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만이라는 족쇄

글을 마치며

by 김카인

어릴 때 만들어진 식습관을 바꾸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쩌면 성인이 되어 시작한 술과 담배를 끊는 것보다도 어려울 수 있다. 단번에 끊어내도 문제가 없는 여타 다른 중독증과 달리, 우리는 식사 자체를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식사가 인생의 주가 되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즐길 권리마저 빼앗길 수 없다. 우리는 보다 높은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주어진 자유 안에서 규칙을 만들어내야 한다. 음식을 섭취함에 있어서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껴서는 안 되며 만족감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이든 시작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수를 할 수 있고 생각대로 안 되는 것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한다면 언젠가 조금씩 바뀌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걸림돌이 되지 않고 다이어트와 비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몸은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바뀔 것이다. 애써 노력하며 끌고 오던 살과의 벼락같던 전쟁을 습관으로 바뀐다면 더 많은 시간을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되고, 일상 자체가 변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며 일상에 더 소중하고 좋은 일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막연하고 헛된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냥 빨리 집중해서 쫙 빼고 유지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올지도. 하지만, 내가 말한 일 인분 식습관은 당신이 그렇게 살을 뺀 뒤에도 종국에는 해내야 할 일임은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약을 쓴다고 해도,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식습관은 우리가 언젠가는 평생 마주해야 할 진실이다.


나는 소아비만을 가진 이들이 어떤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비만인으로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과 다이어트에 찌든 삶이 어떤 것인지 안다.


때로는 뚱뚱한 몸이 죄가 되었고, 나 자체가 되어버렸다. 생활 속에서 겪은 불이익은 나에게 피해의식을 빠지게 만들었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깎아먹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비만과 싸우며 낭비했는지 모른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이뤄내고, 싫어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세뇌하며 해내던 시간을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했던지.


그럼에도 내가 지금과 같이 습관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딱 한 가지이다.


나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


우리는 어린시절, 잘못된 식습관 하나로 소아비만이라는 족쇄에 발이 묶여버렸다. 그로 인해 성장해 가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고 포기해야 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타협하면서 살아야 했고, 불필요한 죄책감에 짓눌려 살았다. 이 일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는, 아마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이상 미루어선 안된다. 방법과 꼼수를 익히기 전에 그 심연에 있는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방치되어 엉망이 된 정원에서 나무 한그루를 가꾸는 일은 소 대가리에 말 꼬리를 단 격이다. 우리는 나무에 집중하기 전에, 드넓게 포진된 잡초를 먼저 정리해주어야 한다. 더러운 정원에서 나무를 가꾸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과 다를 바 없지만, 깔끔해진 정원에서 나무를 가꾸는 일은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감동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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