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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an 12. 2023

My January

올해도 1월이 찾아왔다. 그러면 나는 그날이 생각난다. 한 스승님의 죽음... 인생 처음으로 가족 외에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었다. 그때당시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의 나에겐 무척이나 황당한 일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잊지 못한다. 내 안에 남겨진 그녀의 흔적을..

그녀와 나의 이야기는 2018년의 여름이 끝나가는 새 학기 첫날의 영어 수업부터다.

우리 반 영어문법 선생님으로 배정된 그녀는 아주 아담하고 삐쩍 마른 연세 많은 할머니 선생님이었다. 온 힘을 다해 소리를 내며 수업을 진행하고, 네 반 중 가장 시끄럽다는 우리 반을 담당하신 그녀에겐 상당한 고민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반은 수업이 진행되어도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와 딴짓하는 모습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반장과 부반장인 우리가 주의를 해도 그들은 여전히 멈추지 안 자, 결국 포기했다.

나는 부반장이자 영어 담당자 선생님의 보조로 그날의 숙제를 모아 선생님께 전달하거나 선생님께 호출을 받아 다음 수업 준비물과 진도를 알아내는 당번을 했다.


그래서 더욱, 몇 없는 수업 듣는 학생들과 함께 선생님 말에 귀담아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다. 열심히 하는 선생님이 서운해할까 봐. 미안해서 나라도 듣고 있다고 눈빛으로 열중적임을 보여줬다. 그녀는 종종 나를 보며 이야기했고 나의 이러한 메시지를 받아들인 것 같아 보였다. 다행이다 싶었다.


수업에 집중하고 하다 보니 시험 점수도 어느 정도 좋게 나왔다. 하지만 나의 목표 점수까지 매번 아쉽게 도달하지 못했다. 나는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다음이요! 다음엔 꼭 목표 점수 딸게요! 진짜 다음엔 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나의 다짐을 귀여워하며 미소 지우셨다. 그럼 어디 한 번 따 보렴 하고 우리는 약속을 했다.


다음 시험이 다가오자 또 몇 점 부족해서 목표 점수에 미치지 못하자 또다시 그녀에게 다가가 똑같이 말했다. 그녀는 그때와 같은 반응으로 반신반의하며 웃어댔다. 그리고 어디 한 번 따보렴 하고 우리는 약속했다. 이번엔 진짜 진짜로 따고 말 거다. 입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따고 말 거야!


하지만 그 뒤로 그녀는 학교를 쉬었다. 뚝하고 발길이 끊어지자 곧 시험이 다가오는 내 안에 안개가 꼈다. 담임 선생님께서 그녀는 당분간 적어도 이번 학기는 개인사정으로 안 하여 결근하게 되었다고 전해졌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럼 나와의 약속은?

목표 점수를 증명할 수 없으면 의미 없잖아..

왜 갑자기 그만두신 걸까..?


온갖 생각을 하며 새로 배정받은 선생님을 보았다.

그녀보다 건강해 보이고 나이도 훨씬 어렸다. 반 애들은 갑작스럽게 전환된 상황에 적응 못했는지 전보다 더 심하게 떠들어댔다. 수업이 수업이 아닌 영어수업 시간이 지루하고 짜증이 났다. 제발, 빨리 돌아와 주세요 선생님..!


가을이 지나 겨울이 찾아왔을 때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됐다. 담임 선생님께서 전해온 말에 귀를 의심했다. 그건 그녀가 말기 암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암이라고요? 심지어 말기.. 암이요?'


암은 살도 빠지게 한다는데 어쩐지 그녀의 몸은 너무나도 심했다. 가끔 복도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데 힘없이 걷는 그녀의 모습이 어찌 빈약했는지.


그날은 특별히 그녀가 학교에 오셨다고 한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나는 곧바로 그녀가 있는 교무실에 찾아갔다.

문을 열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선생님!! 하고 소리쳤다. 그녀는 그때와 같은 미소로 웃어댔다.

' 아아.. 돌아오셨구나 이제 또다시 우리 반으로 오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렇게 전했다.

"선생님, 다시 저희 반으로 와주세요. 선생님이 가고 나서 저희 반 애들도 저도 선생님을 너무 그리워했어요. 다들 돌아오라 날리에요. "


그녀는 고맙다고 하며 그때와 같은 미소로 웃었다. 여름의 해바라기 차람 활짝 핀 웃음꼿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더 늦기 전에 전하고 싶었다. 고맙다고. 하지만 떠나지 말라고. 우리와 다시 함께 있어 주라고.


그게 우리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결국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다음 해 1월 중순. 그녀의 비극 소식을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듣게 됐다. 작은 체육관에 온 학생이 모인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녀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자 그 순간 한쪽에서 무너지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담당한 부활동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이쪽에선, 그게 누구야? 하고 피시식 웃어대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모든 광경을 보며 얼어붙어 버렸다. 믿어지지가 안았다. 뭐라고? 누가.. 죽었다고??

손을 꽉 쥐었다. 애써 눈물을 참았다. 단지 갈등과 원망이 내 감정을 휘둘렀다.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들키지 않게 괜찮은 척 평소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밤이 되어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혼자 방에 들어가 영문법 수업 책을 앞에 둔 체 눈물을 흘렀다. 소리 없이 길게 울었다. 큰 방물이 뚝뚝 떨어젔다. 손에 들고 있던 휴지를 꽉 쥐고 울었다.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대학 졸업도 앞둔 지금. 올해도 1월이 찾아왔다. 개인적 이유로 그녀의 무덤에 찾아가진 못하지만 이 시기가 되면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보다 키가 작고 마른 그녀의 뒷모습과 여름의 해바라기처럼 활짝 핀 미소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가 음 만났을 때부터 암이 진행 되었을까? 
그걸 모르고 속삭였던 우리...

하지만 부디 천국에서는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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