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디어

점점 커지는 너의 세상을 무엇으로 채울까

by 세시반

점점 커지는 너의 세상을 무엇으로 채울까


여기까지만 할까?


엄마

포기는 배추 썰 때나 하는 거지




일곱 살 아이가 말했다. 그런 말은 도대체 어디서 배우는 거냐고. 브래드이발소에서 배웠단다. 가끔 툭툭 배어 나오는 아이의 언어에서 우리의 언어가 느껴지지 않을 때 낯설어진다. 느닷없이 어른스러운 말을 할 때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전생에서 배운 것인가. 이 아이는 도대체 뭐지?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대부분 만화에서 봤단다. 미디어의 영향력이란. 만화에서 배운 말과 삶의 태도가 때로는 내가 알려주는 인생보다 더 나을 때도 있더라. 다행이다. 좋은 영향을 받아서.


생각해 보니 엄마는 늘 비디오를 빌려서 나와 동생에게 보여주고는 했다. 엄마 나름 골라 보여준 것이었다. 아주 신중히 따져 골랐을 엄마의 모습이 이제야 선명해진다. 요술 우산을 타고 내려오는 아기천사 두두, 항상 호탕하게 웃으며 따뜻했던 호호아줌마는 엄마가 허용했던 우리의 세상이었다. 아직도 그 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영향력이 큰데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모른다. 나와 동생만 간직한 추억 같은 거랄까?


엄마가 심어준 동심은 내 인생 전반을 관통했다. 소외된 것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자꾸만 손 내미는 마음, 인간에 대한 배려와 태도, 다정하고 따뜻하고 싶은 정서와 정의감 등은 그 만화들로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 어릴 때 내가 본 브라운관 속 세상은 그러했으니. 늘 따뜻한 누군가가 손 내밀어주고 도와주고 지켜주던 그런 세상.


아이는 친구들처럼 헬로카봇이나 포켓몬스터 같은 것들을 보고 싶어 한다. 물론 그 안에도 유익한 내용도 있지만 아직은 거칠고 경쟁하고 싸우는 내용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모험이 많은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조금 더 어릴 때는 엄마 까투리, 옥토넛, 동물탐험대, 퍼피구조대를 보여줬다. 요즘은 아이와 디즈니를 즐겨본다. 월 E, 피터팬, 알라딘, 팅커벨, 토이스토리 시리즈 같은 것들을 함께 보며 조금 더 꿈이 있고 상상이 충만한 세상을 키워본다. 너도 나도 모르게 스며든 세상이 조금 더 인간적이고, 배려있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강인하고, 용감하고, 도전적이면 좋겠다.


언젠가 너도 나의 신중함을 알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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