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마두로가 잡혔대요!! 그린란드는 어찌 될까요??
큰아이는 종이신문 마니아입니다.
물론, 라디오도 늘 귀에 이어폰 끼고 듣고 있지요.
종이신문은 한겨레를 구독중인데요.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으니 보수신문도 구독하면 좋겠다는 시어머님의 조언에 따라 주민센터 입구에 비치되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중앙일보를 가지고 오기도 합니다.(몇 부 안되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허탕치는 날이 다반사지만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꼬치꼬치 정답찾기만을 요구하는 학교 시험이나 '영어' 공부(영어는 왜!?)에는 무지무지 약하지만, 시사에는 웬만한 어른보다 박식한 중딩이가 되었습니다.
어제 시댁에 가는 차 안에서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마두로가 잡혔대!라며 흥분한 아이가 손경제를 듣다 말고 급히 MBC라디오를 틀었습니다.
마치 큰아이를 위한 맞춤 뉴스인 양, 라디오 뉴스에서 첫 소식으로 마두로 체포 뉴스가 흘러나오네요.
(헐! 이젠 라디오 뉴스 시간까지 꿰고 있는 건가요?!)
처음에 에미인 저는 노벨평화상의 마차도를 얘기하는 줄 알았습니다.(뭔가 나사가 하나씩 늘 빠져있다보니 가지고 있는 정보도 뒤죽박죽인 에미라서요...)
알고보니 주권국가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마두로를 얘기하는 거였더라구요.(에미만... 당황합니다.)
노벨평화상 받으러 가는 길이 한 달 반이나 소요될 정도로 극비리에 움직여야 했다는 마차도가 제 머릿속에 각인되어서인지 극비리에 고국으로 돌아가려다가 붙잡힌 줄 알았던 거죠. (트럼프가 노벨상을 못 받아서 사심 가득(!) 복수한 줄....로만 알았네요. 흑...)
에미는 시사에 무지한데 아이는 참으로 시사에 진심입니다.
오늘 학교 가서 역사 선생님을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주변에서 듣는 친구들은 마두로가 누군지 몰라 어안이 벙벙한데요.
주권국가인 베네수엘라 선박을 얼마전에 미국에서 공격하더니 이번엔 아예 대통령을 납치(!), 생포(?!)하고는 아예 베네수엘라를 당분간 다스리겠다는 노골적인 제국주의 야욕을 보여준 이번 사건.
국제 관계에서 주권 국가의 대통령을 체포하는 게 결코 일반적인 뉴스 거리는 아니잖아요.
주권국가를 건드리는 게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역사적 사건들을 찾아보면 찾을 수 있긴 합니다.
대개 그 끝은 나라 간의 전쟁이거나 내전으로 가거나 식민지가 되거나.... 하는 그런 결과로 끝맺고 있지요.
역잘알 큰 아이에게 이 사건은 그러니까 단순히 저 멀리 있는 두 나라끼리 무슨 문제가 있나보지. 하는 강건너 불구경의 의미가 아닌 겁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중국이 대만 침공하면 미국은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라는 이슈에 닿으면, 전 세계 나라의 머릿속 셈법이 복잡해지게 될 거고 우리나라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강대국의 제국주의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건, 식민지 시기를 겪었던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즐거워할 일이 아니죠.
게다가 우리나라 대통령은....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 순방중이잖아요. 헉.
사실 '수능 공부에 올인하느라' 신문을 읽으며 중고등시기를 보낸 에미는 아니다보니 아이가 머릿속으로 어떤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낡아빠진 교과서 속 옛날 이야기보다, 가상세계의 게임보다 더더더 다이나믹하고 긴장되면서도 각 나라의 이해관계의 각축전이 한 편의 드라마(국제관계가 결코 드라마는 아닙니다만...)처럼 펼쳐지는 신문 속 이야기에 더 흥미가 돋는다는 겁니다.(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정세가 더더더 불안정해진 것 같아요. 예측도 어렵고 말이죠.)
삼국지를 읽은 아이다보니 소설 속 인물들 간의 전략전술들이 현실세계에서 펼쳐지는 것 같다고도 하구요.
