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모순』속 어머니가 딸 진진에게
진진아, 너는 늘 나를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더구나.
술에 쩔어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네 아버지, 치매에 걸려 벽에 똥칠을 하는 시어머니, 그리고 그 난장판 속에서도 악착같이 동전 한 닢을 세는 나를 보며 너는 생각했겠지.
'어떻게 저런 삶을 견딜까.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그래, 네 이모를 볼 때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나와 똑같은 날, 똑같은 시에 태어난 쌍둥이 내 동생. 하지만 우리의 운명은 결혼식 날 입은 드레스처럼 극명하게 갈렸지. 이모는 건축가 남편을 만나 우아한 온실 속의 화초가 되었고, 나는 네 아버지를 만나 비바람 치는 시장통의 잡초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걸 두고 ‘팔자(八字)’가 사납다고 하더라.
하지만 명리(命理)를 좀 아는 사람이 내 인생을 들여다본다면 다른 말을 할 거다. 내 삶은 ‘편관(偏官)’의 밭이다. 나를 극(剋)하고 찌르고 억압하는 거친 기운들로 가득 차 있지. 네 아버지의 주먹, 가난이라는 채찍, 시장 사람들의 고함소리. 이 모든 게 나를 공격하는 살(殺)이다.
그런데 진진아,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은 그 공격 속에서만 펄떡거린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말하고 싶다. "나를 죽이려 드는 고통이 있기에, 나는 죽을 틈이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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