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by 김승희

삶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한 번에 끝나는 이야기라면,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삶은 연속적인 시행이다.

수많은 판단, 외부의 압력, 우연한 선택들이 겹치며 조금씩 앞으로 밀려간다.

그래서 인생을 하나의 주제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한다.

삶은 설명보다 항상 잘게 쪼개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향을 잃는 순간은 대개 이때다.

삶을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처럼 느끼기 시작할 때.

모든 장면이 지겹고, 지금 하는 일들이 전부 무의미해 보일 때.


하지만 그 공허함은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

삶이 본래 그런 구조이기 때문이다.


삶은 케이크처럼 한 덩어리로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과 외압으로 만들어진 작은 알갱이들의 집합에 가깝다.

우리가 하루라고 부르는 것, 일이라고 부르는 것, 생각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각각 하나의 모래알에 불과하다.


그 알갱이 하나만 보면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같은 종류의 알갱이가 계속 쌓이면

그건 결국 하나의 사막이 된다.


지금의 우리는 그 사막 위를 걷고 있다.

눈에 띄는 성취 없이도, 대단한 사건 없이도

이미 수많은 반복 위에 서 있다.


그래서 삶은 반복을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반복을 대하는 감정이 아니다.

반복을 삶의 기본 단위로 받아들이는 인식이다.


삶은 계속 쌓인다.

의미를 느끼든 못 느끼든, 반복은 진행된다.

그 사실만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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