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밑 빠진 상권, 6가지 족쇄를 끊어야 산다.

50년의 관성을 깨고 경영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제언

by 김영기

"보조금은 영양제가 아니라 상권의 근육을 퇴화시키는 마취제였습니다."


수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도 우리 동네 상권이 늘 제자리걸음인 진짜 이유를 아십니까? 지난 50년간 우리는 상권을 경영한 것이 아니라 보호라는 미명 아래 의존적인 구조 속에 가두어 왔습니다. 이제 상권의 발목을 잡고 있는 6가지 치명적인 족쇄를 하나씩 풀어헤쳐 봅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한국 상권 정책이 50년 동안 물리적 정비라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짚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외형에만 있지 않다. 상권이 스스로 자생할 수 없게 만드는 더욱 깊고 고질적인 구조적 족쇄들이 존재한다.


1. 지원금 중심의 의존적 구조와 자생력의 거세

대부분의 상권 활성화 사업은 공공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직적 구조를 띈다. 재원이 외부에서 오다 보니, 상권의 주체들은 상권을 어떻게 개선하고 수익을 낼지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다음 지원 사업을 따낼까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지원금이 끊기는 순간 상권의 동력도 함께 멈추는 이른바 지원 중독 현상이다. 스스로 재원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구조가 없는 상태에서의 보조금은 상권의 자생 근육을 키우는 영양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 근육을 퇴화시키는 마취제로 작용하고 있다.


2. 분절된 상권 주체와 책임 없는 거버넌스

상권을 구성하는 세 축인 임대인(건물주), 상인, 공공이 의사결정 구조 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특히 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소유한 임대인은 상권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은 고스란히 향유하면서도, 상권 관리나 투자 책임에서는 철저히 비켜나 있다. 책임은 공공이 지고, 운영은 상인이 견디며, 최종적인 자산 가치 상승의 이익은 임대인이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이러한 주체 간의 분절 속에서는 상권 전체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3. 상권을 경영할 전문 운영 주체의 결여

상권은 단순한 구역이 아니라 브랜딩, MD 구성, 이벤트 기획, 데이터 기반의 부동산 관리 등이 필요한 고도의 경영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 시스템에는 이를 전담할 전문 경영 조직이 없다. 현재의 방식은 사업 기간에만 잠시 머무는 외부 컨설턴트나 코디네이터를 투입할 뿐이다. 상권 내부에 상주하며 운명을 함께하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해 나갈 전문 운영 주체를 육성하지 않는 한, 선장 없는 배에 노 젓는 기술만 가르치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4. 정책적 프레임의 오류 : 상권을 지원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

가장 뼈아픈 지점은 정책 입권자들이 상권을 바라보는 시각 그 자체에 있다. 상권을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가치를 높여가는 유동적인 경제 단위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보호하고 보살펴야 할 복지나 시혜적 지원의 대상으로만 규정한다. 이러한 정책적 프레임은 상권을 시장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공 재원에 기댄 연명 치료와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게 만든다.


5. 정책 성과가 누적되지 못하는 지속성 없는 구조

회계연도라는 경직된 창살에 갇힌 1년 단위의 사업 집행은 장기적인 전략 수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매년 정해진 비목에 맞춰 예산을 소진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이전 사업에서 얻은 교훈이나 데이터가 다음 단계로 이어지며 축적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5년이라는 사업 기간은 유기적인 성장 과정이 아니라, 단절되고 파편화된 1년짜리 사업의 나열로 전락하여 정책적 효능감을 상실하고 만다.


6. 활성화가 소멸을 부르는 악순환의 메커니즘

왜 상권 활성화는 매번 막대한 돈을 쓰고도 원점으로 돌아오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상권이 활성화될수록 임대료가 치솟아 상권 특유의 색깔을 만든 주역들이 쫓겨나고, 그 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가 채우며 상권의 매력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상권의 가치 상승분을 상권 내부로 재투자하여 임대료를 안정화하거나 공동 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모순이다.


이제는 지원이 아닌 경영이다.

이 6가지 족쇄는 서로 얽히고설켜 상권의 자립을 가로막는 거대한 악순환의 굴레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단순한 예산 증액이나 단기 처방으로는 이 굴레를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이토록 뻔히 보이는 한계를 우리는 왜 수십 년간 극복하지 못했을까? 상인들이 노력을 안 해서일까, 아니면 공무원들이 무능해서일까?

답은 의외의 곳에 숨어 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법과 제도 속에 교묘하게 숨겨진 상권 성장의 브레이크를 본격적으로 파헤쳐 본다. 자립 경영을 꿈꾸는 당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보이지 않는 장벽들에 대한 이야기다.


[질문] 여러분이 계신 지역의 상권은 지원을 받고 있나요, 아니면 경영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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