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책 리뷰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Karl Paul Reinhold Niebuhr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11월 5일 책 '살고 싶다는 농담'-허지웅 작가님의 책을 독서모임에서 읽었다. 원래 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이 아니지만 독서모임을 통해서 에세이를 읽다 보니 좋아지게 되었다. 에세이를 별로 안 좋아했던 이유는 책을 읽는 그 순간, 딱 그 순간에만 공감이 되고 위로되어준다. 막상 책을 덮고 뒤돌아서면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한 마디가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책장을 다시 넘겨야지 어렴풋이 기억하는 나 자신을 볼 때면 나랑 에세이가 안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에세이가 그렇게 손에 잡히지는 않았다.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메모하는 습관(독후감 쓰는 습관)을 안 해서 금방 내 기억 속에서 잊히는 것 같다. 메모하고 기록하다 보니 이제는 책을 보면 내가 좋아했던 구절, 마음을 울렸던 단어들이 점차 선명하게 기억에 남기 시작했다. 그저 그냥 내 메모 습관만 늘린 것뿐인데 기억하는 폭이 좀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위 문구가 이 책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문구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과거에 대해서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고 인생을 리셋해서 다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거다. 나는 지금도 이러한 마음이 현재 진행형이다. 방금까지도 다시 인생을 설계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20살로 돌리고 싶다. 돌려서 차근차근 인생의 목표를 위해서 설정하고 준비하는 (지금보다 나을 거라는 희망 아래에) 마음가짐을 갖고 싶다. 불행히도 이미 지나온 것들에 대한 후회,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으로 나를 채워 넣었다. 숨통 없이 너무 꽉꽉 채워 넣다 보니 몸도 마음도 무거워져서 가벼이 날 수 없을 지경이다.
허지웅 작가님은 위 기도문에 대해 공감을 하시며 바꿀 수 없는 과거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이미 입 밖으로 뱉어버린 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행동들, 한 치의 앞도 모르고 선택한 순간들, 선택조차도 못한 결정된 사항들 등등 수많가지의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은 이제 어렵겠지만 놔줘야 한다.
놔주지 않고 계속 붙잡고 있다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놔버릴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회와 미련, 고통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몸상태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앞으로 바꿔야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바꾸도록 실천하는 용기를 지니고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분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거에 휘둘리지 말고 앞으로 남아있을 여생에 대해 주체적으로 이끌도록 용기를 스스로에게 북돋아주자.
요컨대 불행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규명해보겠다는 집착에는 아무런 요점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저 또 다른 고통에 불과하다.
아니 어쩌면 삶의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그러한 집착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인과관계를 창조한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반추해서 기어이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낸다. 내가 가해자일 가능성은 철저하게 제거한다.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옛날에는 나만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왜 다들 나만 보면 못살게 굴고 안달이 났는지, 내가 제일 만만한지 세상에 대해 불평, 불만을 토로하고 나 자신을 가여워하고 연민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했다. 점차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드는 생각이 결국 우리 모두 다 피해자라는 결론이다.
물론 일정 수준의 상처를 주는 가해자는 있겠지만 그 역시 상황에 대한 피해자일 뿐이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가해자가 없고 피해자만 남은 이 상황 속에서 더 이상 누굴 탓할 필요 없다. 탓해서도 안된다. 그저 우린 상황에 대해 굴복을 했을 뿐... (책'프레임'에서 말하는 상황 프레임 같은 걸까?)
그러니까 괜찮다.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하자. 그러면 다음에 불행과 마주했을 때 조금은 더 수월하게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할 수 있다. 내일은 차를 수리해야겠다.
살고 싶다는 농담 中
살고 싶다는 농담(양장본 HardCover) 저자 허지웅 출판 웅진 지식하우스 발매 20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