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궁합 팩트 체크

고독과 살(Flesh)의 열역학에 대하여

by 덕원

— 한난조습(寒暖燥濕), 그 온도와 습도의 사랑 방정식


창문 너머 12월 눈송이가 눈부시게 하얀 살갗으로 부드럽게 유혹하듯 흩날리고, 유튜브 음악 채널 화면에서는 턴테이블 위 낡은 재즈 레코드가 경쾌한 소리를 남기며 천천히 돈다. 나는 맥빠진 커피 한 잔을 작은 입김과 함께 마시며, 사람들이 종종 수군거리는 ‘속궁합’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한다. 명리학에서 속궁합을 읽어내는 이론은 여러 갈래다. 음양을 바탕으로 한 조후론, 오행론, 간지론, 십성론, 십이운성론…. 이번에는 그중 조후론, 즉 온도와 습도가 어떻게 깊은 궁합을 그려내는지에 대해 긁적여본다.


1. 눈소리와 낡은 레코드, 그리고 헛소문들


저잣거리의 술자리나 인터넷 게시판을 떠도는 속궁합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개 비슷하다. 그것은 마치 자동차 부품의 규격을 맞추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사이즈가 어떻고, 지속 시간이 어떻고, 누가 명기(名器)라느니 하는 말초적인 무용담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삶의 비릿한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그저 껍데기만 핥는 소리다. 인간의 몸이라는 건 그리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이 땅의 민초들이 삶으로 겪어낸 명리(命理)의 지혜를 빌려 말하자면, 남녀의 잠자리란 서로 다른 두 개의 우주가 충돌하여 빚어내는 기후 현상에 가깝다. 성심리학이나 해부학적 구조가 아니라, 차라리 ‘열역학’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것을 명리학 용어로 ‘조후(調候)’라고 부른다.


2. 팩트 체크 - 사이즈가 아니라 ‘온도와 습도’다


우리가 흔히 ‘속궁합이 잘 맞는다’고 느낄 때, 그것은 요철(凹凸)의 맞물림 때문이 아니다. 내 영혼의 결핍된 온도와 습도를 상대방의 몸의 온도와 습도가 정확히 메워줄 때 느끼는 안도감이다.


명리학에는 한난조습(寒暖燥濕)이라는 개념이 있다. 차갑고, 따뜻하고, 건조하고, 축축한 기운. 인간은 누구나 이 네 가지 기운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채 태어난다. 그리고 평생 무의식적으로 그 기울어진 균형을 맞춰줄 ‘인간 에어컨’이나 ‘인간 보일러’를 찾아 헤맨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를 ‘보상적 욕구’라 부르지만, 나는 좀 더 원초적으로 ‘생존을 위한 갈증’이라 부르고 싶다.



[명리적 열역학 : 조후(調候)] 크기가 아닌 결핍을 채우는 온도와 습도의 교환.



3. 마른 장작(燥)과 깊은 우물(濕)의 만남


가령, 바짝 마른 사내가 있다고 치자. 그는 한여름 땡볕 아래 쩍쩍 갈라진 논바닥 같은 명조(命造)를 가졌다. 성격은 불같이 급하고, 늘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하다. 그의 내면은 사막이다. 이런 사내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기교를 가진 여인이 아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습(濕)한 여인이다. 숲속 그늘진 곳에 고요히 자리 잡은 깊은 우물 같은 여인. 명리적으로 축축한 물기를 머금은 여인을 만날 때, 이 건조한 사내는 본능적으로 파고든다. 그것은 쾌락이라기보다, 말라죽지 않기 위해 뿌리를 뻗는 식물의 절박함에 가깝다.


반대로 그 습한 여인의 입장에서 보자. 그녀의 내면은 늘 축축하게 젖어 있어 우울하고 무겁다. 마치 끝나지 않는 장마철 같다. 그녀에게 이 바짝 마른 사내의 침입은 구원이다. 그가 가진 뜨거운 열기와 건조함이 자신의 눅눅함을 말려주기 때문이다.


이때의 속궁합은 테크닉의 영역을 넘어선다. 사내는 여인의 깊은 곳에서 생명수(水)를 길어 올리고, 여인은 사내를 통해 햇볕을 쬔다. 이것이 바로 ‘조(燥)와 습(濕)’의 결합이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숨통이 트이는 것, 그것이 진짜 속궁합의 팩트다.



[조(燥)와 습(濕)의 구원] 사막과 우물이 만나 서로의 생존을 책임지는 절박한 치유.



4. 얼어붙은 강(寒)과 용광로(暖)의 포옹


또 다른 풍경을 상상해 보자.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강물처럼 차가운(寒) 여인이 있다. 그녀는 이지적이고 냉철하지만, 깊은 곳에는 시베리아 벌판 같은 고독이 서려 있다. 그녀의 몸은 늘 차갑다.


그런 그녀 앞에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暖) 사내가 나타난다. 그는 무식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고, 때로는 무모하다. 이 둘이 만나면 처음에는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하지만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기적 같은 열역학 반응이 일어난다.


여인의 차가운 얼음은 사내의 뜨거운 불을 만나 비로소 녹아흐른다. 사내 역시 자신의 통제 불가능한 열기를 식혀줄 차가운 냉매가 필요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불이 사그라들어 온기가 되는 그 지점. 서로의 살이 맞닿아 체온이 교환될 때, 그들은 비로소 자신이 ‘완전한 인간’이 되었다고 느낀다.


이것이 성심리학에서 말하는 ‘상호 보완의 원리’이자, 동양역학에서 말하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이치다. 남녀의 교합은 단순히 마찰열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기후를 바꾸는 거대한 자연 현상인 셈이다.



[한(寒)과 난(暖)의 열역학]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불이 사그라들어 온기가 되는 완전한 인간의 순간.



5. 결론. 고독이라는 병을 고치는 처방전


그러니 속궁합의 팩트를 정리하자면, 시중의 속설들이 떠드는 ‘신체적 조건’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 영혼이 지금 얼마나 건조한가, 혹은 얼마나 추운가’를 아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모두 각자의 고독이라는 우물 속에 갇혀 있다. 도시는 화려하지만, 사람들의 내면은 조후가 깨져 엉망진창이다. 너무 건조해서 히스테리를 부리거나, 너무 습해서 우울증 약을 삼킨다.


속궁합이란 결국 이 고독한 현대인들이 서로의 살(Flesh)을 비벼대며 온도를 맞추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그것은 야(野)한 행위이기 이전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치유의 과정이다.


어느새 커피 잔이 비었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잠자리를 갖고 나서 “아, 이제야 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건 당신과 그 사람의 조후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는 증거다.


그것은 단순히 몸이 맞은 게 아니다. 당신의 사막에 비가 내렸거나, 당신의 빙하기에 봄이 왔다는 뜻이다. 그러니 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그 사람의 체온을 믿어라. 우리의 몸은 머리보다 훨씬 더 정직하게, 자신이 살길을 찾아 반응하는 법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결혼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