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성추행 사건' 판결은 솔직히 옳은 판결이었다
한때 각종 남초 커뮤니티에서 큰 논란이 됐던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한 유튜브 채널의 언급 이후 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사건은 간단하다 어느 곰탕집에서 술을 마시던 남성이 스쳐 지나가던 여성을 상대로 '강제추행' 범죄를 저질렀다. 여성은 즉시 항의했고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이후 남성은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도 명백한 유죄를 인정받아 최종적으로는 항소심 재판부가 정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등의 처벌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피고인(남성)이 1심 재판부의 판결에 의해 법정구속된 직후부터 이 사건은 쟁점화됐다. 그의 아내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발화점이 됐다.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현장 CCTV 영상을 두고 각종 분석이 이어졌다. 당시 온라인의 여론은 "설령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해도 징역 6개월 실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전문가들도 거들었다. 어떤 변호사는 비슷한 행위(강제추행)가 있었던 사건 판결문을 들고 와서 "같은 행위인데 어떤 건 벌금 어떤 건 실형"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형사사건은 모든 정황을 종합해 봐야 하기 때문에 그가 제시한 판결은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법 제51조에 따르면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서 범인의 연령,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고형을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건 같은 행위가 있었으나 '범행 후의 정황'은 달랐던 사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예시로 들어 이 사건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범죄가 발생한 후의 정황이 이 사건과 같았던 경우를 꼽아야 경우가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사건이 하나 있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범행 후의 정황이 무척이나 비슷했던 광주의 음주운전 사건이다.
지난 2021년 12월에 광주지방법원에서 조금 이례적인 판결이 하나 나왔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20m가량 운전한 20대 대학생이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정구속은 엄청난 충격을 주는 경험이며, 이를 알고 있는 사법부는 이것을 무척이나 신중하게 결정한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그의 운전 거리가 길지 않으며 그에게 전과가 없음을 고려했음에도 이 같이 '엄벌'했다. 통상적인 음주운전 사건의 경우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을 받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대게 '동종전과'나 '사고 발생' 등 피고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정황이 있는 경우다.
그렇다면 전과도 없고, 나이도 어린 광주의 20대 대학생은 왜 이토록 강한 처벌을 받았을까?
정답은 '범행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현장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을 비롯한 명백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이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재판부는 '벌금 500만 원' 대신 '징역 10개월 실형'이라는 엄벌로써 법률의 지엄함을 드러냈다. 만약 피고인이 명백한 증거 앞에 겸허히 범행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면, 재판부는 그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며 재범하지 말 것을 경고했을 것이다.
선진적 사법 시스템을 가진 다수 국가의 사법부는 '인정과 반성'을 굉장히 중요한 양형조건으로 보기 때문에,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피고인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나는 최근 다시 언급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앞서 언급한 사건과 거의 100% 유사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고인은 폭탄주를 여러 잔 마신 상태에서 피해자의 신체를 만졌다. CCTV 증거를 보면 피해자가 즉시 항의하는 장면이 있으며 범행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무척이나 높은 상황이다. 왜냐면 아무 일 없이 스쳐 지나간 사람에게 갑자기 뒤돌아서 항의하는 사람은 일반 경험칙상 존재하지 않으며, 당시 피해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은 상황이었고 피고인은 상당히 마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증거영상에는 피고인이 지나간 후 피해자가 뒤돌아 항의하는 모습이 있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첫 경찰조사에서 "어깨를 부딪혀 실랑이가 있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했으나 증거영상에 어깨를 부딪히는 장면이 없었음이 드러나자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직후 "실수로 손이 스쳤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됐다. 피해자는 자신의 돈과 시간을 써가며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이야기했다.
이후 진행된 폴리그래프(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피고인에게는 거짓 반응이 나왔고, 피해자에게는 진실 반응이 나왔다. 피고인 측 변호사의 요청으로 폴리그래프 검사 결과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으나 이는 사건의 진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내 보이는 정황이 아닐 수 없다. 사건이 경찰, 검찰을 거쳐 법원으로 넘어가자 피고인은 뒤늦게 합의금 300만 원을 주겠다며 피해자에게 합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피고인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물의를 일으켰기에 합의하고 싶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억울한 상황이었다면 피해자에게 돈을 주겠다고 하며 합의를 종용할 이유를 나는 도저히 찾지 못하겠다.
이후 피고인은 법정에 가서도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언급한 광주의 음주운전 사건처럼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납득하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피고인은 재판부의 선처를 받을 수 없다.
이에 김동욱 판사는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하고 법정구속했다.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3년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내렸다. 판사는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 피해자가 느꼈을 수치심이 상당해 보이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추행의 방법과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앞서 언급한 음주운전 사건과 비교해 볼 때, 두 사건은 무척이나 유사하며 재판부의 결정 역시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라는 점에서 일관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논란이 생겼고, 일부 변호사들마저 "만졌다고 해도 형량이 너무 크다"는 식으로 사건에 영합해 이윤을 챙겼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두 사건 재판부의 판단은 사건과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무척이나 합리적이고 적정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형량을 집행유예로 바꿨다. 1심 재판부의 형량을 항소심 재판부가 다소 감경해 주는 건 일종의 약속대련으로 자주 있는 수순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조금도 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후 사건은 대법원에 갔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대법관들이 4명씩 짝을 지어 사건을 본 후 만장일치 판단이 나와야만 판결을 확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대법관 4명은 사건을 살핀 후 문제 없는 판결이라고 보고 이를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이때까지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무척이나 잘 이해하고 있는, 그 대부분이 남성일 판사 6명은 단 한 번도 이번 일에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정황이 있을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너무도 명백하고, 범죄심리의 영역에서도 완벽하게 규명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와 같은 피고인들을 산처럼 봐온 사람들이다.
만약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했다면 나오지 않을 형량이긴 했다. 그러나 광주의 음주운전 사건 피고인과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고인은 법정에서조차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반성하지도 않았다. 이 경우에 나오는 재판부의 엄중한 판단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나는 두 사람의 심리는 무척이나 유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m밖에 안 했는데... 억울하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스친 정도로 만진 건데 이런 사소한 일로 이렇게 되어서 억울하다"
게다가, 가족들에게 쪽팔린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자신의 행위를 아내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어 거짓말이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상황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깊은 내면에서는 자신의 행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들이 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했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판결은 옳았고,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고인의 주장에 동조하며 온갖 소설을 쓰거나 설령 사건이 있었다고 해도 부당한 판결이었다는 주장은 명백히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