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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Dec 21. 2023

당신은 내정자씨 인가요?

오해와이해

나는 계약만료일을 앞두고, 면접을 봤다.

면접장으로 가는 길에도 추위 탓에 더욱 움츠려 들 수밖에 없었다.

그곳엔 서류심사를 통과한 선생님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인사를 나누었고, 자리에 앉았다.

긴장감을 풀기 위해 글로 성장연구소 카페 글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때 뒤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을 쓱쓱쓱 누가 들어도 빗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면접 대기실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자

집중할 수가 없어 살짝 고개를 돌렸다.

대기자 중 한 사람이 일어나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면접 대기 하면서 청소를 한다고?'

오지랖 좋은 나지만, 정확하게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물론 나 역시 우리 아이 학교 앞 무인 편의점의 테이블과 의자를 몰래 정리하고 나온 적이 있다.

그건 아무도 없어서 가능했고, 아이들이 쉬러 오는 편의점이 더러워진 채로 있는 게 불편했다.

'그래. 저분도 이 대기장소가 더러워진 게 불편하셨나 보다.'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촤아아아---" 이번엔 물소리가 들렸다.

물이 멈추고, 그녀의 손에 있는 1.5L짜리 물병이 보였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온 그녀는 창가로 가서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청소까지는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화분에 물을 주는 건 놀라웠다.

추운 날씨에 화분도 갑자기 몰려온 때아닌 물벼락에

놀라진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사이 면접장 이동을 도와주는 선생님이 오셨고,

그녀는 물병을 정리하고, 대기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내 옆에 앉아있던 다른 대기자가 나를 향해 말했다.

"저 사람, 내정자 아니에요?"

"네? 내정자요?"

"네~내정자요. 그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면접 보러 와서 청소하고, 화분에 물까지 줘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그러게요."

사실 나도 내정자라 불리는 그분의 행동을 이해하긴

좀 어려웠다.

'청소하고, 화분에 물 준 게 무슨 내정자야!!'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곱씹어 생각하다 보니 살아온 환경과 개인성향에 따라  오해 할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경험에 의해 생각과 판단이 내려진다.

그래서 일까?합격자 발표가 더욱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부디 그녀의 선행이 내정자씨의 교만함이 아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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