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2024년 이후를 전망한다
나는 '비트코인'이 거의 모든 면에서 '금(Gold)'보다 우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시즌이 돌아온 지금에 와서 미래를 전망해 볼 때 앞으로 한국에서 일어날 일들이 심히 우려스럽다.
최근 인류 금융사에 길이 회자될 비트코인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봤다.
가치 없는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한 비트코인은 화폐 발권력을 독점한 중앙집권적 국가권력의 폐해에 맞선 신기술 '블록체인' 네트워크라는 서사를 내세우며 등장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인 혹은 집단이 시스템을 만들었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는 상당한 비트코인을 보유했으나 그가 돌아와 그가 보유한 모든 비트코인을 판다고 해도 일시적인 시세 하락이 있을 뿐 시스템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난 것이 됐다.
2009년 1일 3일 비트코인 제네시스블록이 생성됐다. 이것을 깨면 비트코인이 나오는데 당시에는 엄청난 양의 코인을 줬다. 그렇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채굴에 참여하며 코인을 나눠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다시 거래에 거래를 거듭해 코인은 전세계로 확산됐다. 비트코인 블록은 지금도 10분에 1개씩 등장하고 있다. 지금도 이 블록을 채굴하는 수많은 업체들이 코인을 나눠 갖고 있다. 그러나 블록이 주는 코인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다. 4년에 한 번 블록이 주는 코인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반감기를 둔 탓이다.
지금 비트코인 채굴은 이것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 비해 수십 조배나 어려워졌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1달러를 넘겼을 때에도 엄청난 논란이 되었으나 지금은 7만 달러에 가까워졌다. 가치 없는 데이터 쪼가리이지만 비트코인은 오직 채굴을 통해서만 생성된다. 발행량은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는 반면 그 공급(채굴)은 끊임없이 줄어들었다. 2032년에 올 다다음 반감기가 도래하면 비트코인의 거의 대부분이 이미 채굴된 상태가 되며, 남은 몇 퍼센트 물량을 두고 2140년까지 채굴이 계속된다.
그렇다면 이 가치 없는 데이터 쪼가리는 왜 이렇게까지 거대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혹자는 이것이 화폐를 대신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을 펴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대한민국 땅에서 대한민국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으로 재화를 구매하는 일이 보편화되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것은 화폐가 아니라, 금에 가까운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금'이라는 쓸모없는 돌덩어리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금이 오늘날 1경9058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자산이 된 건 이것이 무게 등으로 정량화, 개량화할 수 있으면서도 실생활에 큰 도움을 주지는 않는 금속이었기 때문이다.
전설적 투자자인 워렌 버핏은 2011년에 본인이 경영하는 회사의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자신이 '산출물이 나오지 않는 자산(금,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는 '금덩이'는 정성껏 쓰다듬어도 아무 반응이 없는 무가치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버핏은 "사람들은 장차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에 사줄 것을 기대하면서 (산출물이 나오지 않는) 자산을 사들인다. 이런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상품이 금이다. 현재 거의 모든 자산에 대해 걱정하며, 특히 지폐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투자대상이다. 그러나 금에는 두 가지 중대한 결점이 있다. 용도가 많지 않고, 산출물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금이 산업용과 장식용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런 용도의 수요는 제한적이어서 신규 생산량을 소화해낼 수 없다. 그리고 금 1온스는 아무리 오래 보유해도 여전히 1온스일 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금을 사는 것은 주로 향후 걱정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지난 10년 동안은 이런 믿음이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금값 상승 자체가 금 투자 논리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였으므로 추가 매수자들을 끌어들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재밌는 비유를 들어 자신이 금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오늘날 세계의 금 보유고는 약 17만 톤입니다. 이 금을 모두 녹이면 한 변의 길이가 약 21m인 정육면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의 금값에 따르면 이 정육면체의 가치는 9.6조 달러입니다. 이를 자산 A라 부르겠습니다.
