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 & 양귀비 : 나라를 기울게 한 경국지색의 도화
제국이 기울어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와, 리치 과일의 단내와, 늙은 황제의 거친 숨소리만이 궁궐을 채웠다. 성군(聖君)이라 칭송받던 '개원의 치'는 낡은 족자처럼 말려 들어갔고, 그 자리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붉은 꽃이 피어났다.
당 현종 이륭기. 그리고 양옥환, 세상이 양귀비라 부르는 여인.
이 둘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 놀음이 아니다. 이것은 거대한 산이 스스로를 태워버린, 필연적인 붕괴의 기록이다.
명리학의 눈으로 본 현종은 거대한 산(戊土)이었다. 만물을 포용하는 웅장한 제방이었으나, 그 흙은 바싹 메말라 있었다. 물기 없는 흙은 고독하다. 그는 완벽주의자였고(유유자형), 스스로를 옥죄는 형벌 같은 외로움을 권력의 정점에 숨기고 있었다. 늙어가는 수컷이 느끼는 생물학적 공포,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고 싶은 초조함이 마른 흙먼지처럼 일었다.
그때 불이 다가왔다. 양귀비는 사주 전체가 불과 흙으로 가득 찬(화토중탁),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화염이었다. 그녀에게는 차가운 이성(水)이 없었다. 오직 뜨거운 감정과 화려한 예술적 재능(식상)만이 넘실거렸다.
건조한 산에 거대한 불이 붙었다.
그것은 사랑이었으나, 동시에 재앙이었다. 명리학에서는 이를 화생토(火生土)라 부르지만, 정도를 넘어선 생(生)은 오히려 독이 된다. 불은 산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산을 집어삼켰다. 현종은 그녀라는 불길 속에서 자신의 늙음을 잊었고, 도파민이라는 환각제에 취해 제국의 기둥이 타들어 가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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