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짜 황당한 날이었다. 병원에서 발급받은 휠체어 허가권이 없다고 아이에게 휠체어에서 내리라고 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명령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는 하루 종일 무릎이 접힌 채로 목발을 짚으며 교실과 교실 사이로 간신히 걸어 다녔다고 한다. (지난 목요일에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했는데 엄마인 내가 우연히 만난 중학교 교장선생님과 금요일에 두 무릎 모두 다쳤고 가장 빠른 병원 예약이 일주일 후라는 현재 상황을 미리 이야기를 해서 잘 해결된 줄 알고 있었다.)
집에 와서도 아이는 마음과 몸이 힘들어하는데 엄마인 나도 마음이 안 좋았다. 사실 오늘 오후에 우리 집 담당의가 있는 병원에 찾아갔었다. 거기 간호사가 처음 스키장 근처에서 진료받았던 병원에 전화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휠체어 허가권이 필요하다는 나의 이야기를 듣던 간호사가 의사를 연결해 주셨다. 그랬더니 우리 집 근처 MRI 찍고 판독하는 의사와 이야기 나눠보겠다고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으셨다. 급할 때는 영어가 술술 나온다. 나의 긴급한 상황이 전달되도록 본능적으로 튀어나 오는 단어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결국 돌고 돌아 휠체어 허가권을 못 받았다!
그렇다! 여기는 스위스!
하루 만에 받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심기일전해서 스위스 지인분께 이럴 때 어떻게 하냐고 여쭈었더니 스위스 아이들은 아프면 대개 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교장선생님께서 학교에 오지 말라는 사인을 돌려서 한 것이 아니냐고 하신다.
전화하고 돌이켜 보니 이렇게 의사에게 일일이 전화 돌리며 휠체어 허가권을 구하는 엄마가 극성인 아시안 엄마로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집 첫째는 학교에 꼭 가겠다는 마음이다. 내 생각에도 머리 다친 거 아니고 고통으로 힘든 것 아니면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AI에게 휠체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것에 책임질 테니 휠체어허가권 구할 때까지 휠체어 사용을 읍소하는 이메일을 교장선생님께 쓰는 법을 찾아 이메일 보내고 내일 학교에서 교장선생님께 직접 말할 때 어떻게 차분하게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