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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Mar 08. 2024

민주당에게 광주란 '핫바지'에 불과하다

2024년, 민주당 광주경선을 보고 놀랐다

 오늘의 광주를 보면 참으로 슬픈 감정을 감추기 어렵다.


 1당 독점의 부패정치가 '광주'를 민주당 핫바지로 만들었다.


 민주당 깃발만 꼽으면 그게 누구든 뱃지를 주는 만만하고 순종적인 도시는 어느새 중앙정치의 안중에서 사라졌다. 나는 이것을, 국회의원들의 경험의 깊이와 경력의 길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21대 국회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새삼 광주의 현실이 부끄럽고 참담하다.


 광주는 제21대 국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중 '초선의원' 숫자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광역자치단체였다.


 지역구 국회의원 8명 중 7명이 '초선'이었다. 유일하게 재선의원인 송갑석 의원이 있긴 했으나 그는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됐기 때문에 그의 실질적 선수는 1.5선에 불과하다.


 이 같은 광주의 현실은 오는 제22대 국회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확정된 민주당의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7명 중 6명은 또다시 초선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6명이 물갈이됐다. 그리고 재선이 확정된 유일한 현직 의원은 '위장 탈당'으로 우리들 모두를 부끄럽게 했던 민형배다. 이런 사람이 광주의 몇 없는 재선의원이 되어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일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다른 지역들도 이럴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당선된 이들을 기준으로, 서울의 지역구 국회의원 49명 중 초선의원은 18명에 불과했다. 31명이 재선 이상의 경력을 가졌고, 이중 8명은 4선의원이었다. 5선의원도 1명 있었다.


 부산의 지역구 국회의원 18명 중 초선의원은 9명에 불과했다. 의원 절반 이상이 재선 이상의 경력을 가졌고, 6명은 3선 이상의 중진이었다. 부산에서 3선의원을 지낸 하태경은 아름다운 양보를 이야기하며 서울로 갔다. 광주에서 이 같은 행보를 밟을 사람이 향후 30년 안에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부산에는 5선 이상의 경력을 지닌 의원도 둘이나 있었다.


 경기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59명 중 초선의원은 27명에 불과했다. 경기도에는 5선의원이 4명이나 있었고 4선의원도 5명 있었다.


 대구의 지역구 국회의원 12명 중 초선의원은 5명에 불과했다. 과반수가 재선 이상이었고, 5선의원도 1명 있었다.


 인천의 지역구 국회의원 13명 중 초선의원은 4명에 불과했다. 5선의원이 1명있었고, 4선의원도 2명 있었다.


 대전의 지역구 국회의원 7명 중 초선의원은 3명에 불과했다. 6선의원 박병석이 선출돼 국회의장이 됐고, 이상민(5선), 박범계(3선) 등도 이 지역에서 선출됐다.


 울산의 지역구 국회의원 6명 중 초선의원은 3명에 불과했다. 이 지역에서 4선의원이 된 김기현은 여당대표가 됐다.


 강원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8명 중 초선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충청북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8명 중 초선의원은 4명에 불과했다.


 충청남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11명 중 초선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4선 이상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셋이나 있었고, 5선의 정진석 의원은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전라북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10명 중 초선의원은 4명에 불과했다.


 광주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전라남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10명 중 6명은 초선의원이었다. 그러나 이곳마저도 광주만큼, 초선의원 비중이 높지는 않았다. 광주의 초선의원 비중은 87.5%이지만 전라남도는 60%였기 때문이다.


 경상북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13명 중 초선의원은 7명이었다. 46.2%에 해당하는 의원은 재선 이상의 경력을 지녔다. 광주와 같은 일당 독점의 경북마저 이랬다.


 경상남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16명 중 초선의원은 4명에 불과했다.


 제주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4명 중 초선의원은 딱 절반에 해당하는 2명에 불과했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구 국회의원 두 사람이 모두 초선의원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선거의 역사가 길지 않고 제20대 국회에서 7선의원을 지낸 이해찬이 은퇴한 지역구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광주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만한 곳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각 지역의 초선의원 비율을 광주와 비교해 보자.


- 각 지역별 초선의원 비율 -


광주(87.5%)

서울(36.7%)

부산(50%)

경기(45.7%)

대구(41.6%)

인천(30.7%)

대전(42.8%)

울산(50%)

강원(25%)

충북(50%)

충남(18.1%)

전북(40%)

전남(60%)

제주(50%)


 1당 독점이 없는 곳에서는 실력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실력을 키울 기회가 주어진다. 대전의 박범계와 이상민이 여러 번 공천을 받은 건 그들이 아닌 다른 사람을 공천할 경우, 지역을 빼앗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주는 다르다. 이 지역에 사는 그 누구를 공천해도 민주당이면 된다. 서울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던 사람 아무나 데려와도 괜찮다. 여기는 그런 곳이다.


 누가 와도 뽑아주니 참 만만하다. 광주는 실력 없고 무능한 의원들이 번호표 뽑아서 민주당 은사로 1번씩 해먹고 집에 가면 되는 지역이다. 그렇게 되면 이 사람들은 전직 의원이랍시고 행세하고 다니며 좋은 자리를 오갈 것이며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은 그들에 이어 "나도 한번 하자"며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오래 하는 건 허용하지 않는다. 실력 없는 사람임을 뻔히 아니까, 그리고 나도 한번 해먹어야 하니까 "야 너는 한번 했잖아 다음은 나야"하고 바통터치하면 된다.


 그 바통터치가 이뤄졌다. 8명 중 7명이 초선의원이던 광주에서 새롭게 공천을 받은 7명 중 6명이 또다시 새로운 초선의원으로 간택됐다. 권력의 개, 충신 민형배만 살아났다.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일은 방금 전 발표된 광주 서구을 경선에서 김광진이 패배한 일 정도인 것 같다. 이 사람은 강기정 광주시장에 의해 광주시의 '문화경제부시장'까지 지냈었는데, 문화와 경제에 대한 그의 전문성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나는 이게 광주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광주는 제대로 된 인물이 나올 수 없는 도시다. 중앙정치에서 언급될 만한 중량감 있는 인물? 1명도 없다. 차라리 욕먹는 국민의힘의 중량 있는 의원이라도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의회에서 그나마 가장 많이 언급된 게 수치스러운 일로 언급된 민형배였음을 생각해 보자. 나는 이게 광주의 현실적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당 대표가 측근들을 낙하산 태워 뱃지 달아주고 그것을 시민들이 허용해 목말 태워 주는 곳. 정말 멋지다. "나도 한번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곳 아닌가.


 민주당에게 광주는 언제는 열 수 있는 밥통에 불과하다. 내가 민주당이었다고 해도 누가 나와도 몰표가 나오는 광주 대신 조심하지 않으면 뒤집힐 수 있는 대전에 더 에너지를 쏟을 것 같다. 이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이건 광주의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도 좋지 않다. 이 사람이 아니라 누구였어도 됐을 것이기 때문에 진짜 실력을 가진 동료의원들에게 '같은 급'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된다. 광주의 정치인들은 어려운 지역에서 실력으로 돌파한 다른 의원들과 같은 무게감을 가질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크게 되기 어렵다. 광주 출신이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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