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원(悳園)의 인물 서재

4편. 방탄소년단이라는 아포리즘 - 일곱 개의 문장으로 본 시대정신

by 덕원

아이돌은 종종 솜사탕 같은 존재로 오해받는다. 달콤하고, 예쁘고, 금방 사라지는. 그러나 어떤 아이돌은 시대의 가장 단단한 질문에 대한 아포리즘(aphorism)이 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BTS)이 딱 그렇다.


그들은 단순히 노래하고 춤춘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우리 시대의 가장 복잡한 욕망과 모순을 일곱 개의 살아있는 문장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니 잠시 K-pop이라는 달콤한 포장지를 벗겨내고, 그 안에 담긴 날카로운 철학적 칼날을 들여다보는 지적 유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이 일곱 개의 문장을 인문명리학이라는 고색창연하지만 의외로 쓸모 있는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해독해볼 참이다. 한 인간의 사회적 페르소나를 하늘의 기운(天干)과 땅의 기운(地支)의 조합으로 읽어내는 이 오래된 틀은, 놀랍게도 21세기 아이돌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데 꽤 유용하다.



일곱 개의 별이 모여 하나의 우주를 만들 때, 우리는 그것을 시대의 별자리라 부른다.



1. RM/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완벽하게 길을 잃는 법."


리더라는 자리는 권력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짐의 다른 이름이다. RM의 페르소나는 하늘로 치솟으려는 거목, 갑목(甲木)의 드라마다.


갑목은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어야 한다는 숙명적 자의식에 시달린다. 그는 기꺼이 그 운명을 받아들여 방패가 되고, 통역사가 되고, 철학자가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보여주는 리더십이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우아한 고뇌’라는 점이다.


이는 조직의 명예와 위기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편관(偏官)의 숙명이다. 편관적 리더는 길을 안다고 말하지 않고, 함께 길을 찾아보자고 속삭인다. 그는 정상에 서서 군림하는 대신, 정상의 추위와 고독에 대해 노래했다.


그의 UN 연설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유창한 영어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라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 앞에서 자신 역시 흔들리는 존재임을 솔직하게 고백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RM은 우리에게 역설을 가르쳤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완벽하게 길을 잃을 용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2. 진 - "가벼움은 어떻게 무거움을 이기는가."


진지함은 종종 무능의 다른 표현이다. 세상의 모든 비극은 대개 유머 감각 없는 진지한 인간들로부터 시작된다.


진의 존재는 이 진리를 증명하는 유쾌한 실험이다. 그의 페르소나는 만물을 공평하게 비추는 태양, 병화(丙火)의 희극이다. 태양은 스스로 빛나기에 그림자가 없다. 그가 시도 때도 없이 외치는 ‘월드와이드 핸섬’은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나는 너희의 심각한 평가 따위에 상처받지 않겠다’는 고도의 전략적 선언이다.


이는 삶의 풍요를 즐기고 나눌 줄 아는 식신(食神)의 지혜다. 식신은 밥상머리에서 세상을 구하는 자다. BTS라는 그룹이 살얼음판 같은 아이돌 산업에서 정신적 균형을 잃지 않았다면, 그 공의 상당 부분은 ‘맏형’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기꺼이 ‘아재 개그의 제단’으로 만든 진의 가벼움에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가벼움을 통해 세상의 모든 무거운 것들을 조롱했다. 때로는 가장 깊은 철학이 가장 유치한 농담의 형태로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진을 통해 배웠다.



가장 가벼운 것이 가장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순간의 미학.



3. 슈가 - "나의 무기력은 너희의 희망보다 정직하다."


희망은 때로 폭력적이다. 특히 그것이 사회가 강요하는 종류의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슈가는 이 폭력적인 희망의 시대에 가장 정직한 절망을 노래한 음유시인이다. 그의 페르소나는 차갑고 날카로운 보석, 신금(辛金)의 냉소다. 신금은 가공이 끝난 완제품이기에 더 이상의 타협을 거부한다.


그는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케케묵은 자본주의의 신화를 향해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라는 가장 서늘한 펀치를 날렸다. 이는 기존의 권위를 해체하고 비판하는 상관(傷官)의 본능이다. 상관은 시스템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찌르는 외과의사의 칼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냉소와 무기력이 역설적으로 수많은 청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는 점이다.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는 그의 퉁명스러운 속삭임은, ‘넌 할 수 있어!’라는 세상의 공허한 외침보다 훨씬 뜨거웠다. 슈가는 증명했다. 가장 깊은 공감은 때로 가장 정직한 무기력의 고백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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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이홉 - "희망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희망을 말하는 것은 쉽다. 희망을 ‘이루는 것’은 어렵다. 제이홉은 희망을 온몸으로 증명해낸 행위 예술가다.


