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없는 인생의 잔인함

도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리뷰 | 코맥 매카시 지음

by 데미안에너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리뷰 내용, 4컷으로 미리보기!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4컷.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가 쓴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가 첫 장에 실려있다. 이 시의 첫 행이 ‘That is no country of old men.’이다. 시를 차분하게 읽고 있으면 이 소설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노인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시대와 역사를 얘기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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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단면을 의인화하다


인용부호가 생략된 대화를 따라가느라 바쁘게 읽었다. 사건 전개도 굉장히 빠르다. 그러다 보안관 벨(에드 탐 벨)의 이야기에서 속도를 약간 늦추는 듯하다.

살인자 안톤 시거는 초반부터 알려준다. 다만 안톤 시거에 대한 그 어떤 배경지식도 주지 않는다.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다. 중반 이후까지 이해가 안 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안톤 시거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단면을, 그리고 과거 인간들의 모습을 설명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인류사를 보면 얼마나 잔인한 전쟁을 성실하게? 이어왔는지 알 수 있다. 전쟁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인 것만 같다.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들에게 왜 그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안톤 시거가 사람을 죽일 때 동전을 던져서 앞면과 뒷면을 선택하게 하는 것과 같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인물들도 떠오른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 보안관 벨이 그런 역할이라고 하기에는 무력하고 방관자적이다. 그런데 벨처럼 방관하는 대부분의 인간이 있기 때문에 안톤 시거 같은 인간이 활개를 치는 것이 아닐까.


1980년대 미국과 그 이전의 미국은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폭력으로 쟁취한 힘, 수많은 전쟁. 반성 없는 현재. 미국이 냉전 시대 때 벌인 전쟁의 희생양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벨과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 돈가방을 주운 모스 루엘린. 그리고 칼라 진(모스의 부인)과 19세 소녀, 경찰관은 아무 죄도 없는 희생양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희생자의 기록은 삭제시킨다. 피해자는 무수하게 존재하는데 가해자가 없다. 벨이 노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그들의 인생이 미국이라는 국가 때문에 전쟁터를 헤매고 다녀야 했다. 벨도 마찬가지지만 국가는 그들을 보살피지 않는다. 그런 잔인함을 안톤 시거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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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안톤 시거가 나타나지 않도록


처음에 읽을 때는 청부업자 안톤 시거에게 쫓기는 모스 루엘린(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여른 여섯의 젊은이)의 구조로 스릴이 넘치지만 소설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인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또한 역사, 인류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21세기가 민주주의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본주의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가 만들었다. 자본주의를 민주주의로 착각하면 안 된다. 따라서 전쟁은 여전하고 이름 모를 희생자들만 늘어날 뿐이다. 희생자들의 이름은 기록되지 않는다. 안톤 시거가 죽인 사람들은 기록되지 않고 살인청부업자 안톤 시거만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는 역사의 가해자를 기억하고 기록하고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동시에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기억하고 제대로 추모해야 한다. 성찰은 개인마다 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와 국가도 반드시 성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안톤 시거가 죽어도 또 다른 안톤 시거가 나타날 것이고 희생자들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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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 – 첫 번째 브런치북 발행, 금요 연재 ‘윤동주 시인 초판본 시에 대한 단상’ 1권 『나는 지금, 그의 시에 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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