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봄이 왔다 여느 때보다 일찍 져버린 벚꽃...
그래서 올봄은 덜 슬플까?
해마다 이맘쯤엔 화랑유원지 벚꽃이 눈처럼 날렸다
그러면 노란 현수막들이 하나 둘 걸리고 떠난 이들을 추억한다
하지만 추억은 늘 오염된다. 여기저기에 추모행사를 반대하는 이들의 현수막이 등장하고 긴장감이 감돈다
그리고 경찰차들이 줄을 지어 유원지 주변에 늘어선다
우리는 슬퍼할 권리도 있고 슬퍼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그런데 최소한 슬퍼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나는 슬프다 아직도 슬프다
왜 슬프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들은 나의 눈물을 손가락질한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나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이들에게 분노한다
나는 내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좋고 아이의 뺨을 비비고 엉덩이를 토닥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내 아이가 사라진다면 나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특별히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그냥 슬플 뿐이다
내일은 4월 16일이다
벌써 9주기이다. 그 당시 내 아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이기적은 생각을 했던 게 미안해진다
그리고 여전히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다
지난 10 월에 이태원 참사가 있지 않았던가
언제쯤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지,
그런 날이 오기는 할지 반문해 본다.
내일 나는 그들을 보러 간다. 아픔을 딛고 선 그들을
그리고 위로의 눈빛을 보내줄 것이다
참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