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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클리스트 Aug 06. 2022

"면접관님, 면접시간에 하품은
왜 하시는거죠 ?"

역지사지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고 싶은 모 회사 면접관들에게

금요일에 모 자산운용사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다. 브런치에 부정적인 경험을 남기고 싶진 않지만, 이 부정적인 경험 또한 좋은 회사를 찾아가기 위한 여정이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기록이 되겠다 싶어 결정했다.



하나의 포지션에 3차 전형까지 치르는 프로세스였다. 1차는 실무진(팀장 및 실장급), 2차는 임원진(전무, 상무), 3차는 대표이사 면접이었다. 1차 면접은 무사히 통과를 했고, 문제의 발단은 2차 면접 때였다. 주어지는 과제에 대하여 운용 전략을 수립해 임원진을 대상으로 PT를 진행하는 것이 2차 면접이었다. 3일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목요일 발표 예정이었다. 그런데 목요일 당일 아침에, 2차 면접 일정을 다음 날로 하루 연기하는 게 아닌가. 이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고, 좀 더 빨리 면접자에게 알려주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만 남았다.    


면접 연기는 차치하고서라도 면접자로서 화가 나는 상황은 금요일에 펼쳐졌다. 금요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된 PT 면접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실장'이라는 면접관이 입도 안 가린 채 하품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뽑고 싶지 않은 지원자였거나, 지원자의 PT가 지루했다면 충분히 하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실장이라는 면접관은 1차 면접에도 참석했던 사람이고, 내가 맘에 들지 않았다면 2차 면접에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면접 과제 또한 최선을 다해 준비해 갔고, 타 지원자들과의 차별성도 충분히 두었기에 면접관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금요일이라서 한 주 동안의 육체적 피곤함이 쌓여서 하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오후 4시였지만, 늦은 점심을 먹고 식곤증이 온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엄연한 면접 시간" 아닌가. 회사에 재직 의사가 있는 면접 지원자와 해당 회사의 임원진이 처음으로 만나는 "약속" 시간인 것이다. 그 약속을 당일날 갑자기 연기한 것도 모자라, 면접 시간에 하품을 하고 앉아있다. 하품을 하면 옆사람에게도 전염이 되는 특성 탓인지, 그 옆에 앉아있던 임원도 하품을 하기 시작하는데 면접자의 시선에서는 아주 가관이었다. 면접관 2명과 필자 모두 마스크를 벗고 진행해서, 입도 가리지 않은 채 하품을 하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었다.  


2차 면접의 지원자가 맘에 안 들어서 그럴 수 있다 치기에는, 면접 시간이 1시간 소요됐다. 수행해온 과제가 맘에 안 들고, 지원자를 별로 뽑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진작에 면접을 일찍 종료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이 날 면접은 다수의 지원자가 있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진행된 마라톤 면접이 아닌, 나 혼자 진행된 면접이었다. 전날 면접관이 밤늦게 상갓집에 다녀와서 피곤했을까, 혹은 밤새서 보고를 준비해야 할 만큼 급박한 딜이 있었나 생각하기에는 최근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아 거래가 되고 있는 딜도 많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 회사는 그냥 안 가면 된다고 단순하게 넘겨버릴 수 있다. 그런데 3일간 과제를 수행해온 지원자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개무시해버리는 면접관들의 태도는 참을 수가 없었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꼭 좀 가르쳐주고 싶었다. 만약 상황을 바꿔, 신성한 면접 시간에 지원자가 마스크를 쓴 채로 하품 혹은 마스크 벗은 상태에서 하품을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았다.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어도, 그 지원자는 볼 것도 없이 탈락행이었을 것이다.


아직 지원자가 입사 전인데도 불구하고 형성되는, 이 보이지 않는 갑/을 관계와 사실 알고 보면 그 임원들도 이 회사에 고용된 을의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을이 을에게 자행하는 그 갑질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 생활이 그렇게 굴러가는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세상에는 이 에피소드보다 더 한 경험을 한 지원자들도 많을 것이고, 이렇지 않은 면접관들도 많을 것이다. 다만 이 상황을 놓고 해당 면접관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댓글로 부탁드리고 싶다. 물론 필자에 대한 쓴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완료되어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30대의 인생이다. 






https://blog.naver.com/hmg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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