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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gifilm 박경목 Aug 30. 2023

1시간 배워 영화 만들기

04 - 연출2

내 이름은 김은희다. 유명한 드라마 작가의 이름과 같다. 하지만, 나는 시나리오를 써본적도 없고 영화를 만들어본 적도 없는 초보다. 구미에서 도서관 사서로 15년째 일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구미 문화센터에서 하는  ‘3시간 만에 배우는 한 컷 영화 만들기’ 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참여하게 되었다. 강사로는 <말임씨를 부탁해> 라는 영화를 만든 박경목 감독이 진행했다.


“자 이제 연출을 배운 것을 가지고, 실전을 해봐요. 이미 여러분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연기, 연출, 시나리오, 촬영을 배웠습니다.”


박준철 씨의 대본을 가지고 리허설을 하기로 했다. 배역을 정했다. 박준철 씨와 권삼석 씨가 부부의 연기를 했다.

“우선은 대본을 읽겠습니다.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본을 정확하게 까먹지 않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사실주의 연기,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지만, 관객들은 그게 자연스러운지 아닌지는 5분만 지나면 까먹습니다. 일관되게 자연스럽지 않은 연기를 하면 그게 하나의 톤이 되어 관객은 이야기에 궁금해합니다. 관객들은 이야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박준철과 권삼숙은 진지하게 대본을 읽어 나갔다. 나라면, 처음 보는 사람과 부부 연기를 하라고 하면 쑥스러워서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박준철과 권삼숙은 쑥스러워 하지 않고 대본을 끝까지 읽어 나갔다.

“두 분 모두 좋은 기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분은 모두 듣는 연기를 할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듣는 연기란 그 사람말을 그저 듣는 게 아닙니다. 상대의 말을 듣고 그게 나에게 어떤 충동을 일으키는지 자신의 내면을 잘 살펴보는 것 입니다. 듣는 연기를 하면, 내 대사가 할 타이밍을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듣는 연기를 하면, 상대의 대사를 듣는 것 만으로 자신의 대사가 나오게 됩니다. 그게 좋은 대본이고, 그게 좋은 연기자의 자세 입니다.”

듣는 연기. 듣는 연기. 그저 귀가 있다고 듣는 게 아니었다. 둘은 정말 둘 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미리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꼼꼼히 듣고 있었다.

“그게 잘 안되면, 상대가 말을 할 때, 그 말을 천천히 속으로 따라서 해보세요. 그러면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경험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박준철과 권삼숙은 대본을 두 번 정도 정독 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박감독은 두 명에게 어떻게 움직이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말을 하기 전에 충동이 있어야 말을 하고 움직이라고 했다. 대사를 하는 데 충동이 없다면, 움직여 보고 뭔가 해보라고 했다. 박준철의 대본은 대사들만 있었다. 

“왜 이 대사를 하는 거죠? 이 대사는 어디에서 하고 있을까요? 박선생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권선생님은 어디에서 있는 걸까요?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충동이 있었나요?”

박준철과 권삼숙은 앞에 나가서 책상을 사이에 두고 동선을 만들고 있었다. 박준철이 찌개를 식탁에 들고 오는 것 처럼 하자 박감독은

“그 빈손이 정확한가요? 최대한 정확하게 하셔야 합니다. 그게 집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충동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겁니다. “  박준철은 찌개를 들고 있는 것 처럼 조심스럽게 동작을 하고 자리에 앉으면서 권삼숙에게 대사를 했다. 그러자 조금 전과는 다른 톤의 대사가 나왔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씩 대사를 충동을 찾아가면서 대사를 했다. 

“자 그러면 제가 한 번 찍어 보겠습니다. 어떤 대사가 있을 때 어떤 사이즈가 되어야 하는 지 박선생님이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거기에 맞춰서 카메라가 움직이겠습니다. 카메라가 움직일 때는 충동과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움직여도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배우의 움직임에 맞춰서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쇼트를 바꿔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한 개의 커트로 촬영 되지만, 이 안에는 여러개의 쇼트가 있습니다. 다양한 쇼트는 연출자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변화가 없으면 지루해집니다. 이것을 잊지 마세요.”


박감독은 박준철에게 이 씬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가 어떤 부분인지 물었다. 박준철은 아내에게 어머니와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기다리는 부분이 가장 긴장감이 높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감독은 그 부분을 클로즈 업으로 가겠다고 하고, 둘의 나머지 대화는 카메라 앞쪽에 등을 대고 맞은 편의 말하는 사람을 찍는 오버숄더 바스트로 찍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메라 움직임의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 배우의 동선에서 고개를 드는 것이나 숟가락을 드는 행동을 추가했다.

“배우의 동작은 액션과 비즈니스로 구분을 합니다. 액션은 드라마나 내용에 영향을 주는 연기자의 동작입니다. 비즈니스는 이렇게 연기를 편하게 하거나, 카메라의 움직임을 위해서 추가하는 연기자의 동작을 말합니다. 배우와 상의해서 불편하지 않게, 배우의 캐릭터에 어긋나지 않는 동작을 추가해야 합니다.”


박감독은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고 그 영상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고정으로 해서 움직이지 않는 커트오 찍었고, 두번째 테이크는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영상의 사이즈와 쇼트가 변화하게 찍었다. 보기에는 처음 커트가 편했으나, 연출자가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기에는 두번째 커트가 좀 더 확실하게 보였다. 

“하나의 커트 안에서 여러 개의 쇼트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카메라는 고정한 채 배우가 움직여서 여러개의 쇼트를 만들 거나, 두 번째는 배우는 가만히 있고, 카메라가 움직이는 경우 입니다. 이때 단점은 카메라가 관객의 눈에 너무 두드러지게 보여서 집중이 깨어진다는 점 입니다. 세 번째로는 카메라와 배우가 같이 움직이는 것 입니다. 이게 가장 고급적인 화면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만큼 어렵고 연습도 필요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알려드릴 것은 이게 전부 입니다. 오늘 수업에서는 충동 이라는 단어를 꼭 기억해주세요. 충동, 동기가 있어야 연기가 나오고 카메라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음주 까지 서로가 도와서 모두 한 편씩 제출해주세요. 이상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수업은 끝이 났다. 과연 나는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수업> 의 서술 방식을 차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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