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신호

몇 번을 감지해도 무시하면

by 노월

신발을 신으려 허리를 숙이다 뜨끔하게 삐어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무리한 일도 없는데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이렇게 허리통증으로 출근을 못할 정도로 요통이 심하다고. 검사해도 별 이상은 없고 요추 디스크 탈출 양상이 약간 보이지만 크게 심하진 않은 정도라고. 평소 허리가 불편하면 파스를 붙이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괜찮아지는데 이 번엔 기침만 해도 끊어질 듯 아프고 등허리를 펴기가 힘들다고.


몸에서 보내는 신호가 평소와 다르게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큰 곡절 없이 회복한다. 얼마 안 되어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약간의 조치로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그렇게 몇 번의 자극이 오고 간다. 별 것 아니네. 또 이러다 말겠지. 보니 패턴이 있구먼.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별 것 이기도 하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도 경험된 해소법으로 급한 불을 끈다. 그렇게 넘기고 넘어가던 임의의 처치가 점점 한계가 달한다. 누적되고 쌓인다.


일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평소와 다른 신호가 나타나면, 반복되는 행위의 어느 지점에서 불균형을 일으키는 자세가 있음이다. 늘 하던 데로 하고 있음에도 그 익숙함의 한 부분이 유발점이 되어 불편과 통증으로 나타난다. 어떤 자세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도 그걸 찾기 힘든 이유가 지금까지 별 탈을 낸 적 없던 자세였기 때문이다. 기대고 있는 자세가 원인이라고 인식해도 이미 자연스럽고 익숙해져 소파에 앉기만 하면 당연하게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익숙함에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몸에 밴 방식이어서 바꾸기 힘들다.


갑자기 목을 돌리거나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약간의 움직임도 허락되지 않는, 분명 어제까지도 별 이상 없었는데 오늘 아침 기상해서 일어나면서 발생한, 잠자리나 베개의 탓으로 돌리는, 특별한 작업이나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나타난, 도대체 왜 그런지 답답하고 억울할 지경의 감당하기 힘든 통증. 평소와 다른 어떤 일도 없었는데 이렇게 몸을 가누기 힘들게 아프다니.


컵에 물을 따르면 금방 넘치지는 않는다. 컵 바닥에서 물이 점점 차오르다 순간 넘친다. 그렇게 쌓인 거다. 누워서 티브이를 보는 자세로, 평소 모니터에 눈 빠질 듯 고개를 내민 자세에서, 매일밤 잠자기 전 옆으로 누워 폰을 보느라 한두 시간을 측와위 자세로 있었기에 조금씩 목어깨 근육이 굳고 긴장한다.


당장의 모면보다 왜 그런지 의문을 갖고 찾아본다. 몸에서 불균형의 신호를 보낸 이유가 있다. 보통은 당장의 불편함 해소를 위해 근이완제나 진통제로 상황을 넘긴다. 별 것 아니네. 몇 달 후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 낫겠지. 괜찮아질 거야. 몸에서 보내는 사소한 신호를 돌아볼 기회를 시간을 반복해서 등한시하면 어느 시점에 몸은 한계를 넘긴다. 비등점을 넘긴 물처럼.


최근 책을 읽는데 시간이 지나도 같은 쪽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정신을 차려 몇 장을 넘기다 다시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졸고 있는 거다. 피로가 쌓여있고 머리가 맑지 않은데도 책을 보는 중이다. 더 읽고 싶어 세수를 하고 다시 읽어도 얼마 안 간다. 그러면 책을 덮고 휴식을 취하거나 충분한 잠을 잘 때가 된 거다. 각성제가 아닌 수면이 필요하다. 잠은 잠으로 해결하는 게 좋다. 계속 이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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