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료마 & 오료, 물과 불이 부딪혀 만든 스파크
역사는 종종 숭고한 이념이 아닌, 비릿한 살내음과 헐벗은 육체에서 그 물꼬를 튼다.
1866년 교토의 여관 테라다야. 막부의 추적을 피해 숨어 있던 한 사내를 구한 것은 거창한 혁명 이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목욕을 하던 중 자객의 기척을 느끼고, 물기를 닦을 새도 없이 알몸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간 한 여인의 '동물적 감각'이었다. 여자의 알몸은 에로티시즘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낚아채려는 절박한 신호탄이었다.
그 사내는 일본 근대화의 설계자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였고, 그 여인은 그의 아내 오료(楢崎龍)였다.
이 부부의 이야기는 낭만적인 로맨스라기보다, 서로 다른 성질의 두 에너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빚어낸 거대한 폭발에 가깝다. 명리학에서는 이를 천간의 대립이라 한다. 하늘의 기운이 서로 부딪힌다는 뜻이다. 이 두 사람에게 대립된 기운은 낡은 시대를 부수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혁명의 도끼였다.
명리학의 렌즈로 료마를 들여다보면, 그는 거대한 바다인 임수(壬水)다. 임수는 고여 있지 않다. 제방을 무너뜨리고, 경계를 허물며, 끝없이 흘러간다. 료마가 탈번(脫藩)을 감행하고, 원수지간이었던 삿초 동맹을 성사시킨 그 유연한 파격은 바로 이 임수의 기질에서 나왔다.
반면 오료는 한낮의 태양인 병화(丙火)다. 그녀는 숨기지 않는다.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뛰쳐나올 수 있었던 그 대담함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꿰뚫고 행동으로 옮기는 병화 특유의 폭발적인 솔직함이었다.
물(水)과 불(火)은 상극이다. 만나면 꺼지거나 증발한다. 그러나 료마와 오료의 만남은 달랐다. 밤바다 같은 료마의 어둠 위로 오료라는 태양이 떴다. 명리학에서는 이를 '강휘상영(江輝相映)'이라 한다. 강물에 태양 빛이 비치어 찬란하게 빛나는 형상. 료마의 이상은 오료의 현실적 에너지를 받아 구체화되었고, 오료의 열정은 료마라는 바다를 만나 비로소 방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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