이제 같은 금액으로 자산 B를 구성해봅시다. 이 돈이면 미국의 모든 농경지(매년 약 2000억 달러가 산출되는 땅 4억 에이커, 약 1.6조 제곱미터)를 사고 나서 엑슨 모빌(매년 400억 달러 이상 벌어들이는,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회사) 16개를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들인 다음에도 약 1조 달러나 남아돕니다(이렇게 대규모 매수를 하고 나서도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9.6조 달러로 B 대신 A를 선택하는 투자자가 존재한다고 상상할 수 있습니까?
기존의 금값은 경이적으로 높게 평가되었을 뿐 아니라, 이렇게 높은 가격 탓에 현재 금이 매년 약 1600억 달러어치나 생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려고 해도, 이렇게 추가 공급되는 물량을 (장식용 및 산업용 사용자, 겁에 질린 개인이나 투기자를 비롯한) 금 구입자들이 계속 소화해주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100년 동안 농경지 4억 에이커는 옥수수, 밀, 면화, 기타 농산물을 엄청나게 생산해낼 것이며, 화폐가 어떻게 되든 값진 보상을 계속해서 산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100년 동안 엑슨 모빌은 십중팔구 수조 달러에 이르는 배당을 주주들에게 지급할 것이며,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자산도 계속 보유할 것입니다(이런 회사를 16개 보유). 그러나 금은 100년이 지나도 그 크기가 그대로이며, 여전히 아무것도 산출하지 못합니다."
나는 버핏의 이 비유가 '금'이라는 무가치한 돌덩이를 가장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의 상징이기도 한 밀턴 프리드먼 역시 금을 비웃으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바보가 분명하다. 아무 가치도 없는 금속을 지하금고에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지하에서 채굴한다."
그렇다, 금과 비트코인은 모두 그 어떤 산출물도 나오지 않으며 10년을 보관해도 100년을 보관해도 수량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쓸모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량'으로써 정량화돼 있다. 금 1온스는 이 행성 어디에서나 1온스이며, 1비트코인은 이 행성 어디에서나 1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거의 의미없는 단위까지 완벽하게 쪼개지도록 설계돼 있다.
비트코인은 자체 시스템을 통해 금과 거의 100% 유사한 성질을 획득했다. 이것은 15년간 흔들리지 않았다.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다고 해도 10분에 한 번 나오는 블록이 3분에 한 번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시스템은 유지된다. 둘의 결정적 차이는 전송 방식에 있다. 금 1kg을 어딘가로 보내는 건 까다롭지만, 1비트코인을 다른 대륙으로 보내는 데에는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내재가치가 없는 이 자산들의 가치는 사람들에 의해 정해져 왔다. 그리고 공급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제한되는 이것의 성질을 안 사람들 중 일부는 이것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본적 헷징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것이 최소한 금의 역할을 할 것임을 안 것이다. 혹자는 여전히 이것이 튤립버블 때처럼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미 그럴 수 없게 됐다. 만약 오늘 원화 기준 9300여 만 원인 비트코인이 내일 2000만 원까지 폭락한다면 사람들은 앞다투어 이것을 구매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의 가격은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내려오기 어렵다.
최근에 있었던 미 연방 증권거래위원회의 비트코인 ETF 승인은 이것이 인류 금융사에 오랫동안 이어질 일대사건임을 깨달은 미제국의 금융세력에 의해 기획됐다. 이 상품은 간단하다. 투자자가 ETF 상품을 구매하면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가 그만큼의 비트코인을 사서 보관한다. 그렇게 보유한 비트코인과 ETF 상품의 시세를 맞춘다. 그리고 이것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ETF가 되어 최근까지 약 67조 원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그들에게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초기 투자자들의 행운도 알 바 아닐 것이다. 점점 희소해지는 이것을 우리들이 더 많이 점유하겠다는 생각과 탐욕만이 그들을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이것이 이 행성의 스파이스가 될 것임을 알고 있다. 이번에 ETF를 출시한 세력은 블랙록, 피델리티 등 그야말로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거물들이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자산은 우리 돈으로 1경2천조 원에 달한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일반 예금보다도 많다.
이와 같은 금융세력의 움직임을 보며 자신의 자산에 깊은 관심을 가치고 있을, 이 행성의 불평등의 최대 수혜자들인 슈퍼리치들 중 상당수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금 대신 비트코인을 넣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비트코인의 시세조종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이미 원화 기준 1600조 원을 넘은 이것의 시세를 조종할 수 있는 세력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됐다.