이미 여러 차례 반복해서 결과가 빤히 보이는, 교과서 속 죽은 역사가 아니라, 매일매일 어찌될지 마음 속으로 추측해볼 수도 있구요. 정답이 없으니 아이들 나름의 해법을 궁리해볼 수 있는 그런 교육. 게다가 종이 신문 한 부에 국영수사과음미체 등. 모든 과목이 다 들어가있으니 정말이지 신문교육만큼 융합!교육 취지에 부합하는 게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요즘 시대에 태평하게 문제풀이만을 하며 살아가는 건 생존 전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장 구한말의 우리나라 모습이 지금 역사의 거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과거는 도움을 청하는 현재만을 도와준다는 말처럼 말이죠.
서울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매일 신문을 읽으며 수업으로 연결시키신다고 하죠.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니 품이 꽤 들긴 하지만 그만큼 아이들 호응은 꽤 높다고 합니다. 이미 결과를 아는 지식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운 내용이니 흥미롭기도 하구요.(저희 아이가 다니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수업이라... 부럽더라구요.)
요즘 한국사 강의를 듣고 있는데요.
최태성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라고 말이죠.
저는 여기에 숟가락 하나 얹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이죠.
(촘촘히 구성된 수준별 교육이 강점이라는 대치동 교육. 하지만 결국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던 지식들을 학생들이 떠먹는 혹은 떠먹여지는 거잖아요. 정답 없는 사회. 우리나라의 사회문제에 관심갖고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는... 지금의 교육엔 문제가 많은 게 분명한데, 문제점에 대해 아이들이 생각해보고 미래의 교육을 바꿔나갈 수 있는 그런 기회는 왜 안주는 걸까요?)
관점을 조금 바꿔볼까요?
조선 후기 일찌감치 성리학의 한계를 알고 실학 연구에 몰두해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집대성했던 다산 정약용.
정조가 조금 더 오래 살았거나, 정조의 첫 아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어른이 된 후 왕위에 오르기만 했어도 우리나라의 실학과 서양 문물의 수용 과정이 조금은 더 원만하게, 일찌감치 이루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역사를 공부하자면 아쉬운 점이 참 많습니다. 이낙안, 이기경, 목만중, 서용보 등의 질투가 이끌어낸 정약용의 18년이라는 기나긴 유배 생활. 물론 그 덕분에 그분의 주옥같은 500여권의 책들을 우리가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정약전, 정약용 두 천재 형제의 재주가 세상에서 제대로 쓰임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네요.
천재를 알아보는 건 결국 유능한 리더와 훌륭한 시스템이잖아요.
조선 후기 정조 치세는, 훌륭한 시스템이 아닌 유능한 리더 한 사람에 의해 다스려진 시기다보니 정조의 사후엔, 천재들이 쓰임새를 잃고 초야에 묻혀 급속도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건데요.
현대로 이 문제를 들고 와보자면, 결국 천재들과 유능한 인재들을 끊임없이 키워내서 사회 곳곳 쓸모를 할 수 있도록 구조화시키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유능한 인재를 의사로만 키워낼 게 아니라, 중국처럼 전문 기술 두뇌를 키워야 하는데 왜왜왜!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을 홀대해서 외국으로 천재들을 유출시키냔 말이죠. 결국 유능한 인재가 쓸모를 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거나 촘촘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집권세력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갈지자 교육, 과학 지원 정책 때문이기도 하구요.
이젠 영국 등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수능 교육을 비판하고 있지요. 이젠 정부에서 결단을 내야 합니다.
수능을 과감히 폐지하고, 신문과 책읽기,토론 교육을 통해 사회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통찰하고,
기초과학 교육 강화를 통해 대학의 고급 과학 지식을 습득해서 전문기술자를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구요.
대학 순위 따지지 말고 누구나 공부하고 싶으면 과를 선택해서 대학을 가되, 굳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갈 게 아니라 사회로 진출한 후 필요 시에 언제든 대학에서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말이죠.
저리도 시사에 관심많은 큰 아이에게 여전히 자사고냐 일반고냐. 영어 공부해라. 문제집 좀 풀어라.
독촉할 수 밖에 없는 에미.
답답하고 답답한 마음에 늦은 밤...
글 한 자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