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 GROW, GLOW』연재 7

도서 『비밀의 화원』 리뷰 | 프렌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by 데미안에너지

내면에 있는 비밀의 화원,

이제 문을 열 시간이다


도서 『비밀의 화원』 리뷰 내용, 4컷으로 미리보기!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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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내면의 정원으로 향한다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

제목부터 비밀스럽다. 그런데 첫 장을 펼치면 정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영국이 인도에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인도에서 살던 영국인은 Europeans 또는 European British라고 불렀다.(일제강점기 때 조선에 와서 사는 일본인을 일본은 내지인이라고 불렀다.)

인도에서 Europeans는 왕족과 같이 살았던 것 같다. 작품 속 초반에 등장하는 설명을 보면 알 수 있다. 메리 에녹스가 얼마나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가 되었는지 충분히 납득이 된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했던 시대적 배경과 문제점들은 작품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이 따로 지식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역량이 되어야 한다.

다만 이 작품이 1910년에 출간된 점을 고려하면 영국인들의 시선에서 주인과 하인의 개념은 당연했던 시대였다. 작품 안에서도 인도와 영국의 하인은 또 다른 차원으로 차별적이다. 그런 점도 개인적인 지식으로 안고 가고, 작품의 주제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고 본다면, 『비밀의 화원』 은 자기 내면의 정원을 되찾아가는 성장 서사다. 메리 에녹스의 성장은 ‘GIRL, GROW, GLOW’라는 서사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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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 닫힌 마음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메리 에녹스나 콜린 크레이븐은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왕족처럼 생활했다. 그래서 세상이 자기 발아래 있었다. 단 하나 결핍은 부모의 사랑이다. 경제적 풍족함보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애정이 더 중요하다. 애정결핍은 한 인간을 평생동안 따라다니면서 괴롭힌다.

메리가 독불장군으로 성장한 것도 환경과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메리가 내면의 정원을 찾고 빛나는 존재가 된 것도 메리가 처한 환경에서 찾아온다. 콜레라 전염병으로 갑자기 고아가 된 메리는 영국 요크셔에 사는 고모부 아치벌드 크레이븐의 집으로 오게 된다.

메리가 열 살이 될 때까지 안하무인으로 자란 것은 메리의 잘못이 아니다. 얼음처럼 닫혀버린 메리는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왔다. 메리는 스스로를 제왕처럼 규정한 채 살아왔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처음 메리가 마차를 타고 요크셔 황무지를 지날 때 메리는 자기 내면을 만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황무지와 같은 메리의 마음은 심리적 고립속에 있기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

콜린 크레이븐도 메리와 마찬가지 환경이었다. 영국 하인들의 과잉보호 속에서 폭군과 같은 모습으로 10년을 살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애정결핍이 무의식을 지배했다. 또한 콜린은 자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경증에 걸려 있는 상태다. 콜린이 이렇게 된 것도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의 잘못이다.

메리와 콜린은 정서적 결핍과 자기 소외, 관계의 부재가 만들어낸 갇힌 자아, 불안정하고 닫힌 정체성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열 살짜리 아이들은 무한히 변화할 수 있다. 두 아이가 비밀의 화원을 만나면서 어떤 변화를 보여주는지 과정을 살펴보는 즐거움이 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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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 : 숨겨진 문이 열릴 때


메리의 마음을 열게 하고 변하게 만든 것은 자연이 확실하지만 그 전에 마사와 디콘이 있었다. 열 살이나 되었지만 옷이나 양말조차도 스스로 입을 줄 몰랐던 메리가 마사를 통해 달라지기 시작한다.

특히 디콘의 놀라운 능력은 나도 갖고 싶을 정도다. 자연친화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나로서는 디콘이 부럽다. 황무지에 피는 꽃들이나 식물들, 동물과 새들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힘은 메리나 콜린처럼 마음이 닫힌 사람들에게도 통한다.

특히 메리는 붉은가슴울새와 친구가 된다. 붉은가슴울새는 메리를 비밀의 화원으로 이끌고 열쇠를 발견하게 돕는다. 비밀스러움과 호기심이 메리를 움직이게 만들고 자기 손으로 화원의 문을 열면서 메리의 성장은 시작된다.

세상에 관심도 없고 자기만 알던 메리의 내면에 장벽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에 관심을 갖고, 자연을 보며 미소 짓고 비밀의 뜰을 찾았다. 디콘과 비밀의 뜰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메리의 마음은 자연처럼 풍성하게 열렸다.

