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화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에 글을 쓰려다 보니 포스팅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브랜드 시각화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다양한 항목들을 평가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것은 역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느냐'였습니다. 저희가 최종 선발한 업체의 대표님은 브랜드 매거진을 발행하는 회사에서 공간을 기획하고 또 구현하는 일을 담당하셨던 만큼 브랜드 시각화가 그저 미적인(aesthetic)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브랜드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에 어울리는 외면을 찾아주는 작업'임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시각화 작업에는 파트너 업체 외에도 다양한 내부 구성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브랜드 로고, 컬러, 폰트부터 인/익스테리어, 유니폼, 매장에 부착하는 포스터까지 매우 광범위한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표님은 물론 디자인팀, 점포기획팀(인테리어), 가맹관리팀도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에 기반한 의견을 제시했죠.
브랜드 시각화는 논리와 창의성이 모두 필요한 작업입니다. 일련의 시각적 결과물들이 브랜드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이 논리라면 이러한 논리를 구체화할 때 필요한 것은 창의성입니다. 브랜드 로고나 색상이 우리 브랜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관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예쁘고 세련된 것이라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논리적 접근은 방향성을 감독하고 큰 틀을 잡을 때만 유용할 뿐입니다. B가 아닌 A를 선택함에 있어 논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창의성은 A', A'', A'''... 중 어떤 것이 가장 매력적인 것인지 판가름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저희는 역할을 나눠 논리적으로 따지는 일은 주로 내부 구성원들이 맡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일은 대부분 파트너사에 맡겼습니다. 따라서 내부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을 던졌던 것은 주로 논리적인 주제, 예를 들어 '메인 컬러가 건강함과 즐거움을 나타내는가?', '인테리어가 샐러드 전문점처럼 너무 정적이지는 않은가?', '기존 가맹점들과 너무 동떨어진 시안이 아닌가?' 등이었습니다(물론 홀이나 주방 동선, 소재의 내구성 등에도 많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반면에 창의성이 발휘되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파트너사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것은 파트너사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도 있지만 존중과 격려가 더 많은 창의성을 불러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브랜딩 전문가 Marty Neumeier는 그의 저서 'THE BRAND GAP'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Execution-read creativity-is the most difficult part of the branding mix to control. It's magic, not locic, that ignites passion in customers.' 브랜드 정체성이 최대한 잘 표현되도록 단단히 방향을 설정했다면 이제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냐'의 게임인 것이고 그것은 창의성의 영역인 것입니다.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탄생한 시안은 본사의 직영점에 적용되어 일정 기간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현장 테스트 기간에 발견한 개선점들을 반영한 최종 시안은 현재 신규 가맹점과 리뉴얼 매장들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결과물이 꽤 잘 나온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결코 끝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 브랜드를 잘 표현하는, 그리고 더욱 매력적인 겉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