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고신입 Jul 25. 2021

택시를 끊어보니

돈에 대한 오해들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특정 명제가 문화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인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써 이미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돈이 행복도를 결정한다는 믿음이 단지 소수 사람들의 것이었다면 저런 표현이 이토록 널리 그리고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돈이 전부가 아니다'는 표현이 번영하는 현상은 다수 사람들이 돈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반증할 뿐이다. 우리의 뇌가 '실제'보다는 '실제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실제'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미 돈이 전부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나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진정으로 그렇게 믿지만 동시에 돈과 행복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기도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믿음이므로 '진정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애써 설득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부러워할 뿐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돈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보통 돈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므로 오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먼저 말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쓸만한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이유는 돈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공부했으며 그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경제적으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글 쓸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때론 영웅담과 극적인 성공담보다 친구의 소소한 이야기가 더욱 와닿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돈에 관해 가졌던 오해들과 현재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해당 오해들을 이해로 바꾸면서 계좌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은 반드시 언급해야할 것 같다.


1. 택시비 만원 아끼면 인생이 달라져?

택시비 만원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택시비 만원을 쉽게 쓰는 사람이 2만원이라고 어렵게 쓸까? 하나의 소비는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라 '개인의 소비 성향'이라는 맥락에서 비롯되는 종속 사건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과소비(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소비) 만원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는 기간이라는 변수와 만나 자산 형성을 더욱 어렵게 한다. 택시비 만원도 아까워하는 소비 성향을 갖는 것은 성격을 바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의 소비 성향을 객관적으로 진단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다.


2. 돈은 써야 맛이다

일반적으로 물질적 소비를 통해 얻는 만족감은 일시적이다. 반면에 예금 통장(이자), 주식(배당금, 시세 차익), 부동산(임대료, 시세 차익)처럼 생산 자본이 주는 만족감과 안정감은 비교적 오래간다. 사실 돈은 있어야 맛인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지 확인하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큰 맘먹고 구입한 물건이나 사치스러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경험에 대해 그 느낌을 일기에 기록해보라. 소비 당일에 비해 3일 뒤, 7일 뒤, 한 달 뒤에 느끼는 만족감이 훨씬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달에 나온다는 신상품과 요즘 핫하다는 다른 레스토랑 소식은 만족감 하락을 부추길 것이다.


3. 많이 버니까 많이 써도 돼

얼마를 버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모으냐다. 200만원 월급 받아 100만원 저축하는 사람과 500만원 월급 받아 50만원 저축하는 사람 중 경제적 자유에 빨리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전자의 사람이다. 화려한 생활이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보통 자기 합리화 또는 사기꾼의 생각이다. 그러나 계좌에 쌓인 돈은 분명 도움이 된다.


4. 아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더 버는 것이다

직장인이 급여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당장 급여를 올리기어렵다. 급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절약은 당장 오늘부터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자를 조금 더 주는 '특판 적금'을 위해 새벽부터 은행 앞에 줄 섰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판 적금의 만기는 보통 1년이고 최대 납부 한도도 월 10~3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렇게 해서 얼마를 더 버는 걸까? 네이버 이자 계산기를 이용해봤다.

적금에 적용되는 단리 이자를 무려 5%로 잡았더니 세후 이자가 82,485원이 나온다. 이 돈은 줄만 서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돈을 매달 30만 원씩 최대 1년간 은행에 빌려줬을 때 얻는 돈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시중은행의 평범한 적금 금리 1.5%를 적용했을 때 세후 이자가 24,746원이니 줄을 선 것과 안 선 것의 차이는 57,739원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1달에 3만원어치 타던 택시를 2만원어치로 줄이면 1년에 12만 원을 아낄 수 있다. 택시는 절대 못 줄인다고 한다면 1년에 3만 원짜리 12벌 사던 옷을 8벌로 줄여보자. 역시 1년에 12만 원을 아낄 수 있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택시를 안 타거나 옷을 안산 일로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절약한 돈을 적금에 넣었다면 금상첨화다.


5. 투자로 잃으나 써버리나 그게 그거잖아

투자로 잃은 돈이 1,000만원인데 5만원 아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투자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기에 언제나 확률의 영향을 받는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투자한다 해도 잃을 확률은 언제나 존재한다.


반면에 소비는 확률이 아니라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확실하게 아낄 수 있는 5만원을 낭비하는 것과 투자 손실 5만원이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오늘 5만원을 낭비하는 이유가 어제 잃은 1,000만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6. 돈이 돈을 버는 원리: 복리의 마술, 경험의 마술, 재미의 마술

흔히 돈이 돈을 버는 이유는 복리의 마술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는 여기에 두 가지 마술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경험의 마술이다. 돈이 돈을 버는 경험을 통해 자본주의의 원리를 깨달을 수 있고 이는 더욱 열심히 종잣돈을 모으는 계기가 된다. 또한 종잣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금융 상품, 부동산 등에 대한 지식은 이다음 목표 달성을 더욱 쉽게 만들어 준다.


그다음은 재미의 마술이다. 돈 모으는 재미를 느껴본 사람이 돈을 더 잘 모은다. 이 얘기는 계좌에 돈이 없는 사람이 더욱 돈을 낭비한다는 얘기다. 계좌에 100만원 있으나 101만원 있으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작은 목표라도 잡고 그것을 달성해보면 그다음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열심히 노력해서 200만원 목표를 달성해보면 300만원 목표를 향해 달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사실 돈에 대한 오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 쉽지 않다. 그런데 이는 오히려 희망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정에서 다른 오해들 자동 해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문제의 유형은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해보이는 반면 해결책은 비교적 심플하다(쉽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저 더 벌고 덜 쓰는 것이다. 그런데 더 버는 것은 나를 둘러싼 상황, 재능, 경험에 따라 다르고 비교적 난이도도 높다. 그러니 오직 나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절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하고 화나고 우울하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