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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yeon Jun 13. 2023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것

『시몬의 꿈』 루스 마리나 발타사르(글, 그림) 



“엄마, 오늘 학교에서 어려운 질문을 받았어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요. 근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대답을 못 했어요.”


시몬은 생각한다.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면 좋을까? 엄마는 꿈이 답을 알고 있다는 할머니의 비밀을 전하고, 시몬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꿈과 함께 펼쳐진다. 꿈속에 나타난 벌새는 새가 사람이 될 수 없듯 사람도 새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네는 무엇이 되고 싶냐는 시몬의 질문에 왜 네가 아닌 다른 것이 되려고 하는지 되묻는다. 다람쥐는 “네가 원하는 것이면서도 항상 될 수 있는 것”이라는 힌트를 주고는 돌아선다. 이들의 도움으로 시몬은 결국 깨닫는다.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엄마! 할머니의 비밀이 내게도 통했어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알았거든요. 나는…… 내가 되고 싶어요!”


많은 시간, 나는 내가 아닌 무엇인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지내왔다. 내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럽게 나긋나긋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코끝이 조금 더 섬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손톱이 조금 더 길고 예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잘 붙는 몸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민감하지 않고 둥글둥글 어떤 환경에서든 쉽게 적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러나 그 마음들은 헛헛하게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었다. 시몬이 자신의 꿈을 자각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도 깨달았다. 새가 사람이 될 수 없고 사람이 새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다른 무엇인가가 될 수 없다. 다듬어가고 성장시켜갈 수 있는 부분은 있겠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로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나도 내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나의 몸을 존중하며, 예민하지만 그만큼 섬세한 나의 기질을 바탕으로 사랑하고 사랑을 나누며, 나에게 주어진 삶을 충만하게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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