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락 페스티벌, 돈과 시간의 트레이드오프에 대해 생각했다.
올해 4분기를 보내는 시점에서 누가 내게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무엇이었나요?" 묻는다면 나는 단연 락 페스티벌을 갔던 것을 꼽을 것이다.
락 페스티벌, 옛날 옛적 학창 시절에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공부도 안 하고 해외 유명 락 밴드들의 무대를 보면서 수능 끝나면 기타를 배우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밴드 활동을 하며 기타를 열심히 쳤지만 정작 락 페스티벌은 가보지 못했다.
대학생에겐 락 페스티벌의 티켓이 비싸기도 했고, 이것 말고도 여러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었을 것이라고 기억한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 일이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을 가장 좋아하던 시기엔 유명 밴드 무대를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유튜브도 있었고, 방송에서도 많이 나오는데 왜?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락 페스티벌 티켓을 줬다. 영업 활동에 쓰기 위해 티켓을 구입하던 중, 추가로 더 티켓을 사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그렇게 받은 공짜 표로 나는 한 여름의 락 페스티벌을 처음 가게 됐다. 라인업을 보며 드는 생각은 '누구지….'라는 것이었다. 10년도 넘는 세월, 내가 열정적으로 좋아하던 밴드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대신 여러 중견 밴드가, 이름은 얼핏 들어본 음악가들이 나와 무대를 채웠다.
앰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드럼과 베이스 소리는 여전히 내 심장을 울렸고, 찢을 듯 우는 소리를 내는 일렉기타는 내 몸을 방방 뛰게 했다. 데스메탈 무대에서는 열심히 슬램에 참여했고, 저녁 시간에는 누군지도 모르는 옆 사람들과 함께 노를 젓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나보다 더 열심히 즐긴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날 나의 모든 에너지를 사용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맨날 일하느라 피곤했던 몸이 그날만큼은 가벼웠다.
락 페스티벌을 다녀오고 나는 나중에 또 기회 되면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10년만 더 젊을 때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랬다면 더 체력이 좋았을 것이고, 나오는 음악가들도 더 많이 알고,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열정이 있을 땐 여유가 없고, 여유가 있을 땐 열정이 없다'는 생각이다. 학창 시절엔 음악을 열심히 들었지만 직접 무대에 갈 여력이 없었고, 직장 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지만, 그때만큼의 열정이 없다. 지금도 음악을 종종 즐기긴 하지만, 이전만큼 집중해서 듣진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제라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삶에서 직장과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이런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도 행했고, 아쉬움도 있었지만 아쉬움은 그저 아쉬움일 뿐이었다. 여러 만화나 드라마 주인공처럼 '회귀'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나는 그저 오늘의 나, 지금의 나를 살아냈을 뿐이다. 락 페스티벌 가서 알아낸 좋은 밴드들도 있다. 이전처럼 듣지 않는다고 아예 놓아 버린 것은 아니지 않냐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지금 할 수 있는데 지금 안 하면 나중에도 안 할걸?'이라는 말도 귓가를 맴돌았다. 노는 것과 배우는 것에는 때가 있지만, 그때는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이 많으면 시간이 없다고 했던가. 그런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항상 생각해 왔지만, 그게 세상의 진리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나대로 그렇고 그런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