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장이란 무엇일까
막학기를 앞둔 대학생에게 자주 들려오는 말이다. 내 안에서도, 외부에서도.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 아주머니는 본인의 말씀이 나를 생각에 빠지게 한다는 걸 모르시겠지.
취업을 "잘" 하는 건 뭘까.
대학생활 나의 목표는 꿈 찾기였다. 꿈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얼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나만의 방향성이 생기고, 장단기 목표가 생기며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이 보였다. 학생 신분으로 이 고민과 실천을 열심히 해온 것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그랬던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특정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지금까지 고민해 보고 쌓아온 결과라고 보아도 만족스러울지 확신이 필요하다.
최근 한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대학 생활을 전반적으로 정리해 볼 기회가 있었다. 새내기 때 참여한 교내 프로젝트부터 인턴과 교환학생까지. 무엇 하나를 시도하고 도전할 때마다 강한 동기가 있었다. 해야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때에 따라 나의 성장을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니 호기심과 반짝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니 그 도전들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전락하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나도, 내가 지양하던 '정해진 길'에 닿은 것인가 싶었다.
찾아둔 흥미와 적성에 따라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으면서도 모호하고 모순적인 감정이 드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느 우연한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의 기준에 따라 선택하기보단 내 마음이 동하는 곳을 찾고 싶었다. 현실을 잘 알지 못한 채 많은 기업에 서류를 넣은 후 그저 나를 뽑아주는 기업에 가서 "일이 뭐든 힘들지. 누군 일의 의미를 알고 힘들지 않게 일하나"라며 합리화하고 싶지 않았다. 여러 드라마 영화에서 다루듯 직장인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낀 채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도시인으로 지내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다가올 삶도 나로서 잘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로 한동안 머리가 복잡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여러 권 쌓아두고 읽다 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먼저 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진로 멘토링 사이트의 질의응답 글들도 꽤 읽어보았는데, 대학원과 스타트업 경력 중 고민하는 멘티에게 10년 경력을 돌아보면 모든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고 전하며 선택지의 장단점을 담아 답변한 내용도 인상 깊었다. 그렇다. 지금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진로와 삶에 대한 고민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이어질 테니.
지금으로서는 큰 규모의 조직에서 서비스 기획이나 마케팅 직무를 경험하고, 일을 하면서 그 이후 커리어를 계속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경력을 쌓으며 UX나 데이터 분석을 석사로 더 공부하고 싶은지,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은지, 아니면 토스나 쿠팡처럼 유니콘 기업이나 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더 챌린징 한 환경을 겪어보고 싶은지 고민해보려 한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길을 열어두고 있다. 모두 해보고 싶다.
우선 결심하고 나면 겸손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내가 아는 기업들의 수와 그 정보는 극히 일부이니, 정확한 정보를 찾고 공부해 보자. 이번 방학은 어학 성적을 준비하면서 산업 분석과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과 인적성 대비를 조금씩 시작하자. 기업이나 IT 기획, 마케팅에 대한 직무 독서도 꾸준히 하자. 배우고 싶었던 프로그래밍도 강의로 배워보자. 다시 나의 활동들을 돌아보며 내 강점과 직무를 연결해 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많은 시도와 결과, 스스로와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들에 흔들리지 말아야지. 단단함이 필요하다. <한 번은 독해져라>라는 책 제목을 다시금 되새기며 도전을 이어가 보자.
취업 준비가 마치 등산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수없이 많은 산 중에 어느 산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고, 내가 길러온 체력으로 산을 오르기에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등산이 힘들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니 벌써 지치기도 한다. 정상에 잘 오른 사람들의 후기와 조언을,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얼마나 힘들지, 얼마나 걸릴지 모를 등산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등산은 어렵고 힘들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뿌듯하고 재미난 여정이 될 수도 있겠다. 튼튼한 장비와 체력을 준비해 적절한 산을 잘 찾아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