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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n Dec 10. 2023

공간, 경험, 디자인.

Conceptory 04_ 공간과 경험.

sam BXC에서는 얼마전부터 공간디자인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어요.
대체 브랜드 경험 컨셉팀 BXC에 무슨일이 생긴걸까요?


경험 + 디자인 + @

사실 BXC는 브랜드 컨셉 뿐만이 아닌, 서비스디자인, 소셜디자인, UX디자인과 같이 매우 광범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해왔어요. 2012년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와 함께 진행한 범죄예방 백신디자인 프로젝트(염리동 소금길), 2015년의 현대자동차 카셰어링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나 교보 핫트랙스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 등이 BXC의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이니, 아마 디자인에 관련된 것이라면 우리가 가장 다양한 색깔의 프로젝트 경험을 가졌을거에요. BXC를 구성하는 16명의 경험 설계자들만 봐도 우리가 대체 무슨일까지 할 수 있을지 한참 기대되기도 하죠.

BXC가 디자인하는 것은 ‘경험’이에요. 경험이라는 개념을 떠올려 보면, 그 범위나 종류가 엄청나게 많을 거에요. ‘잊지 못할 경험’도 떠오르고 ‘비밀로 하고 싶은 경험’도 떠올라요. 우리 모두에겐 ‘값비싼 경험’이나 ‘뼈아픈 경험’도 있을 거고요. 우리는 그러한 경험의 정체성들을 정교화하는 프로세스로써 디자인을 해요. 그런데 ‘경험’이 어떤 매개체와 결합하느냐는 그야말로 케바케겠죠. 음식점에 붙을 수도 있고, 금융앱에 붙을 수도 있어요. 자동차에 붙을 수도 있고 광화문 광장에 붙을 수도 있겠네요. 우리는 궁극적으로 경험을 디자인하지만, 결국 그것을 전달하는 플랫폼도 함께 디자인 하는 것이에요. 아직 못해본 경험 플랫폼이 있냐고요? 최근에 등장한 메타버스 빼고는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경험 + 디자인 + 공간

공간은 경험을 전달하는 가장 복합적인 플랫폼이에요. 공간은 기본적으로 시간과 결합되어 있어요. 1초도 머물지 않는 공간은 없으니까요. 어떤 공간에서 우리는 10분을 머물지만 어떤 공간에서는 48시간을 머물기도 해요. 그러면 그 시간동안 우리는 필연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 돼요. 의식적으로 경험을 거부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 같아요.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는 높은 밀도로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길 원해요. 아니, 소비자의 경험 기회를 점유하길 원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어요. 스마트폰의 앱도 TV의 광고도, 백화점도 테마파크도 모두가 소비자의 경험 기회를 더 많이 점유하기 위해 노력해요.

그런데 공간이 바로 저마다의 물리적인 경계성을 통해 소비자의 경험 기회를 독점해요. 공간의 형태, 조도, 소리, 향기,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까지 모든 것을 활용해서 ‘어떤 경험’들을 독립적으로 제공해요. 그래서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공간의 기능이나 생김새를 실체화한다는 개념이 아닌, 사람이 경험하게 될 경험 정체성을 실체화한다는 개념으로 확장돼요. 어떤가요? 경험을 설계하는 BXC가 공간을 디자인하는 이유. 조금 더 선명하고 밀도 높은 경험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경험 설계의 끈

BXC는 오래전부터 공간디자인 프로젝트들을 해왔어요. F&B 매장, 리테일 매장, 은행, 서점, 오피스, 호텔, 리조트, 아파트 단지, 복합 상가, 주유소, 서비스센터, 테마파크, 마을, 도시.. 크기와 목적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일시적으로 경험 기회를 독점할 수 있는 공간들이에요. 그런데 이렇게도 다양한 공간들을 디자인하다 보니 한가지 현실적인 장벽이 있었어요.


‘앙꼬는 만들었지만, 그것을 실어 나를 반죽이 부족하다!’

공간디자인의 범위에도 여러 전문 분야가 있어요. 건축, 환경, 인테리어.. 각 분야마다 조금씩 다른 기술이 필요해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꼭 필요한 기술들을 쉽게 배우거나 모방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설계한 경험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해왔어요.

