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 & 우미인, 무너지는 세계를 떠받친 단 하나의 사랑
매서운 바람결에 실려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칠게 굴러가며 한 시대를 으깨어 버리는 소리가 들린다.
기원전 202년, 해하(垓下). 천하를 호령하던 패왕(覇王)의 막사 밖으로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려왔다. 사면초가(四面楚歌). 그것은 단순한 노랫가락이 아니었다. 거대한 제국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였고,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기개(力拔山氣蓋世)를 가졌던 한 남자의 운명이 '절지(絶地)'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장송곡이었다.
오늘 우리는 승자가 기록한 역사책의 페이지를 덮고, 패자가 흘린 눈물의 성분, 그 속에 녹아 있는 운명의 지도를 펼쳐보려 한다. 항우와 우미인. 죽음이라는 벼랑 끝에서 비로소 완성된 이 처연한 사랑은, 가볍게 부유하는 현대의 사랑에 묵직한 파문의 돌을 던진다.
명리학의 눈으로 본 항우는 거대한 불기둥이다. 그는 천간과 지지가 같은 오행으로 이루어진 '간여지동(干與支同)'의 사주를 지녔을 것이다. 타협을 모르는 강철 같은 자아, 굽히느니 부러지기를 택하는 대나무 같은 기질. 그의 힘은 식상(食傷)의 에너지로 폭발하여 천하를 제패했으나, 그 강한 에너지는 귀를 닫게 만들었다. 그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불장군이었고, 자신의 힘만을 믿는 나르시시스트였다.
그런 절대적인 양(陽)의 기운을 가진 그에게, 우미인은 유일한 음(陰)의 안식처였다. 그녀는 항우의 사주에서 정재(正財)이자 인성(印星)의 복합적 역할을 했다. 전쟁터의 피비린내와 말발굽 소리 속에서, 항우가 유일하게 투구를 벗고 머리를 기댈 수 있는 어머니의 품이자 연인의 가슴. 그녀는 항우라는 고립된 태양을 식혀주는 단 하나의 그늘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잔인하게도 그들을 '절지(絶地)'로 몰아넣었다. 절지는 십이운성 중 기운이 완전히 끊어지는 자리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 그곳에서 항우의 애마 추(騅)마저 발을 떼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그 순간, 항우는 칼 대신 붓을 들어 노래했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하나, 때운이 불리하니 추(馬)도 나아가지 않는구나. 추가 가지 않으니 이를 어찌할꼬, 우(虞)여, 우여! 그대를 어찌할꼬!"
이것은 노래가 아니었다. 천하를 잃은 것보다, 눈앞의 여인을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에 무너져 내린 한 남자의 무너져내리는 통곡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