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관계의 기술에서 배우다
친구와 마음이 안 맞을 때 어떻게 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을까?
- 같이 놀자고 물어봐요
- 놀다가 기분이 풀리면 아까 미안했다고 사과해요
일곱 살 아이는 벌써 관계의 기술을 터득했다. 갈등과 화해의 방법에 대해 선생님은 말하고 싶었다. 친구와 다시 기분이 좋아지려면 화해해야 한다는 답을 그려놓고 있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조금 황당한 답이었으리라. 화해. 그 안에는 사과와 용서, 두 입장이 있다. 사과로 풀어지지 않는 마음이 있다. 그것은 때로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갈등의 감정이 조금 녹고 사라져야 용서가 되기도 하니까. 그야말로 화해는 굉장히 어려운 타이밍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사과로 용서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그 마음이 잊혀야 한다. 오히려 사과와 동시에 과거로 다시 되돌아가 같은 갈등의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감정이 단순한 남자아이들은 금방 잊고 다시 놀지만 여자아이들은 감정이 꽤 오래간다. 여자친구가 많은 내 아이는 사과를 해도 친구의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경험이 수두룩하다. 진짜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아무렇지 않게 "같이 놀자"라고 얘기하는 것. 여기에도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거절당할 수 있다는 마음을 받고 관계를 위해 다시 시도하는 것이다.
지난 감정을 잊은 친구는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와 함께 논다. 아이는 기분이 좋아졌을 때 "아까는 미안했어"라고 사과한다. 그러면 친구가 사과를 받아줄 확률이 높아지고, 질문처럼 "다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매일 다투고 그 친구가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 잘못이 아닌데도 감정이 쌓이니 계속 갈등이 생겨 힘들어하던 때, 다시 예전처럼 놀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속상해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신기한 일이에요. 오늘 OO이랑 사과하지 않았는데 그냥 같이 놀았어요.", "엄마 오늘 OO이가 아까 싸웠던 걸 까먹었나 봐요. 다시 같이 놀았어요." 이때 아이는 친구의 기분이 나아질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나름의 관계의 기술을 터득한 아이를 보며 꼭 제 아빠 같았다. 남편은 연애 시절부터 나랑 싸우고(사실 거의 대부분이 일방적인 나의 화였음) 난 뒤에도 꼭 끼니때마다 "밥은 먹었어?" "뭐 해?"라며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걸곤 했다. 그러면 지난 감정이 눈 녹 듯 녹는 것이다. 무관심은 내 화를 더 돋우고, 미안해했으면 뭐가 미안한지는 아냐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을 텐데 아무렇지 않은 대화의 시도에 나도 무심하게 답변하다 다시 관계가 이어지고, 조금 감정이 정리된 후에 지난 갈등 상황을 깊이 있게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결혼은 잘 싸우는 이와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잘 싸우는 이"의 뜻은 "갈등을 잘 풀어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어떤 관계든 갈등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모두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서운하고 다투고 싸우기 마련이다. 꼬인 실타래를 계속 꼬을 것인가, 잘라낼 것인가, 풀어낼 것인가. 이 때 엉켜버린 상황에서 화든 미움이든 감정이 조금 누그러져야 진짜 갈등이 선명해지고, 분별력이 생긴다.
아이는 친구의 불편하고 싫은 감정이 조금 가라앉을 때, 진짜 화해의 순간을 알고 있다. 싸우고 잘 풀어내기 위한 타이밍, 아이가 배운 관계의 기술. 그 답은 비록 선생님이 원하는 답은 아닐지라도 아이가 직접 배운 다정한 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