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다.
안녕하세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재활의학과 레지던트로 수련중인 의사 김희호 라고 합니다. 앞으로 브런치에 재활의학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미국에서의 레지던트 생활 등을 차례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 첫 순서로 '재활의학'이란 무엇인지 간단히 이야기 나눠보아요.
재활의학과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많은분들께서 어딘가 삐끗하거나 아플때 물리치료 받는 것을 먼저 떠올리셨을거라 생각합니다. 근래에 통증진료를 전문으로하는 동네 재활의학과 의원이 많이 생겨서 이를 보는게 어렵지 않으실꺼에요. 하지만 이러한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것만이 재활의학의 전부는 아닙니다.
와닿기 쉽게 가상의 사례를 만들어 설명드릴께요.
환자 A. 요즘과 같이 무더운 여름. 물을 좋아하는 20대 청년이 친구들과 함께 피서지에서 물놀이를 하다 다이빙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하필 바닥에 정수리를 부딫치게 되었고 급하게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응급수술을 받게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해 팔, 다리 움직임은 물론 대소변도 스스로 가리지 못하는 척수손상 환자가 되어 재활의학과에 입원하게 됩니다.
환자 B. 식물가꾸기를 좋아하는 80대 할머니가 화단밑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가족들이 급하게 할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갔지만 이미 손쓰기 늦은 뇌졸중으로 진단되었고 한쪽 팔, 다리 거동은 물론 숨쉬거나 물을 삼키는게 어려워져 기관절개술과 위루관 시술을 받게됩니다. 슬픔에 잠긴 가족들은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할머님을 재활병원에 입원시키게 됩니다.
두 가지 예시를 들어보니 어떠신가요? 조금 낯설게 들리시나요?
재활병원 입원병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뇌졸중, 척수손상 환자 사례를 들려드린건데요, 이렇게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장애가 생긴 환자분들을 치료하는 것이 재활의학의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재활의학은 정말 광범위한 분야로 나눠지는데 이름만 나열해보면, 뇌손상재활, 척수손상재활, 신경근육질환, 소아재활, 스포츠의학, 통증의학, 완화의학 등등 이 있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소개드릴 기회가 있을꺼에요.
사실 같은 의사들도 재활의학 그리고 재활의학과 의사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재활의학이란 학문이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것이고(미국에서 1920년대에 처음시작), 우리나라의 경우 급성기 병원에 재활의학과 병상 수가 많지 않아 의대 학생들이나 의사들에게 노출이 적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재활의학의 탄생 배경이나 역사는 다음편에 소개드리겠습니다.
기능회복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행복추구
재활의학은 다양한 의학적 접근법을 통해 환자의 기능회복을 도모하여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추구를 돕는 학문입니다. 재활의학과 의사는 그 과정이 한 축이 되어 여러 치료사(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정신분석), 사회복지사와 함께 포괄적인 진료를 담당하는 것이구요.
기능회복이라고 하면 조금 모호하게 들리실텐데 쉽게 말해 일상생활, 더 나아가 본인이 즐겨하는 활동을 다시 되찾는데 중점을 두는 치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가상 환자 B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보면, 우리가 평소 의식하지 않고도 행하던 활동들인 앉기, 서기, 걷기 등은 물론이고 씻고, 먹고, 화장실에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평소 자신이 즐겨하던 식물가꾸기를 하려면 물을 주거나 화분을 가는데 필요한 미세한 손동작이 회복되어야겠죠.
정리하면 재활의학은 삶의 연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는 달라진 새로운 삶에 의미를 되찾아주고 또 사회복귀 도모에도 도움을 주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점차 더 많은 생명이 구해지고 또 연장되는 시대인만큼 앞으로 그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편에서는 재활의학의 탄생과 현재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