장미 넝쿨, 뿌리, 흙, 바람 등 생명력이 넘치는 언어들이 메리의 내면과 동조하며, 닫혔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따스한 바람처럼 불어온다. 메리의 가장 큰 변화는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왕족처럼 살았던 인도에서는 까탈스럽게 굴었지만 요크셔에서 비밀의 뜰로 뛰어다니고, 식물을 가꾸는 동안 아이다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배우고 살이 찌고 활달해지고 용기 있는 소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드디어 메리는 제대로 ‘돌봄’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이 메리를 돌본 것처럼 메리가 자기 스스로를 돌보게 된 것이다.

메리는 비밀이 많은 고모부의 집이 마음에 들었고, 비밀의 정점에 콜린이 있었다. 콜린은 인도에서 살던 메리의 모습 그대로였다. 메리는 그런 자기 자신을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무의식에서 거울치료가 되었던 듯싶다. 콜린의 히스테리를 맞받아치던 메리는 그렇게 어릴 적 자기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콜린에게 메리가 가장 많이 한 말이 “할 수 있어.”였다. 메리가 비밀의 뜰을 통해 얼마나 성장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말이다. 메리의 내적 성장은 타인에게까지 확장된다. 물론 디콘의 순수한 내적 힘과 디콘 엄마의 사랑, 마사의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또한 비밀의 뜰에서 화원을 가꾸는 과정에서 메리는 돌봄을 받았다. 자연과 동행하면서 메리의 감정은 회복되었고, 고립되었던 삶이 관계를 맺게 되었고, 무력했던 삶은 주체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깨달음이 행동과 인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열 살의 나이지만 메리는 성숙한 어른보다 성장해서 콜린까지 변화시킨다. 조건 없는 사랑과 주체적 삶의 변화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빛을 전달하는 마법을 실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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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W : 빛나는 존재가 되는 순간


비밀의 화원은 점차 숨길 수 없는 공간으로 바뀌어 간다. 메리와 디콘이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콜린도 함께 하게 되었으며, 벤 웨더스타프 노인(콜린의 엄마가 살아 있었을 때 비밀의 화원을 가꾸던 정원사)까지 비밀의 화원에서 웃음을 만들어갔다.

메리와 디콘은 비밀의 화원에서 자기 발견과 자기 효능감을 느끼며 친구가 된다. 콜린도 걷기 시작하고 친구들과 함께 존재 자체로 빛나기 시작한다.

정서적으로 회복된 메리와 콜린은 디콘과 건강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재탄생한다. 어둠 속에 있던 사람도 사랑과 돌봄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빛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완성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향한다.

메리와 디콘의 응원으로 콜린은 스스로 걷고 뛰고 식물을 가꾸면서 병들었던 자신을 회복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발견한다.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디콘의 엄마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을 위해 용기를 낼 때도 있다.

비밀의 화원이 10년 동안 닫혀 있었던 메리와 콜린의 내면 상태와 같았지만 문이 열리고 서서히 바뀌어 가면서 콜린의 엄마가 사랑했던 화원의 모습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메리와 디콘과 콜린이 가꾼 화원에는 관계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의 빛깔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제 메리와 콜린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닫혀 있던 정원의 어두운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겪은 성장과 각성은 자신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아이들의 감정이 바뀐 게 아니라 존재의 구조 자체가 달라진 사건이다. 빛을 경험한 존재는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한 다시 어둠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빛과 어둠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고 둘다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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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다시 닫히지 않는다


메리와 콜린의 내면에는 굳게 잠겨 있던 화원이 있었다. 그 화원을 열고 가꾸는 일은 줄탁동시啐啄同時와 같다. 알에서 나올 때 병아리가 안에서(줄啐), 어미 닭이 밖에서(탁啄) 동시에 껍질을 깨야만 알 속에서 죽지 않고 병아리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 줄과 탁의 시간이 어긋나면 병아리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돌본다는 것은 누가 누구를 돌보는 게 아니라 함께 빛나도록 여지를 내어주는 일이다. 디콘이 메리에게, 메리가 콜린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 비밀의 화원이라는 공간적 역할이 메리와 콜린의 자아가 회복되는 의식의 자리로 빛나게 되었다.

내면의 상처를 숨기는 게 아니라 상처를 있는 그대로 두고 돌보면서 상처마저 사랑할 수 있게 성장하는 과정이 비밀의 화원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비밀의 화원은 누구나 마음속에 있지만 잊고 사는 공간이다. 내면에 숨겨둔 화원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화원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돌보기로 결심할 때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비밀의 화원은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정원사가 꾸민 정형화된 정원도 아니다. 각자의 마음 안에 감추어둔 화원의 문을 열고 빛을 공유할 마음이 있는지 자기에게 물어야 한다. 문을 아무리 굳게 닫아도 벽을 넘어 들리는 소리와 하늘빛은 감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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