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앤 해서웨이, 떨어져 있음으로써 완성된 사랑의 문법
역사는 종종 한 줄의 유언으로 한 사람의 생애를 난도질하곤 한다.
1616년, 영문학의 거장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남긴 유언장에는 기이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의 아내에게, 내 두 번째로 좋은 침대(Second best bed)를 물려준다."
세상은 비웃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문호가 조강지처에게 남긴 것이 고작 헌 침대 하나라니. 이것은 냉대인가, 모욕인가, 아니면 지독한 증오의 표현인가. 사람들은 셰익스피어가 런던에서 화려한 명성을 떨칠 동안, 시골에 남겨진 늙은 아내 앤 해서웨이는 버림받은 것이라 수군거렸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그 낡은 침대보 밑에 숨겨진 진실을 들춰보려 한다. 소란스러운 런던의 극장이 아니라, 침묵이 내려앉은 스트랫퍼드의 침실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그곳에는 우리가 알던 천재 작가가 아닌,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기 위해 평생을 도망치고 또 돌아와야 했던 한 남자의 '식신(食神)적 고뇌'가 서려 있다.
시간을 1582년으로 되돌려 본다. 18세의 소년 윌리엄과 26세의 여인 앤.
여덟 살이라는 나이 차이는 당시로서도 파격이었으나, 더 큰 문제는 앤의 배 속에 이미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엄격한 청교도적 규율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혼전 임신은 씻을 수 없는 스캔들이었다.
명리학적으로 이 만남을 들여다보면, 윌리엄은 솟구치는 봄의 기운인 갑목(甲木)과 닮아 있다. 땅을 뚫고 나가려는 창조적 에너지, 즉 식신(食神)이 제어할 수 없이 폭발하는 시기였다. 반면 앤은 늦여름의 대지처럼 뜨겁고도 단단한 토(土)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나무는 흙이 없으면 뿌리내릴 수 없다. 방황하던 소년 윌리엄에게 앤은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주는 대지였으리라. 심리학자들은 이를 초기 열정인 '에로스'가 사회적 금기를 넘으면서 '운명 공동체적 결속'으로 강화된 사례로 본다. 세상이 그들에게 손가락질할 때,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 뒤로 숨었다.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차라리 공범자들의 전우애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년은 너무 어렸고, 가장의 무게는 너무 무거웠다. 식신은 본능적으로 자유를 갈망한다. 좁은 시골 마을 스트랫퍼드는 거목으로 자라날 윌리엄의 뿌리를 감당하기엔 너무 비좁은 화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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