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학문이 아니다

by 김승희

누구나 질문을 품으며 산다.
거창한 질문일 필요는 없다.
삶에 대한 고민, 선택 앞에서의 망설임, 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
이 모든 것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질문을 붙잡고 답을 찾으려는 시도,
그 자체가 철학이다.



그래서 철학은 특정한 학문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의 논증이나 완결된 체계를 갖추지 않아도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이어가려는 태도는 모두 철학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전공 여부와는 무관하다.
그 철학이 얼마나 정교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철학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이미 그 영역 안에서 사고하고 있다.



나는 사유하는 모든 인간은
이미 철학자의 기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철학은 학문이라기보다
인간이 사고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전제에 가깝다.



어떤 학문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그 기저에는 반드시 사고의 기준이 깔려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매번 인지·시간·공간 같은 개념을 처음부터 정의하느라
아무 진전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 말하는 시간과 공간은
물리학 고유의 발명이라기보다
철학적 질문이 확장된 결과에 가깝다.
인간의 보편적 인식 속 개념을
먼저 규정한 것은 철학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 없이 학문을 한다는 말은
무엇을 전제로 사고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결과만 다루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이 세계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 지금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을 설명할 것인지,
어디까지 설명하려는 것인지,
그 방향을 정하는 일은 여전히 철학의 몫이다.
그래서 철학은 모든 학문의 뿌리라고 불린다.
법칙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법칙을 묻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시공간의 패러다임을 바꾼 출발점은
새로운 계산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은 정말 절대적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워렌 버핏 역시 시장 감각만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무엇이 안정적인 투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을 기준으로 투자 시스템을 구축했다.



분야는 달라도
결국 핵심은 하나로 수렴한다.
본질적인 전환은 언제나
철학적 질문에서 시작된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규정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은
이미 철학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사유하는 인간은
그 누구도 철학의 영역 밖에 서 있을 수 없다.
철학을 벗어나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철학적 전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하나의 학문이 아니다.
사유에 대한 인간의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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