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의 함정을 넘어 경영의 실전으로 이식하기
지난 글에서 우리는 한국 상권이 스스로의 근육을 퇴화시키는 지원 중독이라는 족쇄에 묶여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 족쇄를 풀고 자생력을 갖춘 경영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가?
일본의 에리어 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 이하 AM)는 그 해답을 쥐고 있다. 일본의 AM은 단순히 거리를 깨끗하게 만드는 정비 활동이 아니다. 쇠퇴해가는 지역의 자산 가치를 보전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동력 삼아 지역 경제를 재설계하는 고도의 부동산 기반 비즈니스이다.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자생적 모델 구축에 난항을 겪는 한국 상권에 일본의 사례는 뼈아픈 실책을 되짚게 하는 동시에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일본 AM 모델의 가장 강력한 시사점은 도로, 광장, 공원 등 공공 공간에 대한 관점의 차이이다. 한국에서 공공 공간은 단순 통행로이자 행정의 규제 대상이지만, 일본은 이를 지역 경영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한다.
점용 허가를 통한 수익 창출 : 일본은 도로 점용 허가 특례 등을 통해 AM 조직이 노천카페를 운영하거나 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행정으로 귀속되지 않고, 다시 지역의 청소, 보안, 마케팅 비용으로 환원된다. 회계연도의 창살에 갇힌 보조금이 아니라, 매일매일 상권에서 만들어지는 생생한 자체 엔진인 셈이다.
시사점 : 한국 상권도 보조금에 목매는 대신, 상권 내 유휴 부지나 공공 공간을 민간이 수익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화해야 한다. 돈 버는 공공 공간이 전제되지 않는 자립 경영은 결국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일본의 AM은 개별 점포의 매출 증대를 넘어, 지역 전체의 자산 가치(Asset Value)를 우상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앞서 지적한 임대인과 상인의 분절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타운 매니지먼트의 디테일 : 도쿄 마루노우치나 니혼바시의 사례처럼, 지역 전체의 톤앤매너를 유지하고 업종 구성을 전략적으로 배치(Tenant Mix)하는 활동이 핵심이다. 내 건물의 가치가 옆 건물, 그리고 거리 전체의 매력도와 동기화되어 있다는 자산 가치 공동체 의식을 공유한다.
시사점 : 한국 상권 정책의 주인공은 그동안 상인에만 국한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자립을 위해서는 임대인(건물주)을 상권 경영의 책임 파트너로 끌어들여야 한다. 자산 가치 상승이라는 확실한 보상을 매개로 임대인들이 지역 기금(Levy)을 분담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일본 행정은 AM 조직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되, 세세한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지적했던 전문 운영 주체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적 결단이다.
민간의 자율성 보장 : AM 조직이 스스로 지역의 비전을 세우고 수익 구조를 설계하면, 행정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서포터 역할을 수행한다. 1년 단위의 회계 보고서에 목매는 한국식 관치 거버넌스와는 대조적이다.
시사점 : 이제 한국의 공공도 집행자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민간 전문 조직이 상권에 뿌리 내리고 장기적인 실험을 할 수 있도록 3~5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행정이 손을 뗄 때 비로소 민간의 경영 감각이 살아나고 전문가가 현장에 남게 된다.
일본의 모델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수십 년에 걸쳐 증명해온 민간 주도의 자립 경영은 한국 상권이 소멸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지원이라는 안락한 마취에서 깨어나, 우리 스스로 상권의 가치를 창출하고 재투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국 시사점의 본질은 하나로 귀결된다. 상권은 보호받는 곳이 아니라 경영되어야 하는 곳이다. 이 명확한 진리를 우리 현장에 어떻게 이식할 것인가. 이제는 구호가 아닌 실천적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이토록 정교한 민간 주도의 경영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는가. 다음 글에서는 Area Management 조직의 진화 과정과 구조를 다룬다. 특히 일본 지역 운영 조직이 어떤 역사적 흐름을 거쳐 지금의 구조적 진화를 이루어냈는지, 그 발전의 궤적을 심도 있게 추적해본다.
일본처럼 우리 동네 골목길에 멋진 노천카페를 열고, 거기서 나온 수익으로 상권을 직접 청소하고 관리한다면 어떨까요? 법적인 제약이 풀린다면 여러분은 어떤 수익 사업을 먼저 제안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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