그의 페르소나는 바람에 몸을 맡기면서도 뿌리를 놓지 않는 덩굴, 을목(乙木)의 춤사위와 닮아있다. 을목은 혼자 서지 않는다. 주변의 나무를 감고 오르거나, 다른 풀들과 얽혀 군락을 이룬다.


그의 안무팀장으로서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각기 다른 일곱 개의 몸을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엮어낸다. 이는 동료와의 경쟁을 통해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겁재(劫財)의 역동성이다.


겁재는 우리라는 인식이 강해지면 ‘나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 이길 때 가장 큰 쾌감을 느낀다. 그의 춤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가장 원초적인 선언이다.


그의 미소와 땀은 ‘희망은 믿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제이홉 덕분에, 우리는 희망이 관념의 영역이 아니라 근육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02.png 일곱 개의 몸짓이 하나의 문장을 완성할 때,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 부른다.



5. 지민 - "아름다움은 설명하는 순간 사라진다."


분석은 아름다움의 적이다. 우리는 왜 지민의 춤에 매혹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할 운명이다.


그의 페르소나는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안개비, 계수(癸水)의 신비다. 계수는 소리 없이 스며들어 모든 것을 적신다. 그의 춤은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고, 그의 목소리는 우리의 감정선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설명될 필요가 없는, 그저 ‘받아들여지는’ 아름다움이다.


정인(正印)의 아우라다. 정인은 ‘왜’라는 질문을 무력화시키는 힘이다. 엄마의 사랑에 이유가 없듯, 정인적 매력은 본능적인 끌림을 유발한다. 지민은 자신의 존재를 통해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미학적 진리를 상기시킨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항복의 대상이라는 것을.


6. 뷔: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 틀렸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정답을 요구한다.

뷔는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고 속삭이는 이단아다. 그의 페르소나는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촛불, 정화(丁火)의 사유다.


정화는 태양처럼 세상을 대낮같이 밝히지 않는다. 대신, 사물의 다른 쪽, 어둠 속에 가려진 이면을 은은하게 비춘다. 그의 4차원적인 언행과 독특한 예술적 취향은 세상의 이면을 탐구하는 편인(偏印)의 시선이다.


편인은 ‘왜 모두가 A라고 말할 때, B는 안 되는 거지?’라고 묻는 철학자의 영혼이다. 그는 ‘아이돌은 이래야 한다’는 모든 암묵적 규칙에 의문을 제기했다. 무대 위에서의 치명적인 표정과 무대 아래에서의 순진한 소년의 모습을 오가는 그의 페르소나는, 인간이 얼마나 다층적이고 모순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교보재다.


를 통해 우리는 깨닫는다. 어쩌면 삶의 목적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질문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303.png 모두가 앞으로 갈 때, 옆을 보는 자가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7. 정국 - "재능은 성실함을 이길 수 없다. 나는 둘 다 가졌다."


세상은 종종 재능과 노력을 별개의 것으로 분리한다. 그러나 압도적인 경지는 그 둘이 하나가 될 때만 가능하다.


정국은 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의 페르소나는 불로 단련된 단단한 무쇠, 경금(庚金)의 순수함이다. 경금은 목표가 정해지면 망설임 없이 돌진하는 순수한 에너지 덩어리다.


‘황금 막내’라는 별명은 그의 재능을 칭송하지만, 정작 그의 본질은 그 재능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자신을 밀어붙이는 우직함에 있다. 이는 동료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비견(比肩)의 자존심이다.


비견은 타협을 모른다. 특히 자기 자신과. 그는 ‘이만하면 됐다’는 안락한 유혹을 단호히 거부하고, 어제의 자신을 오늘의 자신이 이겨내는 과정을 집요하게 반복한다.


정국은 우리에게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진리를 가르쳐준다. 위대함이란, 천재가 흘리는 촌스러운 땀방울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304.png 위대함이란, 천재가 흘리는 촌스러운 땀방울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결국 방탄소년단이라는 일곱 개의 문장이 모여 완성한 하나의 텍스트는 이것이다.


“너 자신에 대해 쓰라, 그것이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안과 희망, 냉소와 순수를 가장 정직하게 썼고, 세상은 그들의 가장 사적인 이야기가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음을 깨달았다. 솜사탕은 녹아 사라지지만, 잘 쓴 문장은 영원히 남는다. 이 일곱 개의 문장 역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