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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Feb 13. 2024

올해의 작가상 2023_ 갈라포라스 김

권병준/ 갈라 포라스- 김/ 이강승/ 전소정

2012년 시작한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요 연례 전시이자 동시대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수상제도이다. 2022년 1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으로 제도를 개선했다고 한다.



2월 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상 중 하나인 '올해의 작가상'의 2차 심사가 대중 공개로 열리는 것이다. 올해의 작가상 시작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심사위원 4명, 후보 작가 4명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대화가 다원공간에서 6일 오후 1시부터 250명 관람객이 보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전시 기간 중 관람객들이 작가에게 남긴 500여 건의 질문 중 일부를 선택해 전시를 기획한 학예 연구사가 직접 작가에게 질문을 하고 현장에서 답을 듣는 세션이 마련된다.


먼저 갈라 포라스- 김 작가의 다양한 작업 중 나의 시선을 이끈 작업에 대해 써내려 보고자 한다.


갈라 포라스- 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국-콜롬비아 계 갈라포라스 김은 유물이나 유적에 대한 인간중심적 고정관념을 뒤집는 작업을 보인다.

석관과 고인돌과 같이 삶과 죽음을 경외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대의 오브제들이 현대의 박물관, 미술관, 문화유산 등 시스템 속에서 본래 기능을 잃고 예술 작품이나 국보로 분류되어 수장고와 전시장에 전시되는 상황에서 작가는 물건을 만들고 숭배하던 고대인들의 뜻과 현대의 제도를 화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2023,종이에 납화법, 흑연과 색연필, 228.6x182.8cm, 작가와 커먼웰스 앤드 카운슬 소장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3점의 그림이 한 작품이라 연관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가운데의 암석이 그려진 작품이 구체적인 대상이 드러나 있어 왼쪽, 오른쪽의 그림이 무엇인지 유추하며 관람하였다.

왼쪽은 바위의 틈새 같기도 하고, 같은 풍경을 밤에 바라본 것 같기도 하였다. 오른쪽 작품은 암석의 무늬를 확대에서 표현한 것 같았다.


전북 고창에 있는 고인돌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고창에는 5000개의 고인돌이 있다고 한다.

제의의 기능이 있는 고인돌은, 시간과 역사 속에서 의미와 기억이 잊혔다가 2000년대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에 선정된다.

하나의 자연이라는 돌이 무덤이라는 인공물이 되었다가 마을 사람들이 빨래 말리는 용도도 되었다가 다시 cctv와 펜스로 보호받는 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긴 시간 속에서 변해온 이러한 역할에 관해 작가는 고인돌에 관해 던지는 세 가지 관점을 보여준다.


가운데 그림은 유네스코 유물로 지정된 고인돌의 상황으로 우리가 보는 고인돌의 모습이다. 묘지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채 역사로서의 기능을 가진 고인돌이다. 왼쪽 그림은 온통 암흑인데 고인돌에 묻힌 고인의 시선에서 보는 고인돌이라고 한다. 오른쪽 그림은 식물로 뒤덮인 돌인데, 인간과 역사에서 벗어나 자연의 시선으로 보는 고인돌의 모습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끼들이 드러난 고인돌은 이끼는 문화유산인지, 자연물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업이다.


어떤 사물의 모습이 살아있는 인간의 시선으로만 보이는 모습이 아닌 죽은 이, 자연의 모습과 같이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신호예보> 갈라포라스 - 김


천장에는 먹물에 흠뻑 젖은 검은 천이 걸려있다. 이 천에서 떨어진 물방울들은 바닥에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 작품은 설치공간 내부에 온도, 습도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함께 놓인 산업용 제습기는 이 작업에 일부이다.

이 방안에 습기를 모아 천 위에 흘려보낸다. 제습기에서 떨어진 물방울은 일정 시간 동안 모인 습기의 양을 기록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로운 공간에 설치될 때마다 다른 이미지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습기를 터부시 하는 전시공간의 공기 속에 이미 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작업의 의미도 흥미로웠지만, 설지 방식, 시각적으로 주는 작품의 아우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축 늘어진 천은 어딘가에 걸려 늘어져 있기보다는 공중에 부유하는 단단한 생명체처럼 보인다.

바닥의 캔버스는 검은 물을 그저 받아내는 용도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오브제 작업으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둘 사이를 잇는 검은 액체, 수증기는 독립적으로 떨어져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는 검은 천과 캔버스를 긴밀하게 엮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제습기에서 나온 물을 천으로 흘려보내는 투명 호스는 작품의 일부로 보이며

시각적 섬세함을 한 층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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