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규제를 풀자 도시가 움직였다.(후쿠오카)

후쿠오카 텐진·하카타가 보여준 공간혁신 기반 자립형 상권 경영

by 김영기

일본의 지방 도시 가운데 최근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한 곳을 꼽는다면 후쿠오카가 빠지지 않는다. 특히 텐진과 하카타 일대는 도시 재편과 상권 운영 전략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 지역은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거나 상업시설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 공간 자체를 장기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냈다.


후쿠오카의 변화는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도심을 어떻게 다시 경쟁력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해답은 예상보다 단순했다. 공공이 모든 것을 직접 실행하는 대신, 민간이 도시 공간에 투자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바꾸는 것이었다.


1. 도시 규제를 풀어 민간 투자를 끌어내다.

후쿠오카 도심 재편의 핵심 정책은 텐진 빅밴(Tenjin Big Bang)이다. 2015년 발표된 이 정책은 노후화된 도심 건물을 재건축하고 도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핵심 내용은 건물 높이 제한 완화, 용적률 상향, 일부 용도 규제 완화 등이다.

이 정책의 목적은 단순한 건축 규제 완화가 아니었다. 도심에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 텐진 지역의 건물들은 평균 높이가 약 60미터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규제 완화 이후에는 100미터 이상의 복합 건물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스카이라인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업무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이 결합된 복합 공간이 도심 곳곳에 들어서면서 도시의 경제 활동 구조 자체가 다시 구성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가 하나 나타났다. 민간 기업이 도시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2. 상권을 운영이 아니라 경영하다.

텐진과 하카타 지역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상권 운영 방식의 변화다. 이전에는 개별 점포나 건물 단위로 상업 활동이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지역 전체의 동선과 공간 경험을 고려한 전략이 등장했다.

대형 디벨로퍼와 상업시설 운영 기업들은 단순히 건물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도심의 보행 흐름, 방문객 체류 시간, 거리 이벤트, 공간 디자인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운영 전략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접근은 개발 이후의 관리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복합 건물과 공공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행사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이러한 활동은 도시의 매력을 높이고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즉, 공간 개발과 공간 운영이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건물 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심 전체가 하나의 경영 대상이 된다.


3.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만드는 도시 운영

후쿠오카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다.

후쿠오카시는 규제 완화와 도시계획 조정을 통해 민간 투자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도로 점용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공공 공간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민간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실제 상권 운영과 공간 활용은 민간 기업과 상업시설 운영 조직이 주도한다. 상인과 사업자들은 지역 행사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생활권 기반의 의견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도시 운영을 특정 기관이 독점하지 않도록 만든다. 공공은 도시의 틀을 설계하고, 민간은 공간을 운영하며, 지역 조직은 생활 기반 요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결국 도시의 활력은 이 세 주체가 균형을 이루며 만들어낸다.


4. 공간 자체가 수익을 만드는 구조

텐진과 하카타 지역의 또 다른 특징은 수익형 공간 운영 전략이다.

광장, 보행 공간, 상업시설, 역세권 공간을 활용한 이벤트와 문화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기업 프로모션, 마켓 행사, 체험형 콘텐츠 등이 정기적으로 운영되며, 이러한 활동은 지역의 경제 활동을 촉진한다.

특히 복합 상업시설에서는 유료 프로그램이나 체험 콘텐츠가 다양하게 운영되는데, 이는 단순한 상업 활동을 넘어 도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산업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공간 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에 다시 투입된다. 즉, 공간 운영 자체가 지역 경제를 강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5. 한국 도심 상권과의 구조적 차이

후쿠오카 사례를 한국의 도심재생이나 상권정비 사업과 비교하면 몇 가지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첫째, 한국은 공공 예산 중심의 사업 구조가 강하다. 사업 기간과 규모가 예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둘째, 공공기관이 시설 개선이나 프로그램 운영을 직접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민간의 역할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상권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 등 다양한 정책 목표가 동시에 설정되면서 운영 전략이 분산되기 쉽다.

반면 후쿠오카는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민간이 공간 운영과 상권 전략을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구조는 도시 경제 활동이 자연스럽게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6. 도시 상권의 미래는 구조에 달려 있다.

후쿠오카 텐진·하카타 사례는 상권 정책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도시의 상권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힘은 무엇인가?
시설 개선인가? 예산 지원인가? 아니면 운영 구조인가?

후쿠오카의 경험은 분명한 답을 보여준다. 도시 공간의 경쟁력은 단기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운영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민간과 공공, 그리고 지역 조직이 함께 참여하는 체계가 만들어질 때 도시 상권은 지속적인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의 여러 도시 사례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역경영 모델을 구축해 왔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일본 Area Management 성공 사례의 공통 구조를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재원, 운영 주체, 운영 방식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세 가지 핵심 원리를 중심으로 일본 지역경영 모델의 구조적 특징을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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