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는 나를 잘 알아가는 게 중요하겠다.
아직 30대 초중반의 직장인. 정년까지 다닌다면 아직 30여 년은 더 다닐 수 있겠지만, 사실 정년이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정년 이후의 삶이 너무 길기 때문이고, 정년 이전의 삶도 안정적인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두 명의 선배와 저녁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었다. 한 분은 정년 퇴임을 하셨고, 다른 분은 정년이 아직 남았으나 회사를 나왔다고 한다. 1년가량을 논 뒤, 그러고는 다니던 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곳으로, 하던 일과는 다른 일을 맡아 출근했다고 한다.
대화 주제는 나와는 거리가 좀 멀었다. 자식이 이제 대학교를 졸업하는 데 아이들이 직장을 어떻게 구하는지, 요즘 청년 구직 시장은 어떤지,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가는데 그 비용이 어떤지 등등. 사실 따지고 보면 나의 아버지와도 비슷한 연배의 선배들인 셈이다.
다만 내가 느꼈던 것은 그 저녁 자리가 썩 기분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그런 나이까지 올라가지 않아 그런지, 저녁 자리에서 술을 한잔 두 잔 마시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막 얘기를 나누고 하하 호호 웃고 노는 그런 자리가 익숙했다.
취미는 무엇을 하는지, 당구장을 간다, 무엇을 배운다, 집에서 요리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과정에서 나는 나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그 직전 만났던 한 선배는 아직 정년이 한참 남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과 희망퇴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던 게 떠올랐다.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던 말들, 직업의 수명이 사람의 수명보다 짧아질 것이라던가, 은퇴 이후의 삶이 더 기니 돈을 벌 수 있을 때 많이 모아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던가, 더 이상 국민연금이 젊은이들의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더라 하는 것들. 이런 게 새삼스레 다가온 순간이었다.
은퇴 이후엔 무엇을 해야 할까? 국민연금도 내고 개인연금도 가입하고 나름 노후 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저녁 자리는 그것이 끝이 아님을 느끼게 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일과 직업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진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나마 가지고 있던 취미들도 잃어버렸으니, 사실상 연금 외에는 '노후 대비'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부족했던 셈이었다.
사실 내가 느낀 분위기가 무거워서,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그렇지, 그들은 은퇴 이후의 삶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선배들의 대화가 그리 암울했던 것은 아니었다. '헬스 하러 다니는 것이 재미있다, 근육이 붙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골프를 배우는데 도시와 달리 그래도 잔디를 밟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니 배우자가 좋아한다더라.' 하는 얘기들.
노후 대비를 시작해야겠다. 단순히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어떤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이런 것 하나하나가 내 삶을 쌓아갈 것이고 그것이 고스란히 노후로 이어져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썼던 락 페스티벌도 비슷한 경험이었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것. 그것 또한 노후 대비가 아닐까. 그렇다면 역시 나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삶도 복리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