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가 필요한 교육 현장
우리의 한숨이
솜처럼 가벼워져야
우리 아이들을 위한
달콤한 솜사탕을
더 많이 만들어줄 수 있을 테니까.
수학을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은 몇몇 어린이를 제외한 많은 어린이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우리 반 재민이도 수학 공부를 특히 싫어했다. "수학책 가지고 오세요."라는 말에 재민이는 한숨부터 쉬었다. "선생님, 국어 하면 안 돼요?" 그의 간절하고 반짝이는 눈망울에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지만, 평정심을 되찾고 말했다. "지금은 수학 시간이에요." 재민이는 수학책을 가지러 가는 걸음마다 한숨을 툭툭 내뱉었다.
그 한숨을 바라보며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수학을 정말 어려워했다. 분수 계산은 왜 이렇게 이해가 안 가는지, 입체 도형은 도무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공책에 풀이를 적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허공에 대고 문제 푸는 척을 했다. 정말 그냥 척이었다. 손으로는 문제를 휘갈기고, 입으로는 나름대로 숫자를 중얼거리며 진지하게 연기를 했다. 내게 주어진 배역이 암기 천재의 역할이라도 된 듯, 꽤나 실감 나는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그건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통하는 것이었다. 내 짝꿍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새 학기에 처음 받은 교과서처럼 깨끗한 내 책과 공책을 보고 짐작했을 것이다. 그때 내 짝꿍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얘가 왜 이러지?” 하고 무서웠을까, 아니면 암기 천재 연기를 펼치는 내가 안타까웠을까? 하지만 확실한 건 내 짝꿍이 남다른 배려심을 지닌 아이라는 것이었다. 말없이 풀이가 적힌 공책을 쓱 밀어주고, 이해하기 쉽게 나름의 설명도 덧붙여줬다. 또 궁금한 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적어두기도 했다. 짝꿍의 배려 덕분에 나는 암기 천재 배역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수포자를 만들지 않겠다며 수학에 호감을 갖자를 외치는 수호자 선생님이 되었다.
수학책 안의 숫자들이 모두 더해져서 재민이의 책을 무겁게 만들었는지, 축 처진 모습으로 수학책을 들고 오는 재민이에게 나는 말했다. “재민아, 풀다가 어려우면 선생님이 함께 도와줄 거야! 선생님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선생님은 네가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낼 거라는 걸 알아.” 이 말에 재민이는 아까보다 한층 밝아진 표정을 지었다. 재민이는 궁금한 게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손을 번쩍 들었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의 리액션에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수학 공부 끝!” 목표를 달성한 재민이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책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까 던져놓은 한숨을 하나둘씩 주워서, 마치 달콤한 솜사탕을 쥐고 오는 것처럼 기분 좋게 자리로 돌아왔다. “선생님, 수학은 어렵고 힘든데 그래도 오늘은 좀 재밌었어요.” 여전히 재민이에게 수학은 어렵지만, 재민이를 배려한 편안한 환경과 따뜻한 지원이 있다면 오늘처럼 수학 문제의 어려움이 한층 가벼워질 것이다.
나는 이런 환경과 지지가 교육 현장에도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에게도 여전히 특수교육의 일은 쉽지 않다.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언제든 질문할 수 있고, 특수교사를 배려한 지원과 지지를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민이처럼 우리도 “특수교육은 어렵고 힘들지만 오늘은 이렇게 해냈어요!”라고 말할 수 있기를. 오늘이 쌓여 매일이 되기를 바라본다. 힘든 교육 현장에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한숨이 솜처럼 가벼워져야 우리 아이들을 위한 달콤한 솜사탕을 더 많이 만들어줄 수 있을 테니까.
동료 교사이자 한 사람으로서,
모든 선생님들께 깊은 존경과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선생님께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