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산삼, 바다엔 해삼, 우리 집엔 고3
K고3을 위하여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18년을 평범하게 자랐다면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바로 고3. 우리 딸은 올해 고3이다.
그리고 난 고3 엄마다. 고3이라고 해서 별로 특별한 것은 없다. 아침에 밥 챙겨주고 학원 데려다주고, 뭐 그런 일상적인 것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고3엄마라는 것을 내세우면 다른 이들의 이해를 쉽게 받는다
"아이가 고3이라서요"라고만 해도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남다른 이해와 배려를 받는 느낌이다.
대한민국에서 고3의 위치는 정말 절대적이다. 아마 북한도 수능날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랬다간 정말 난리가 날지도 모른다. 이미 난리지만.
고3이 되면 부모들은 아이의 성적에 달관하거나 포기하거나 노심초사하거나 뭐 그 중간 어디쯤이다
왜냐면 승부는 어느 정도 결정 난 상태이니까
우리 아이는 경기도의 평범한 일반고에 다닌다. 그래서 아이한테 크게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자기가 열심히 해서 잘하는 것이 기특할 뿐이다.
고3 학부모가 할 특별한 일 한 가지는 마음 어루만지기이다
아무래도 예민한 시기이다 보니 자극은 될 수 있으면 주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걸 다 맞춰 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자기 인생 잘 살려고 공부하고 대학에 가는 것이니까
나는 아이를 시험관으로 어렵게 낳아서 그런지 아이와 하는 모든 일이 즐겁기만 하다
고 3 엄마가 된 것도 좋다. 이런 심장 졸이는 기분을 언제 또 가져보겠는가?
가끔 날씨 좋은 날 김밥과 떡볶이를 해가지고 학원 근처 공원에서 먹는다. 일 하는 중간에 짬을 내서 이런 데이트를 한다. 아이가 편의점에서 대충 먹는 것이 너무 안쓰럽기 때문이다.
아이는 한 끼 정도는 대충 먹어도 된다며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너무 잘 먹는 아이를 보면 포기할 수가 없다
"엄마의 즐거움을 빼앗지 마. 나중에 이것도 다 추억이 될 걸"
남들이 보면 유별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좋다. 아이도 좋아하고 나도 좋고
쿵짝이 정말 잘 맞는다. 그렇게 과일 후식까지 먹이고 학원에 들여보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너무 애쓰지는 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자. 뭐 어떻게 되겠지"
딸이 말한다
"엄마 운도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대"
"아유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들었대? 우리 딸은 모르는 게 없어. 똑똑하기도 하지"
우리 아이는 나를 고슴도치 엄마라고 한다. 나는 아이가 예쁘다. 그래서 늘 말한다.
"우리 딸은 왜 이렇게 예쁘지?"
"진짜?"
"물론 주관적으로"
"에이"
그래도 엄마는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은 널 낳은 거라고 말해 준다. 이건 빈말이 아니다 정말 그렇다
고 3인데도 여전히 귀여운 아이를 꼭 안아준다. 시도 때도 없이. 이 것이 고 3 엄마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