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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l 30. 2021

662일간 사회복무요원(공익)으로 일했습니다

[동별의 세상사 이모저모] 직접 경험한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실상

기간 : 2019.09.30~2021.07.22

근무지 : 광주 광산구 모 중학교

연가 : 28일

병가 : 30일

공가 : 10일(국외여행 후 자가격리)

복무연장 : 10일(경고 2회 - 정치행위, 영리 행위)


 2021년 7월 22일, 662일간의 군 복무(보충역)를 마쳤다. 나는 2019년 9월 30일에 복무를 시작했고, 원래는 2021년 7월 12일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2차례 복무연장(총 10일)을 받아 7월 22일에 끝났다.


 돌이켜보면, 나는 참 운 좋은 사람이다. 나는 2015년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내가 신검을 받을 당시 병무청은 현역병 입영 적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군입대를 기다리는 청년은 많았지만, 군대에 자리가 없었다. 이에 군당국은 현역처분 신체검사 기준을 '강화'했다. 즉 신체적 문제가 '50'을 넘을 경우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내리던 걸, '40'만 넘어도 4급 판정을 받게 했다. 당시 내 신체는 딱 '40'과 '50' 사이에 위치했다. 이에 재검사를 받았고, 4급 사회복무요원(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1~49 청년들의 군대는, 1~39 청년들의 군대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군당국의 신체검사 기준 '강화'는 4급 사회복무요원(공익)들의 배치 적체를 야기했다. 현역 판정을 받던 청년들이 대거 사회복무요원이 되어, 오히려 사회복무요원 입영이 어려워진 것이다. 2017년 10월 연합뉴스는 "현역병 입영 적체 해소하려다 보충역(사회복무요원) 폭증...올해 5만 명 대기"라는 보도를 했는데, 국방부와 병무청의 무능은 참 언급하기도 딱한 수준이다.


 '군대에 갈 수 있는 청년'의 기준은 무엇일까? 분명, 명확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징병제를 유지하는 한 '징병 기준'을 명확히 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군당국은 다시 신체검사 기준을 '완화'했다. 이로 인해 다시 41~45에 해당하는 청년들이 징병대상이 되었다. 군당국의 행정에는 결정적으로 인간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었다. 책상 위의 숫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건강 상태를 가진 청년들을 본인들의 사정에 맞춰 '군대에 갈 수 있는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으로 나눴다.


 2019년 9월 30일, 31사단 신병교육대대에 입소해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다. 4급 사회복무요원은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후 약 20개월간 관공서, 학교, 복지시설 등에서 주 5일제로 근무한다. 훈련소는 편한 곳이었다. 나는 건강한 편이었으나, 정말 건강하지 않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상당한 배려를 받았다. 아침 점호를 한 후 구보할 때에도 "하고 싶은 사람만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줄곧 의문이었다. 내 옆에 있는, 스스로의 신체를 온전히 가누지 못하는 이들이나, 호흡에 어려움이 있는 이들에게 굳이 2년간의 '사회복무'를 강제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훈련소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점호를 받고, 식사를 했다. 이후 여러 일정을 수행했고, 일찍 잠에 들었다. 운 좋게 급식 당번에 걸리지 않았고, 내무반에서는 그냥 누워있어도 됐다. 화생방, 유격 훈련 등도 있었으나, 아프다고 하고 불참했다. 2019년 10월 25일,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훈련소를 수료했다. 직후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모 중학교로 배정받았다. 본 근무지는 광주 서부교육지원청이었고, 지원청은 사회복무요원들을 각 학교에 배치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3년간의 교도소 합숙이 강제된 지금, 나보다 편한 방식으로 군 복무를 마치는 건 면제를 제외하고는 앞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


 중학교는 할 일이 많지 않고 퇴근시간이 빠르다. 그래서 오전에 출근해서 자리를 지키다가, 가끔 일했다. 일하는 시간이 1시간을 넘기는 날이 많지 않았다. 그만큼 학교 행정실에는 시킬 일 자체가 많지 않다. 아마 학교나 관공서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20개월의 시간을 보낸 지금,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게임만 안 되는 PC방에 앉아있기'를 한 느낌이다. 나는 출근 직후부터 책상에 앉아 퇴근할 때까지 컴퓨터를 했다. 물론 가끔 일이 있었지만 대부분 빠르게 끝났고, 청소나 작업을 하는 날에도 하루 종일 하지는 않았다. 월급은 55만 원으로 출발했다. 이듬해인 2020년 60만 원 수준이 되었고, 마지막 6개월 동안에는 매달 83만 원 정도의 월급의 들어왔다. 덕분에 월 40만 원씩 20개월간 군인 적금을 납입해 만기를 달성했다.


