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의 도시, 도시의 생동감

그저 그런 느낌들이었다.

by 루돌

올해 출국이 잦았다. 나트랑과 후쿠오카에 여행을 갔고, 싱가포르에도 출장을 다녀왔다. 여행은 딱히 어떤 구체적인 의도와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조금 할인이 들어왔길래 '돈 조금만 더 주면 우리나라를 떠내 해외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해외를 갔다고는 하지만 모두 아시아권 국가여서 어릴 적 흔히 생각하던 서양권 체험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특히 나트랑이나 후쿠오카의 경우 한국 사람들도 여행을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해외에 나왔다!' 하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그냥 '조금 익숙한 것에서 벗어났다', '낯선 것을 경험하고 왔다' 정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기를 탔다'였다. 나는 아직도 비행기 타는 것이 무섭다.


낯선 곳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전부 특이한 경험으로 남는다. 나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것을 크게 중점에 두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해외 경험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해외에서 택시 어플을 사용해 본 것도 처음이었고, 카드에서 수수료 없이 바로 환전이 되는 것도 처음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편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변하고 있는 것을 그간 느끼지 못했다는 반성도 하게 됐다. 죽은 물고기나 물살에 몸을 맡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물길의 변화는 알아두고 있어야 물고기도 헤엄을 치는 법이다. 맞는 비유는 아니겠지만.


올해 해외 경험 중에서 공통적으로 인상에 남았던 것은 도시의 생동감이었다. 나트랑은 유명 관광도시라 말할 것도 없이 활발했다. 정점은 저녁에 열렸던 야시장인데,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게 옛날 시내에서 열렸던 야시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후쿠오카에서도 밤이 되면 강가를 따라 포차들이 즐비했고 거리 공연 등 볼거리가 많았다. 싱가포르는 금융도시라 그런지 마리나베이 근처에서는 서류 가방을 들고 금융맨들이 돌아다녔다. 그 더위에서도 정장 다 챙겨 입고 움직이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서울도 돌아다니다 보면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요리 프로그램 인기 이후로 방문해 본 남영동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리고 나도 직장인이다 보니 퇴근 후에도 불이 켜져 있는 건물을 보며 '누가 일하고 있군'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쨌거나 나도 남들도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요즘따라 '생동감'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저들은 왜 저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인가. 무슨 의지와 목표가 있길래 저렇게 일하는 것일까 하는 것들. 누군가의 커리어 고민, 누군가의 노후 고민, 누군가의 취업 고민. 그런 것들이 도시에 모여 도시의 분위기를 정했고, 그런 도시에 있으면서 사람들도 그런 분위기에 물들어가는 것일까.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축제 때 닭꼬치와 뻥튀기를 먹었던 야시장의 분위기와 서울 맛집이 가득한 남영동과 불이 켜진 건물이 다른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나도 왜 그렇게 일하고 열심히 살려하는지 고민하겠지만, 이것은 내가 어디에 살고 있더라도 해야 하는 평생에 걸친 고민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느낌만 가득하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올해 출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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