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들어서 남편에 대한 생각과 깊은 고민은 자연스레 부부관련 책에 손이 가게 만들었고 부부관련 책이 아니어도 책 속에서 만나는 문장마다 남편에 대한 고민에 대한 해답들이 속속들이 까꿍하며 나에게 미소를 던졌다.
답을 찾은 만큼 해결의 실마리 또한 주어졌지만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부부 사이는 이론으로 이해는 할 수 있어도 마음으로는 상대에게서 빛을 보기 전에는 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각자 처한 상황이 좋지 않기도 했고 그 상황에서 배우자로서 감당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의 상실이 이어지다보니 서로를 탓하기 바빴다. 그만큼 상실은 깊어지고 깊어진 상실만큼 최근까지 몸도 마음도 멀어진 상태다.
마침 다음달 북클럽 주제로 '부부'를 정했기에 부부관련 책을 보던 중 '당신, 힘들었겠다'라는 원색적인 제목의 책이 눈길을 끌어 바로 읽어보았다.
책 제목만 보자만 말 한마디 '당신, 힘들었겠다'는 위로보다는 자조섞인 의미로 다가왔다. 이미 지나간 힘듦에 대한 위로는 지금 내 상태로는 전혀 위로도 공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건 당장 처한 어려움의 함께 동참하거나 덜어주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아마도 문장에서 처럼 난 남편에게서 남편다운 역할과 아빠로서의 역할만을 충실히 이행해 주길 바라는 스타일의 아내다.
남편의 그저 말뿐인 '고맙다'거나 '고생했어' 말 따위는 그저 상대방에게 희생을 감당하는 사람의 몫이란 걸 못 박는 표현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뒤 이어 남편 연봉이 아내의 지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문장은 당장 책을 덮어버리고 싶을 만한 문구였지만 작가의 성별이 남자라는 것에 수긍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만큼 남자들은 인정에 목이 마르고 더군다가 가장 가까운 아내의 지지와 인정을 받는다면 세상 밖에서 아무리 초라한 위치에 거할지라도 인정 받는 남편으로서의 자존감은 세상 무엇에 비할바 없을듯 하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전혀 지지나 인정을 주지 않는다. 남편이 바라는 부분이 그 부분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남편의 사회적 위치와 면을 위해서 그만한 몫을 감당해줄 여지가 없다. 사실 없다기 보다 부족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주말부부로 아이셋을 키우는 아내 입장에서 남편의 집안일이나 육아에 대한 참여도가 매일 살을 맞대는 부부에 극소수조차도 미치지 않은 남편이기에 자연히 남편에 대한 불만만 가득할 뿐이다. 역으로 내가 지지와 인정을 받아야 할 판인게 지극히 정상적인 말일지도 모른다.
책에서 '정서적 이혼'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 우리 부부는 딱 그 상태인거다. 더 이상의 애씀과 노력이 무색할 만큼 나 스스로 너무 지친 상태고 그저 내가 편하기 위해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편이 내 편에서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와중에 2주전 온 가족이 릴레이로 확진되면서 전환의 계기는 되었다. 무증상이었던 남편에게 코로나로 격리되는 동안 삼시세끼 설거지를 부탁했고 왠일로 순순히 받아드려줬다. 물론 격리 하루이틀 남기고 또 꾀가 오른 남편은 하면서도 입방정으로 내 화를 돋구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난 격리 일주일동안 설거지를 쉬게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일을 계기로 쉬는 주말에는 남편이 설거지를 전담해주길 부탁했고 역시나 꾀돌이 남편은 요리조리 피할 구멍을 찾아 입방정을 떨었지만 지난 주말도 역시나 설거지를 담당해주었다.
꾀부리는 말만 안하면 더 좋으련만 이건 그이 성격인지 도통 고쳐지지가 않는다. 그 꾀에 넘어가지 않도록 내가 더 꾀순이스러워지는 수밖에는...
당신,힘들었겠다/박성덕
배우자의 위로만큼 힘을 주는 건 없다지만 위로아닌 위로같은 그이의 말에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1인이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것 같은 나의 마음인지라 그이의 장난스럽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과 행동은 나의 한숨을 깊어지게 할뿐이다.
어쩌면 이 부분은 받아드리기 나름이라는 생각인 문득 들었다. 개구쟁이같은 남편을 그저 귀엽게 바라보거나 유머로 여기며 웃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의없이 웃음이 터질만큼 내 앞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기도 하는 남편이기도 하니...
진지충에 말 한마디가 너무도 중요한 1일인라 그저 장난스럽고 꾀스러운 그이의 말과 행동은 나의 오만 세포를 자극하게 한다. 어쩌면 이런 진지충을 만난 남편의 애로사항이 될수도 있다. 다행인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그이이기에 이부분은 감사해야할까?
아직 반도 못 읽은 책이지만 이론적인 팁을 얻을수 있는 유용한 실용서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왜인지 제목의 '당신, 힘들었겠다'는 내가 아닌 남편에게 전해줘야 할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문득 떠올랐다.
당신, 힘들었겠다/박성덕
남편을 보면 아내가 보인다는데... 남편에게서도 외로움을 보있기 때문이다.
*다음편으로...
올리고 보니 백번째 글이네요.
작년 이맘때 브런치 작가 당선(?)되고 무척 기뻐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날 마침 좋은 꿈을 꿔서 복권을 샀더랬지요.
복권은 꽝이었지만 그날 브런치 당선 메일을 받았기에 친구가 '너에게 브런치가 로또 아니야?'하더라구요.
브런치는 저에게 로또마냥 오늘도 내일도 하나하나 번호를 맞춰가며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많아지길, 또 제 글을 애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매번 로또하는 기분으로 써 내려간답니다.
맞는 번호가 하나둘 늘어날때마다 브런치는 더욱 제게 로또로 다가오려나요?
글을 쓰며 저를 정화시키는 순간이야말로 로또 당첨만큼 개인적으로는 귀한 순간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제 로또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브런치 1주년, 그리고 백번째 글 기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