 나는 복무기간 중 두 차례 징계를 받았다. 2020년 총선 당시 선거 운동에 참여했는데 누군가가 이를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했다. 사회복무 기간 중 관련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있었으나, 그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마음 한편에 "내가 왜?"라는 물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곧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조사관이 왔다. 내가 한 행위를 인정했고, 복무가 5일 연장되었다. 물론 이후에도 당당하게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나는 복무기간 중에 책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돈을 모아 책을 낸 게 문제가 됐다. 이것이 '영리 행위'에 해당하여 또다시 복무 5일 연장을 받았다. 물론 두 차례의 '징계'는 징계일 뿐 형사처벌은 아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은 영리 행위 및 정치행위가 4차례 적발될 경우 형사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내 경우에는 형사고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 징계로 끝났다. 둘 다 진정으로 잘못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는 확신범이다. 설령, 실제로 4차례 적발되어 형사처분을 받았다고 해도 나는 당당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그 자체로 국가폭력이자 엄연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연장된 복무 기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편하게 보냈다. 월급도 더 받았고, 좋은 시간이었다. 신고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나는 휴가에 있어서도 운이 좋았다. 2020년 2월, 홍콩에 다녀왔다. 당시 대한민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가 홍콩에서 야경을 보고 있는 틈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덕분에 귀국 직후 10일간의 공가를 받고 쉬었다.


 나는 이외에도 연가 28일과 병가 30일을 모두 사용했다. 연가의 경우 대부분의 사회복무요원들이 남김없이 사용하지만, 병가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몸이 아파도,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빅뱅 탑이 사회복무 도중 병가 19일을 사용하자, 남들보다 3배 많이 썼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나는 병가 30일을 모두 사용했다. 나는 병가 사용에 있어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았고, 혹여나 눈치를 볼까 두려워 더 당당하게 쓰고자 노력했다. 결론적으로 복무기간 662일 중 평일 68일을 쉬었다.


 나는 참 좋았지만...


 아무튼 나는 참 좋았다. 군대 문제도 해결했고, 매일 일찍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바쁘지도 않았고, 힘들지도 않았고, 월급도 많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혈세가 이토록 '철저히', 모든 면에서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복무 중인 대한민국 2030 청년 6만 명의 무한대의 시간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었다. 나처럼 꿀무지에서 시간을 버리는 이들과 달리, 헬무지에서 고통받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시간을 쓰레기통에 버리게 하는 일로 국가는 무엇을 얻을까? 그저 국가의 생산력을 무효하게 소모하는 것 아닐까? 내가 25일을 보낸 훈련소에는 나와 달리 신체적으로 도저히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강제노동을 강요받았다. 이런 청년들이 근무가 힘겨운 곳에서 일하는 것도 문제고, 나 같은 청년들이 컴퓨터 외에는 할 일이 없는 곳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대한민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금지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극히 소수의 국가 중 하나다. 바로 이 어리석고 한심한 제도,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국제적 기준에서 '국가폭력'이자 '강제노동'에 해당하여 비준하지 못했다. '강제노동금지협약'은 국가권력이 시민에게 노동을 강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란 특정의 영토 내에서 합법적 폭력을 독점한 집단이다. ILO는 국가가 시민에게 노동을 강제하는 '징용제'를 명백한 강제노동으로 판단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강제노동 '범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ILO의 강제노동금지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꼼수를 동원했다.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청년들에게 "군대에 갈지", "사회복무를 할지" 선택하게 한 후, "선택권을 주었으니까 강제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발명해낸 것이다. 정부는 실제로 4급 판정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병약한 청년들에게 총을 들이밀며, "군대갈래?", "공익갈래?"라고 묻고, 후자를 택했다는 이유로 "네가 선택한 거니까, 이건 강제성 없는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제무대에서 ILO의 강제노동금지협약을 내세워 일본제국이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행했던 강제노동인 '징용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의 대한민국은 같은 범죄를 자국의 시민들에게 행하고 있다. 물론 그 정도에는 큰 차이가 있으나, 적어도 논리적 일관성의 측면에서 대한민국에게는 일본의 징용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보충역(4급)에게 현역 복무 선택권을 부여한 일은 '나중에'를 이유로 언제나 개혁을 미뤄온 문재인 정권의 본질이 집약되어 있다. 내가 당한 강제노동은 명백한 국가폭력이었다. 특히 운이 좋았던 나와 달리 힘겨운 근무지에서 눈물을 흘리던 이들에게 문재인 정권이 자행한 국가폭력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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