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게 이직하고 싶다. 그런데...
몇 년을 한 회사에 근무했지만 새로 온 파트장 인성이 ...(말잇못)... 어쩔 수 없이 이직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경쟁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죠. 연봉도 비슷하고, 복지도 좋고, 이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A씨, 회사에다가는 그냥 아파서 쉰다고 하고 사직을 하겠다고 얘기했죠. 그런데 회사에서 '전직금지약정서'라는 걸 들이밀면서, 여기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퇴직처리가 안되어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뭔가 엄청 찜찜하여 사인하기 싫었지만, 몇 년간 차곡차곡 쌓여있는 퇴직금을 포기할 수도 없고, 좁은 업계에서 누군가와 척을 지고 싶지도 않았던 A씨는 여기에 사인을 하고 맙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두둥)
상쾌한 마음으로 경쟁사에서 잘 적응하여 근무하고 있던 A씨에게 갑자기 날아든 법원 서류 - '전직금지가처분신청서'!!!!
사실, 전직금지약정에 사인하고 싶어서 사인하는 직장인이 세상에 어딨답디까!!!
그리고, 직장 다니면서 배운 게 그거밖에 없는데, 그거 안 하면 이 나이에 어떻게 먹고살라고!!!!
너무너무 억울한 A씨,
그런데, 반대로 회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너무 중요한 회사의 핵심상품에서도 핵심기술을 알고 있는 A씨의 경쟁사로의 이직? 이건 뭐, 거의 산업스파이라고 봐도 무방한 거 아니냐!!!(쩌렁쩌렁)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법원은 이러한 양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줄타기를 합니다.
우리 법원은 기본적으로 경업금지약정의 존재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경업금지약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여 일반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으며, 근로자의 생계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대법원 2003. 7. 16. 자 2002마4380 결정 등), 입사할 때 작성한 근로계약서의 한 항목으로 기재되어 있는 정도만으로는 경업금지약정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리고 경업금지약정이 체결된 경우라도, 그 약정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즉, 법원은 이직하는 사람이 ▲ 전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고 전직한 회사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 ▲ 전직금지를 하면서 (퇴직금 말고 별도의) 보상을 받았는지, ▲ 전직금지의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고려해서 전직금지가 유효하다거나 / 어느 정도면 적당하다거나/ 아예 필요 없다거나 등의 판단을 합니다.
가령 인사나 마케팅 업무를 하는 직원이 이직해서 다른 회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업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지, 전 회사에서의 영업비밀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기술 연구원의 경우에는 경쟁회사의 기술을 빼내기 위한 경우일 수 있죠.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고려해야 해요.
그리고 연구원의 경우 전직금지약정을 하면서 회사에서 퇴직금 말고 별도의 보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비록 내 몇 년 치 연봉에는 택도 없는 금액을 받았더라도) 전직금지의 효력을 무시하기는 어렵겠죠.
그리고, 전직금지의 기간 또한, 몇억을 받았다고 하여 '10년간' 전직금지 이런 건 너무 심하겠죠? 판례를 보면 아예 무효로 보는 경우 외에는 6개월에서 3년 정도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기술직 연구원들에 대해서 1~2년의 전직금지기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늘의 TIP - 억지로 사인해도 일단 계약은 계약이다. 그래도 계약 내용이 너무 부당하면, 법원에서 사정을 좀 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