 외에는 인적이 드문 곳. 굳이 비교하자면 서울의 문래동 같은 분위기랄까. 괜히 한번 더 옷깃을 여미고 종종 걸음으로 향하니, 저 멀리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닮은 농염한 하나막걸리의 홍등이 밤길을 빛내고 있었다. 


공간은 세네개의 큼지막한 테이블들과 바, 안쪽의 막걸리 양조장과 주방으로 간결하게 구성돼 있었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마자 무슨 술에 굶주린 어린 양들처럼 '셀프 웰컴드링크'로 쑥 막걸리를 한잔씩 시켰다. 개인적으로 얼마만에 마시는 막걸리인지! 한국에서도 안마셔본 쑥 막걸리의 맛은.. 굉장히 시고 드라이했다. 오히려 '청주'에 더 가깝다고 할까? 딱히 쑥 향이 나는 것도 아니고.. 자꾸 밤막걸리가 떠오르며...  + 리빙포인트:  2/3쯤 마셨을 때 잔을 흔들어볼 것. 작은 사기 공이 들어있어서 '딸랑딸랑' 청아한 소리가 난다.


왼쪽부터 두부김치, 문어숙회, 모듬 마른반찬


저녁 8시에 만난 우리는 배가 고플데로 고픈 상태였고, 기대하던 보쌈이 솔드아웃됐다는 슬픈 소식에 시킬 수 있는 나머지 메뉴를 다 시켰다.  코리아타운도 아니고 사실 음식에 거의 기대가 없었는데 아니 왠걸? 좌악 찢어지는 매콤달달한 두부김치 한입 먹고 눈이 번쩍 떠졌고 문어숙회에 뿌려진 산뜻한 유즈 드레싱을 매콤새콤한 초장에 찍어먹으며 감탄했다. 별거 없어보이는 저 마른반찬들도 말라야할 건 제대로 마르고, 촉촉해야할 건 제대로 촉촉했다. 의외로 #음식맛집 이었다. * 리빙포인트: 공깃밥은 하나만 시키세요. 조선시대 스타일 흰쌀 고봉밥이 나옴.



하나막걸리는 설립자이자 막걸리 제조자인 '앨리스 전' 그리고 매니징 파트너인 '존 림' 두 사람이 운영한다. 2020년 가을 런칭, 하나 막걸리의 '하나'는 앨리스 전의 한국 이름. 어렸을때부터 아버지가 집에서 막거리를 만드는 모습을 봐온 그는 2015년부터 손수 양조하기 시작, 서울의 수수보리 아카데미란 곳에서 막걸리 양조를 배우기도 했다고. 제대로된 한국 술맛을 내기 위해선 식재료가 중요한데, 어떻게 해결했을까? 캘리포니아 맥스웰 & 광주산 쌀과 누룩, 그리고 맑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뉴욕 수돗물(filterd!)을 이용했다고 한다. 자부심 넘치는 재료에 기본 5주 이상의 시간과 정성이 소요해 만들어낸 이들의 막걸리는 시장에 처음 선보였을 때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고 탁주, 화주, 약주 등의 라인업 외에 새로운 술을 더 개발할 예정이다. 



아쉬운 마음에 호리병 피처'화주'도 추가했다. 쑥막걸리와는 다르게 묵직하고 알싸한 풍미가 강했다. 그렇게 여자넷이 가서 메뉴 싹쓸이하고 술도 얼큰히 마시다보니 밤 11시... 우리 다 먹는데 진심이었구나. 


미국 내에서 사케는 유명하지만 '술'은 아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게 현실이다. 토끼소주의 바통을 이어 한국의 'sul' 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하나막걸리, 그래서 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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