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셋째 아이의 옛 어금니가 달랑달랑 거리는 상황에서 새 어금니가 제 자리를 못 찾고 입 안쪽으로 옆으로 나오고 있었어요. 문제를 인식하고 남편이 치과 예약을 하고 어제 4시 30분에 치과에 가야 한다며 예약증을 저에게 전해주었지요.
그 와중에 학교를 오가며 한국 언니들에게 들은 치과 괴담 몇 가지가 생각이 났어요. 그중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실수로 치과 예약을 했는데 못 갔더니 못 가도 100프랑(약 15만 원)을 내야 했다.’ 혹은 ‘아이 어금니 빼는데 고통으로 인해 마취 가스 씌워주니 60만 원을 내야 했다.’ 또는 ‘아무것도 없이 어금니만 빼도 19만 원 정도 들었다.’ 뭐 이런 내용이었죠. (개인이 내는 보험료에 따라 치과 요금은 달라집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3시 40분) 아이들 데리고 치과에 갈 생각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구글 지도를 켜서 주소를 돌려 보았어요.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여서 트램을 타고 찾아갔지요.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줄 알았는데 찾아간 곳에는 치과가 없는 거예요. 한참 치과를 찾다가 마침 근처 문에서 나오는 사람에게 치과에 대해서 물었더니 이곳이 아니라고 구글 지도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다시 찾아주었어요. 이때가 벌써 4시 30분인데 ‘아이고 맙소사’ 깜짝 놀라고 당황한 저에게 길안내를 하던 그 친구가 미안하다는 거예요. ‘아니 네가 미안할 일은 아니지.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내가 안 된 거지.’ 생각하며 일단 고맙다고 했어요.
비는 오지, 우산 없이 한참 비를 맞은 생쥐꼴에, 세 아이들은 거리에서 장난치고 싸우고 있지, 치과에 안 가도 100프랑이란 생각이 계속 떠올라 일단 치과에 전화를 했어요. 길을 잘못 찾아 다른 곳에 있는데 찾아가는데 30분 정도 걸리고 5시 정도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하니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겠다고 하네요. 그때는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는데 오라고 해서 아이들과 잽싸게 트램과 버스를 갈아타고 찾아갔어요.
치과에 가자마자 아이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고 (집주소, 핸드폰, 이메일, 질병의 유무, 먹고 있는 약 등등) 젊은 여자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어요. 이리저리 살펴보시고 어금니를 빼주시는데 꽉 막혀 있는 체증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니 퇴근을 좀 늦게 할 생각이었다며 흔쾌히 받아주네요. 아이들과 집에 돌아오는 길 못할 뻔한 일을 해결해서 아주 홀가분하고 기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