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교장선생님을 뵈러 갔다. 사실 휠체어를 사용할 수 없어서 하루 종일 무릎을 굽힌 채 오랑우탄처럼 걸어야 했던 아이의 입장이 너무나 처량해서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그렇지만 학교에 계속 다녀야 하므로 AI에게 정중한 표현을 묻고 물어 연습하며 병원에서 받았던 진단서를(양쪽 무릎을 다쳤다.) 들고 갔다.
교장선생님께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는 말을 전했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학교 못 갈 것 같다고 하면서 그래도 (학교에서 졸업을 해야 하므로) 학교에서 의사의 허락 없이 휠체어 사용 못 하는 정책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지금 걷지 못하고 무릎을 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진단서를 보여주면서) 교장선생님께서는 아이가 노력하면 무릎을 펼 수 있는 줄 알았다고 하시며 미안해하시는 눈치였다. 휠체어 사용 허가를 받고 행정실에 진단서를 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 막혔던 고구마가 쑥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태까지는 학교 휠체어를 사용했다.) 오후에는 휠체어를 빌리러 갔다. 10일의 경험이면 충분했다. 의사 처방전 없어도 내돈내산으로 빌리면 되는 것을 다시 전화한다는 의사의 말도 믿지 못하겠고 아직도 4일이나 남은 병원 약속도 앞당길 수 없고 필요한 사람이 우물 파는 수밖에…
약국에서 한번 그리고 집 근처 병원에서 휠체어 빌리는 곳을 여쭤봤다. 두 곳이 참 다르다. 한 곳에서는 독일어 쓰는 상담원이 다친 아들을 택시를 태워서라도 직접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한 곳은 전화로 먼저 통화를 했다. 영어를 하는 상담원이 아들을 직접 데리고 올 필요 없이 키와 몸무게만 알면 된다고 했다. 게다가 가격도 더 싸고 두 번째 상담한 곳으로 찾아가서 빌려 왔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아이의 휠체어를 꺼내 놓고 사용 설명까지 잊지 않고 해 주셨다. (어딜 가나 친절한 보물 같은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휠체어까지 빌리고 나니 조금 남아 있던 고구마마저 뚫린 느낌이 들었다.
스위스 사람은 스위스식으로 한국 사람인 나는 한국식으로 해결해 보려 한다. 학교도 가고 싶으면 가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학교 행사에서 다쳤으니움츠러들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