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키다리 아저씨』 리뷰 | 진 웹스터 지음
---
*결말과 반전이 포함되어 있으니 작품을 미리 읽고 리뷰를 보기 바랍니다.
제루사 애벗(주디)은 고아원에서 자라며 결핍과 열등감을 갖게 되지만 환경에서 오는 좌절 속에서도 자기만의 주체성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주디의 씨앗은 메말라 있었고 싹을 틔우지 못한 채 죽어가는 중이었다. 글을 잘 쓰는 주디는 17세가 될 때까지 아무도 자기를 입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주디가 학교에서 쓴 글을 읽은 존 스미스씨(자비스)의 후원으로 대학교를 다니게 된 주디는 한 달에 한 번씩 후원인에게 편지를 써야 한다. 주디의 인생에 단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설이 서간체 형식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디가 존 스미스씨에게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쓰는 내용으로 서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고아원을 나가는 후원인의 뒷모습이 석양에 비춰 길게 늘어진 상태를 보고 주디는 후원인을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당시 여성이 대학교를 다니는 것은 흔치 않았으며, 부잣집 딸들만 가능했던 시기였다. 주디는 기회를 잡게 되었고 대학교 생활을 통해 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디의 진정한 성장은 이미 주디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글쓰기는 주디를 후원자에게 이끌었고,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기 안의 목소리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타인의 인정을 기다리던 소녀가 글쓰기를 통해 자기만의 문장을 갖는 순간이기도 했다. 글쓰기는 주디의 첫 자립이었던 셈이다.
자기 안에 어떤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었는지 발견하게 된 계기!
주디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밝고 유쾌하게 보여준다.
---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는 귀엽고 통통 튀며 주디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누구라도 주디의 편지를 받고 싶을 것이다. 작품을 읽으며 미소 짓거나 박장대소한 장면들이 꽤 많았다. 그 정도로 주디의 글솜씨는 탁월했다. 물론 작가의 문체지만.
주디는 대학 생활에서 다양한 인간들의 삶을 경험한다. 사회적 차별과 계급 등 어려운 문제들과 부딪히지만 주디는 특유의 유머와 긍정과 인정하는 태도로 상황을 마주한다. 물론 주디 옆에는 주디를 사랑으로 도와주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주디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자기가 얼마나 지적으로 부족한지 깨닫는 사건을 마주한다. 주디는 자기의 현 상태를 있는 그대로 키다리 아저씨한테 얘기하고 노력으로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약속을 지킨다.
주디가 자기 인생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된 것은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삶의 방향을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키다리 아저씨에게 고마운 마음에 그치지 않고 홀로서기 위한 주디의 성장 서사가 고맙다.
키다리 아저씨(자비스 펜들턴)는 주디의 룸메이트 줄리아의 삼촌으로 주디 앞에 자주 등장한다. 그러면서 주디의 생활에 간섭?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디는 자기의 주체성을 놓지 않는다. 자비스나 키다리 아저씨의 간청에도 자기의 마음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설득을 하거나 스스로 설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겠다며 고집스럽게 밀고 나간다. 키다리 아저씨에게 의존하던 자신을 성찰하며 자립을 위해 살기 시작한 것이다.
주디는 대학 생활에서 배운 지식들, 많은 관계들 속에서 성장과 자각을 통해 사랑과 자립의 차이를 인식한다. 세상에서 생각하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굳건히 서서 걷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주디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
주디는 자비스와 많은 추억을 쌓으며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한다. 자비스를 만나면서 키다리 아저씨와 관계를 의존에서 자립으로 바꾼다. 주디의 내면에서 타인의 그림자를 지우고 자기만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주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키다리 아저씨와 자비스 사이에서 균형을 이어 가는 주디의 모습은 여성이 아니라 인간의 면모를 보여준다. 글쓰기는 그 정점에 있다. 주디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글쓰기를 통해 경제 활동을 하게 되고 키다리 아저씨에게 후원금을 갚기 위해 노력한다. 주디는 후원금을 그냥 받지 않는다. 언젠간 자기가 갚아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주디의 모습이 주디를 자유롭게 한다.
키다리 아저씨가 자비스였음을 알게 된 주디는 사랑도 선택한다.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와 자비스 사이에서 자기 자신을 포기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자유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 생활을 통해 성장한 주디는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시대에 빛을 비추는 존재가 된 것이다.
주디는 사랑과 자유로운 삶도 포기하지 않고, 독립된 존재로서 내면의 씨앗을 발아시켜 나무가 되었다. 자기만의 인생이라는 열매를 풍성하게 맺은 것이다. 주변의 도움을 잊지 않으면서 그들과 함께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
어릴 때 워낙 좋아했던 책이기도 했고 애니메이션도 즐겨봤다. 최근에 다시 읽어도 주디의 유쾌함과 솔직함은 여전히 웃음을 준다. 하지만 생각해 볼 부분들이 있었다.
익명의 후원자 자비스는 주디에게 자유를 준 듯했지만, 동시에 감시와 규칙을 함께 남겼다. 자선이란 이름 아래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영화 《어른 김장하》를 보며 진정한 자선과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떠올렸다. 도움을 준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을 대신 통제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디와 자비스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결말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후원자임을 밝혔거나, 끝까지 비밀에 남겼다면 더 정직했을 것이다. 일방적인 관계의 사랑은 불공평하다. 오히려 주디는 그 관계 속에서도 자기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며 홀로서기를 완성했다.
『키다리 아저씨』는 여성의 자립과 주체적 성장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넘는 작품이다. 비판할 지점은 남아 있지만, 여전히 주디는 스스로의 빛으로 세상과 마주 선다. 그것이 진 웹스터가 말하고자 한 ‘인간의 성숙’이 아닐까.
#키다리아저씨 #고전명작 #진웹스터 #서간체소설 #성장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