워렌 버핏은 투자를 '미래에 더 많은 구매력을 받으리라는 합리적인 기대에 따라 현재의 구매력을 남에게 이전하는 행위'로 설명한다. 그는 투자란 간단히 말하면 장래에 더 많이 소비하려고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한다. 그가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을 맡은 1965년 이후 현재까지 달러화의 가치는 95% 이상 하락했다.
지난 100년간 미국에서는 매년 평균적으로 2.7%의 인플레이션이 있었고, 화폐의 가치는 늘 그에 맞춰서 하락해 왔다. 그렇다면 국가가 발권한 돈이란 증발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화폐가 가진 증발 위험성을 헷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지금껏 화폐를 자산으로 바꿔왔다. 그들은 이 자산 중 하나로써 비트코인을 수용했고, 증발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화폐가 빨려 들어올 것이다.
여기까지 보니,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본적인 헷징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헷징한 후 현금이 필요할 때가 되면 비트코인을 팔아 재화를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2100만 개 중 1965만 개는 이미 채굴됐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현저히 적은, 남은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엄청난 전기를 낭비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금 채굴도 비트코인 채굴도 여러모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안타까운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사람들이 비트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평등'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으나 그는 그냥 좀 더 편리한, 인간이 제 스스로 직조한 금의 창시자가 되고 말았다. 미제국의 금융자본이 앞다투어 뛰어든 현 상황에서 이것은 평등한 권한이 될 수 없게 됐다.
여기까지 생각한 후, 2024년과 2025년의 대한민국에 펼쳐질 불행하고도 비극적인 일들을 생각해 보니, 참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오는 4월이 되면 비트코인 블록이 주는 코인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공급이 반감된다. 이후 비트코인 시세는 올해 말까지 급격히 상승할 개연성이 높다. 언론은 이 사실을 앞다투어, 속보로써 보도할 것이다.
[속보] 비트코인 '2억 원' 돌파 최고가... 알트코인까지 들썩
이와 같은 기사를 본 많은 이들이 2017년과 2021년에 그랬던 것처럼 앞다투어 손쉽게 금융앱(케이뱅크, 업비트)을 통해 코인투자에 뛰어들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이 2021년 이후 3년 만에 10조 원을 넘겼다. 불나방 같은 개인들의 행진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너무 비싸보이는 비트코인 대신 이상한 이름을 가진, 위험한 알트코인에 돈을 넣을 것이며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코인시장에 들어온 수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 대신 알트코인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거래 비중 43.6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시장에서는 15.8%에 불과하다. 즉 지금 코인을 하는 한국인의 84%는 비트코인이 아닌 알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나는 미래가치를 예측해 비트코인 현물을 오랫동안 보유하는 건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트코인은 그야말로 스캠이다. 이것들은 발행량에 제한이 없으며 발행주체가 드러나 있거나 재단이 운영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성질을 가진 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사실상의 유사수신, 폰지사기에 불과하며, 과거의 고점조차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 한국인들은 너무 쉽게 코인시장에 들어와서 코인리스트를 살필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 에이다, 도지코인, 이캐시, 비트토렌트. 이게 뭔지도 모르고 이름만 보고 평생 모은 돈의 상당 부분을 넣는다. 거래소는 마치 카지노처럼 각종 게임경기가 열리고 있는 장소처럼 노출되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사실상 강원랜드에 가서 바카라를 플레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몇 번 그림을 맞출 수는 있지만 그것을 계속 맞추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스캠코인에 큰돈을 넣고 약간의 변동성이 생기면 팔고 다른 코인으로 손바꿈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는 한국이 강원랜드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의 도박을 법적으로 금지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유튜버들은 선물, 레버리지 거래를 통해 위험성이 대단히 높은 코인 거래를 중개하며 자신들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겪는 모습까지 중개하고 있다.
이번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내년까지 한국에서 일어날 일들이 무척이나 절망스럽게 느껴진다. 저출생으로, 불평등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 나라가 된 지금, 수많은 억눌린 절망의 마음들이 거대한 투기판으로 몰려들 것 같다. 도박중독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고통에 직면할 지 참으로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