하지만 옷장의 모든 옷이 다 조화를 이루지 않듯, 우리가 설계한 경험과 전문가의 구현 기술이 완벽하게 시너지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TPO를 포기하느냐 핏을 포기하느냐가 늘 반복되는 것 같은 아쉬움이었죠. 때로는 이도저도 아닌, 어글리한 매치로 문 밖을 나서야하는 일도 있었어요. 그날은 그저 부끄럽게 넘어가겠지만, 문제는 누군가의 기억에는 꽤 오래 남는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공간팀이 생겼어요. 우리가 설계한 경험을 제대로 공간에 재단해 줄 존재. 경험과 공간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디자이너.


매스와 디테일

공간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언제나 설계자보다 사용자가 중요해요. 사용자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완성된 경험 설계의 핵심이죠. 그래서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는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주관적인 느낌이나 취향을 강조하기보다는 조금 더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에요. 자연스럽게 우리의 경험 설계서에는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 언어의 비중이 높아요.

그런데 공간이 현실로 구현되면, 공간은 더이상 논리로 작동하지 않아요. 우리의 모든 감각이 자유롭게 동원되죠. 시각적인 요소, 청각, 촉각, 후각 그 모든 공감각적인 요소들로 공간을 해석해요. 우리가 공간에서 경험하는 모든 요소들이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언어가 되는 것이에요. 공간을 실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사용하게 되는 것은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 언어가 아닌, 감각적 인터랙션의 언어였어요.

BXC의 공간팀이 사용하는 두 언어는 마치 공간의 매스(Mass)와 디테일을 잡아가는 것과 같아요.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경험의 매스를 잡는다면, 감각적 인터랙션의 언어로 공간의 디테일을 만지죠. 사용자와 함께 이성적으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것이 매스의 디자인이라면, 감각의 영역이라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미세하게 조율하는 것이 디테일의 디자인이에요. 매스와 디테일 모두를 제대로 빚어낸 공간은 사람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선명한 경험을 제공해요. 선명한 경험은 그만큼 밀도 높은 경험으로 돌아와요.


맥락과 스타일

길을 걷다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 누군가를 물끄러미 돌아봤어요. 진한 향수를 뿌렸나보네요.
그러고보면 요즘 길거리에는 진한 향수처럼 느껴지는 공간도 많아요. 시선을 잡아끄는 비주얼, 발걸음을 돌려 기꺼이 들어가게 만드는 분위기. 분명 누군가에게 그 공간은 아주 만족스럽게 설계된 성공적인 공간일 거에요. 코끝의 강한 자극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잔향들을 덮어낸 채 선택되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감각은 언제나 리프레쉬 돼요. 임팩트있는 공간도 곧 밋밋한 공간에 사람들의 감각을 양보하게 되죠. 그렇게 감각의 허기가 돌고 도는 동안, 공간은 패션스타일처럼 다양해져요.

개성있는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다양성의 시대인만큼 다른 가치가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내면적 가치랄까요. 저는 그것이 공간의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Context. 앞과 뒤의 연결성이자 이것과 저것의 연결성. 공간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경험은 단발적 자극의 합이 아닌 연속적인 자극과 정보의 흐름이에요. 맥락을 가진 공간은 하나의 흐름이 될 수 있는 경험 요소들로 이뤄져 있어요. 그 흐름속에서 사람들은 공간의 이야기를 서로 이어 해석할 수 있고, 그 리듬감으로 조금 더 생생하게 연상해 낼 수 있어요. 이는 서로 다른 단어 5개를 외우는 것과 5개의 단어가 사용된 하나의 문장을 외우는 것과도 같아요. 이 둘의 가장 큰 차이가 뭘까요? 기억의 용이성이 아니에요. 완성된 문장으로만 전달할 수 있는 뉘앙스. 경험의 질이 다르다는 점이에요.

짙은 화장은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지만, 표정을 잘 읽게 해주지는 못해요. 우리가 만드는 경험이 디테일할수록 그 경험의 텍스쳐를 오롯이 전달해주는 공간이 필요할거에요. 공간의 맥락을 잘 읽어내고 잘 풀어내는 것. 우리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요.


https://bxarchive.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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